■ 단순 기상 캐스터가 아니다
- 재클린 휘탈, 웨더 네트워크의 방송 출연 기상관
나는 기상 앵커로 캐나다 대초원에서 일했다. 이 곳은 토네이도 통로에 이어 가혹한 기후를 추적하기에 두 번째로 좋은 장소다. 나는 열심히 공부해 기상학 관련 자격증도 취득했다. 그래야 기상 데이터를 해석하여 직접 예보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스스로 말하는 내용이 뭔지도 모르는 바보처럼 보이고 싶지 않다. 그 시절 사진가로 일하는 친구가 나를 찾아왔다. 한 달 동안 토네이도 통로에서 나와 함께 토네이도를 추적하고 싶다고 했다. 나는 승낙했다. 배울 수 있는 것은 뭐든 배우고 싶었다. 나는 내 일을 엄청나게 좋아하기 때문에 토네이도 통로에 가고 또 갔다.
2013년 두 번째 라운드에서 나는 기록상 최대 규모의 토네이도를 보러 갔다. 토네이도 추적 시즌의 막바지였다. 우리는 오클라호마 주 엘 레노의 우중충한 주유소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추적자들은 이 일을 매우 많이 해 왔다. 우리는 앉아서 기다리면서 해키 색(미국식 제기차기) 놀이를 하고, 정크 푸드를 먹었다. 예보에 따르면 그 날은 위험한 날이었다. 물론 폭풍이 안 올 수도 있지만 오면 엄청나게 큰 것이었다. 오후 5시 30분이 되자 폭풍이 몰려왔다.
처음에는 지평선의 작은 적운으로 시작했다. 그러다가 이 작은 적운이 불과 20분 만에 높이 18km의 뇌우로 변했다. 그야말로 순식간의 일이었다. 우리는 바로 차에 탑승해 달려갔다. 몇 분 후 나는 창밖을 보며 마치 비처럼 보이는 이 거대한 벽을 동영상 촬영하고 있었다. 우리는 그 속에 토네이도가 숨겨져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다음 보니 모양을 갖추어 바람을빨아들이는 듯 했다. 그때서야 나는 그 벽이 토네이도 그 자체임을 알았다. 이 토네이도는 웨지형이 되어 가고 있었다. 웨지형 토네이도는 폭과 높이가 비슷하다. 이번 토네이도의 폭은 4.2km, 풍속은 시속 480km에 달했다. 기상학적 용어를 써도 실로 폭발적인 토네이도였다.
우리는 그 곳에서 빠져나오려 했다. TV 기상 앵커가 사람들에게 피난을 지시하려면 본인부터 안전한 곳에 있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길은 밀려드는 자동차들로 주차장이 되어있었다. 눈앞에 보이는 것은 자동차들의 후미등 뿐이었다. 이곳에서 빠져나가지 못하게 되면 어쩌나 싶었다. 그러나 상황은 불과 몇 분 만에 종료
되었다. 그 날 그 막혔던 도로 앞에서 폭풍 추적자 3명이 죽었다. 그런 일은 이전에는 벌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그런 위험을 감수하면서 다음에도 다시 나가야 할까 하고 자문했다. 그러나 다음 번 토네이도 시즌에 나는 또 현장으로 나갔다.
■ 시야가 막혀버린 제물낚시
- 자크 베니, 전 카트마이 국립 공원 관리국 순찰대원
순찰하는 극한 지형에 익숙해지는 것이야말로 나의 일 대부분을 차지한다. 몇 년 전 나는 친구 두 명과 함께 알래스카 주 넬치나 빙하에서 스키를 탔다. 거기서 지낸 지 8일 째 되는 날 폭풍이 몰려왔다. 위성 전화로 상사에게 이 사실을 알리자, 그는 폭풍이 며칠은 계속될 거라고 알려주었다. 우리는 그 곳에 고립되기는 싫었기 때문에 스키를 타고 내려가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우리보다 날씨가 훨씬 더 빨리 움직였다. 구름이 짙어지고 눈발도 굵어졌다. 마치 흰색 탁구공 안에 갇힌 것 같은 느낌이었다. 크레바스 속으로 떨어지지 않기 위해 우리는 서로의 몸을 끈으로 연결한 다음 길이 9m의 녹색 낙하산 줄을 스키폴에 묶어서 우리가 갈 앞길에 집어던졌다. 마치 제물낚시를 하는 것 같았다. 빙하를 내려가기 위해서는 나침반이 필요했지만, 디뎌야 할 곳과 그렇지 못한 곳을 구별해 주는 것은 로프였다. 백 번을 던진 끝에 우리는 폭풍 아래로 빠져나올 수 있었다. 낚시 기술이 이렇게도 쓰일 수 있는지는 누구도 모를 것이다.
■ 화산재 속으로 래프팅
- 케이티 니콜라토, 카트마이 국립 공원에 근무했던 미 산림청 직원
우리는 다른 사람들을 구하는 일을 훈련한다. 그러나 가끔씩은 동료를 구해야 한다. 어느 해 여름 우리 세 명에게 그런 일이 일어났다. 카트마이의 화산재 지역에 있는 어느 외진 강에서 래프팅을 할 때였다. 조종사가 우리를 거기에 내려주었고, 우리는 맑은 하늘 아래 하루 동안 표류했다. 다음날 저녁, 시속 64km의 강풍이 화산재를 날려 보내 연무를 만들어냈다. 강은 순식간에 진흙탕이 되었고 우리 얼굴 역시 화산재로 범벅이 되었다. 그러다가 우리는 대피소로 사용할 만을 찾아냈다.
우리를 태우러 올 예정이던 보트는 오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작동되지 않는 무전기와 줄어드는 오트밀에 의존해 걸어서 현지를 빠져나와야 했다. 하얗게 변한 호수 표면에 배가 나오는 신기루에 이틀 동안 시달리다가 결국 진짜 엔진 소리를 들었다. 동료가 우리를 구하러 타고 온 헬리콥터 소리였다. 그 헬리콥터는 강풍 속에서 작은 자갈밭에 착륙해 우리를 데리고 이륙했다. 지금까지도 그가 우리를 어떻게 찾아냈는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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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악의 상황도 버텨라
- 국립공원 순찰대원들이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준비하는 것들
1. 100% 울 제품
울은 발수 효과가 있다. 따라서 밖에 비가와도 울 제품 피복을 입으면 체온을유지할 수 있다. 양말, 셔츠, 긴팔 속옷 모두 울로 된 것을 착용해야 한다.
2. 대량의 초콜렛
초콜렛은 최고의 비상식량이다. 특히 시속 64km의 화산재 바람이 불 때 그 고통을 잊게 해줄 수도 있다.
3. 용변 처리용 모종삽
이걸로 땅을 15cm 깊이로 파면 즉석 화장실을 만들 수 있다. 벽이 없어서 춥겠지만 상관없다. 그리고 휴지도 꼭 챙겨야 한다.
4. 모기향
솔직히 냄새는 별로다. 그러나 모기를 쫓아내는 데 도움이 된다. 그리고 일부 순찰대원들은 두려움을 이기는 데도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 완벽하지는 않은 폭풍
- 제이미 제이콥, 오클라호마 주립 대학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토네이도의 내부를 들여다보려는 폭풍 추적자들은 토네이도의 진행 경로에 센서를 설치한다. 그러나 이 센서들은 토네이도가 지나가는 와중에 한자리에 가만히 있을 뿐이다. 그래서 우리는 강력한 무인기를 만들었다. 이 무인기는 토네이도의 기온, 기압, 습도 데이터를 획득해 기상 예보의 품질을 높일 수 있으며, 또한 인간을 위험한 현장에 투입하지 않아도 되게 해준다. 즉, 상황을 알기 위해 인간 대신 무인기가 극한 기후 현장에 출동하는 것이 가능하다. 작년 우리가 현장에 장비를 설치하는데, 약 1.6km 떨어진 곳에서 토네이도가 갑자기 형성되었다. 우리 관점에서 보면 이미 토네이도의 직격을 당하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 마치 절벽과도 같은 거대한 구름의 벽이 떨어지고 있었다. 토네이도가 내뿜는 오존과 그 전력을 감지할 수 있었다.
보통 토네이도는 착지한 지 5분 이내에 소멸된다. 따라서 우리는 빨리 움직여야 했다. 우리는 몇 가지 센서를 장착한 기성품 쿼드콥터 무인기를 날렸다. 무인기 한 대만 가지고서는 많은 데이터를 얻을 수 없다. 그러나 바람이 생각만큼 거칠지는 않다는 것을 알았다. 풍속이 시속 64~80km 정도였다. 이제 우리는 여러 가지 설정에 맞춰 날릴 수 있는 다수의 드론을 보유하여, 폭풍이 올 때마다 다양한 포인트의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다음 기회에 우리 머리 위에서 토네이도가 형성될 때를 대비한 만반의 준비가 된 것이다. 하지만 그 때가 언제가 될지는 알 수 없다. 기상 예보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 곰을 피해 대피할 비상구는 어디에?
- 로라 레비, 덴마크 오르후스 대학의 지구과학 연구자
그린랜드 빙상은 예상보다 더 빠른 속도로 작아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빙상의 변화는 예전에도 있던 일이다. 나는 빙상이 과거의 기후 변화에 대응했던 모습을 연구함으로서 이를 오늘날의 빙상의 신축과 비교해 보고자 했다. 그 때문에 나는 따뜻한 덴마크의 봄을 즐기지 않고 그린랜드로 갔다. 우리 연구팀이 호수에서 퇴적핵 표본을 채취하기 위해 멀리 북쪽으로 갔을 때, 그 곳의 날씨는 즉석식품이 몇 분만에 딱딱하게 얼어버릴 정도였다. 기후 변화로 인해 그린랜드의 한기는 짧아졌다. 그 때문에 해빙도 줄어들었다. 북극곰은 해빙을 사용해 사냥을 하므로 지구 온난화는 북극곰을 굶주리게 하고, 위험하게 만든다.
3년 전, 우리가 피요르드 위에 뜬 돛단배에서 일하고 있을 때였다. 배고픈 북극곰 한 마리가 헤엄쳐서 다가온 다음, 우리 배에 붙들어 놓은 뗏목 위의 비상용품들을 온통 헤집어 놓았다. 그 북극곰은 우리의 초콜릿 바를 꺼내먹었다.
처음에는 북극곰을 가까이서 볼 수 있어 흥분되었다. 그러나 그 북극곰이 우리 배 위에 올라올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흥분은 가라앉았다. 우리는 조명탄을 발사해 북극곰을 내쫓았다. 그러나 몇시간 후에 또 돌아왔다. 그래서 우리는 더 많은 조명탄을 발사했다. 다음 날 그 북극곰은 바닷가에 앉아서 우리를 보고 있었다. 마치 음식을 달라는 강아지 같은 표정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그 자리를 떠나기로 결정했다. 우리 배가 북극곰의 무료급식소가 되는 것은 원치 않았다.
■ 오로빌 주민들을 대피시켰던 그날 밤
- 매트 머리, 오로빌 댐의 토목공학자 겸 연락관
내가 근무하는 높이 235m의 오로빌 댐은 미국에서 제일 높은 댐으로, 캘리포니아에서 두 번째로 큰 저수지다. 나는 고향도 오로빌이다. 그러나 지난 2월 이 댐 때문에 수천 가구가 침수될 위기에 처했다.
폭풍으로 인해 불과 6주 만에 6개월 동안 와야 할 비가 다 와 버렸다. 그리고 그 중 마지막으로 닥친 폭풍은 예상했던 것보다 더욱 강수량이 많았다. 저수지의 수위가 빠르게 올라갔다. 이 물을 빼내기 위해서, 일단 수위가 올라가 방류로 높이까지 닿을 때까지 놔두었다. 방류로는 비상시에만 사용하는 배수구다. 흙으로 된 경사로인 이 방류로의 부식 가능성을 관찰하기 위해 공학자와 지질학자 20명을 보냈다. 그러다가 2월 12일, 관찰요원 한 명이 물 때문에 산 사면이 무너지고 있다고 무전 보고했다. 앞으로 1시간 후면 저수지를 둘러싼 벽이 침식되기 시작할 것이라고도 예측했다. 그 벽이 무너지면 수위 9m의 물이 산 아래의 여러 마을들을 침수시키게 된다.
그 후로 통제실에 함께 있던 보안관에게 통제권이 넘어갔다. 그는 이제 중요한 것은 물을 막는 것이 아니라 인명을 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모두의 동의를 구했다. 통제실의 모두가 한 목소리로 동의를 외쳤다.
우리는 하류의 인구 18만 8천 명을 대피시켰다. 나에게도 대피시켜야 할 가족 30명과 애완동물이 있었다. 다행히도 방류로는 홍수를 견뎌냈다. 결국 우리는 이 지역 사상 최대의 폭풍을 막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수개월이 지난 현재에도 재건은 끝나지 않았다. 37만m3의 콘크리트를 들여 우기가 시작되는 연말까지 피해를 복구하고 있다. 그것 말고는 다른 대안이 없다.
■ 조난자를 건져내라
- 딜런 헤르난데스, 미 해양경비대 항공 정비사
나는 지난 2016년 루이지애나 주 바톤 루즈의 홍수 때 처음으로 인명을 구조했다. 그들은 엄마와 딸이었다. 그들의 집에는 매우 높은 베란다가 있었는 데, 물이 거기까지 들어차 있었다. 우리 헬리콥터는 처음에는 그들을 못 보고 지나쳤으나, 마침 뒤를 본 내 눈에 한 사람이 손을 흔드는 것을 보았다. 그래서 우리는 그 집으로 돌아가 구조대원을 내렸다. 구조대원은 한 번에 한 사람씩 이들을 구조했다. 그러나 그 집의 아버지는 구조를 거부했다.
그 날 많은 사람들이 구조를 거부하고 집에 남았다. 우리는 이틀 동안 재급유를 반복하면서 쉬지 않고 사람들을 구조했다. 우리 모두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그러나 수 없이 많이 반복해 온 일이었기에 정비사와 조종사, 구조대원 간의 대화는 자연스러웠다. 헬리콥터를 어디에 위치시켜야 할지, 헬리콥터에는 몇 명이나 태
울 수 있는지 다 알고 있었다. 그 때 우리 팀은 127명을 구출했다. 구출을 거부한 그 아버지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나중에라도 구조선을 타고 구조를 받았기를 바란다. 며칠 후에 그 집에 다시 갔을 때는, 베란다는 완전히 침수된 후였기 때문이다.
■ 구름의 생태 연구
- 다니엘 시소, MIT 지구 대기 행성과학과 부교수
내가 구름을 연구하는 이유는 열을 가둬두고 태양 복사를 반사해 지구의 온도를 낮추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효과를 따지면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후 모델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구름을 만드는 작은 물방울과 얼음 결정들은 작은 입자가 구심점 역할을 해야 서로 모인다. 먼지와 광물로 이루어진 이 작은 입자를 구름씨앗이라고 부른다. 우리는 이 구름씨앗이 커지는 이유를 알고 싶었다.
워싱턴 산 관측소에서는 여러 개의 튜브로 만들어진 시스템으로 구름의 습기를 모아 가열해 작은 입자를 제외한 모든 것을 증발시킨다. 그러면 챔버 안에 비슷한 구름씨앗을 넣고 습도와 온도를 조절해 새로운 구름을 만들어낸다. 그러면 다양한 조건 하에서의 구름의 움직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자연 속의 구름을 잡지 못하면 아무 것도 안 된다.
■ 불에 타버린 기상관측 기구 99대
- 돈 맥고먼, 국립 대형 폭풍 연구소의 물리학자
나는 번개를 40년 넘게 연구했다. 멀리서 보면 아름답지만 우리 연구팀은 매우 가까이서 관찰해야 한다. 폭풍이 많이 부는 철이 되면 기상 기구에 센서를 장착하고 이륙시켜 폭풍을 연구하는데, 어떤 때는 스콜 바로 아래에서 이 이륙 작업을 하기도 한다.
번개는 얼음 입자들이 서로 부딪쳐 생긴다. 우리가 보유한 장비는 1/10mm 크기의 얼음 입자도 확인할 수 있다. 다른 센서는 전기장의 방향과 강도를 측정한다. 번개의 형성 과정을 알면 일기 예보의 정확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그 중에 어떤 번개는 내가 봐도 놀라웠다. 염주 번개도 있었다. 번개의 일부 부분이 더 오랫동안 밝기를 유지하므로 염주처럼 보이는 번개다. 거미집 번개는 구름 바닥을 따라 퍼지므로, 지평선 양쪽 끝까지 퍼진 거미집처럼 보인다. 가끔씩 센서들이 엄청난 전력을 측정한 직후, 측정값이 0이 될 때가 있다. 기구가 번개에 직격을 당했다는 뜻이다.
그러나 그럴만한 가치는 있다.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