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8일 “국정원이 상납한 돈은 청와대의 합법적 특수활동비와는 별개로 비밀리에 관리, 활용됐다”며 “뇌물수수·국고손실 과정에 우선순위를 두고 비자금 관리·사용 방식 등에 대해 앞으로 확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정권 출범 이후인 2013~2016년 사이 매달 5,000만~1억원씩 청와대에 건네진 수십억원의 뭉칫돈이 박 전 대통령의 이른바 ‘쌈짓돈’으로 쓰였다는 얘기다.
검찰은 상납자금을 대통령 지시에 따라 관리·사용했다는 이재만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진술이 나온데다 이 돈이 ‘비선실세’ 최순실씨에게 흘러갔다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이 돈의 쓰임새 등을 파악하는 데 수사력을 모을 방침이다.
특히 검찰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직접 조사도 검토하고 있다. 이미 수사 과정에서 청와대 상납 자금의 실제 수령자를 박 전 대통령으로 파악하고 있는데다 이른바 준 사람(국정원)은 물론 관리인(이 전 총무비서관)까지 조사를 거의 마무리한 터라 최종 타깃을 겨냥하고 있는 셈이다. 자금 출처에서 ‘금고지기’까지 수사한 만큼 마지막 수사 순서는 실제 돈을 쓴 의혹을 받고 있는 박 전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검찰은 앞서 이 전 비서관, 안봉근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을 구속한 데 이어 이날도 남재준 전 국정원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오는 10일 이병호 전 국정원장도 소환 조사할 계획이다.
검찰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해 방식·시기 등을 검토할 계획”이라며 사실상 직접 조사가 임박했음을 암시했다. 다만 법조계 안팎에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치소 방문조사를 할 수 있다는 예측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게 없다”며 선을 그었다.
/안현덕·김민정기자 alway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