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무원 증원 재원자료도 없이 예산 심사하라니

국회 예산심사가 초장부터 난항이다. 국회는 429조원 규모의 새해 예산안에 대해 이번주부터 본격 심사에 들어갔지만 공무원 증원에 따른 재정부담 추계치를 둘러싸고 여야가 격돌했다. 정부가 내년 공무원 1만여명 증원과 관련해 2년치 예산 소요액을 국회에 제출하자 야당이 발끈한 것이다. 야당은 공무원 증원과 관련한 기초자료가 부실하다며 문재인 정부가 공언한 5년간 17만여명 증원에 따른 장기 재정 소요액을 제출해달라는 입장인 반면 여당은 당장 자료 제출이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정부 측을 감쌌다. 정부는 17만명 증원 재원 추계가 장기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6개월은 걸릴 것이라고 했다.


정부 설명대로 장기 재원의 정확한 추계가 기술적으로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재직기간을 평균 30년으로 잡아도 임금상승률 외에 직급·호봉 승급분 등을 고려해야 하고 각종 연금비용 또한 추산해야 한다. 여기에 합리적 가정을 전제로 추산해야 하는 것도 애로점이다. 그렇다고 해서 내년 공무원 증원분과 관련한 달랑 2년치 소요액만 제출한 것은 국회를 무시하는 처사로 비칠 소지가 다분하다. 앞서 추경 편성 때 반영된 공무원 증원분 예산 추계는 그나마 5년치였다. 그러지 않아도 야당은 슈퍼 예산안을 칼질하려 잔뜩 벼르는 마당인데 예산당국의 무신경을 나무라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2015년 연말정산으로 세금폭탄을 맞았다는 괴담이 퍼지자 1,600만명에 이르는 직장인의 정산 결과를 전수조사한 바 있다. 정부는 이를 통해 1인 가구 등에 불합리하게 설계된 소득세법을 개정하기도 했다. 공무원 증원은 필요성이 있더라도 한번 결정하면 줄어들기 힘든 경직성 지출이 뒤따른다. 그런 예산일수록 미래 재정 부담이 얼마나 되는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무원 17만명을 늘리면 30년간 327조원이 소요된다는 국회예산정책처의 추계를 정부가 뻥튀기라고 말할 계제가 못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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