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르네상스

AMERICAN RENAISSANCE


미국에 마지막 남은 명품 시계 메이커인 RGM 워치스의 RGM은 창업자 이름 롤랜드 G. 머피(Roland G. Murphy)의 약자다. 이 회사 제품의 무브먼트는 귀금속으로 만들어진 부품 100여개로 이루어져 있다. 고등학교 시절 남는 시간에 시계 캐비넷을 만들기 좋아했던 머피는 스위스에 유학을 가서 시계 제작을 배웠다. 그리고 해밀턴 시계회사에 입사해 제품 개발 업무를 맡았다.

그가 RGM을 창립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25년 전이다.



펜실베니아의 혼을 담은 시계

펜실베니아 주 마운트 조이. 미국 최고급 시계의 원산지로는 좀 어울리지 않는 곳 같다. 그러나 이 곳의 랭카스터 카운티는 찬란한 시계 공업의 전통을 지니고 있다. 이 곳에는 과거 해밀턴 사가 있었고, 유명한 시계제작 학교인 보우먼 기술 학교도 이 곳에서 1992년까지 운영되었다. 머피도 그 학교에 다녔고 근처의 옛 은행 건물에서 공구를 다듬고 있다. 머피는 “금고 때문에 이 건물을 샀다.”고 말한다. 납득되는 설명이다. RGM 시계의 가격은 최소 3,000달러부터 시작해 100,000달러 이상 되는 것도 있다.



루비 슬리퍼

시계에 대해서 말할 때 번호 뒤에 보석 얘기가 나오는 것을 들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것은 금으로 둘러싸인 작은 루비 부품이 들어 있다는 얘기다. 많은 최고급 시계들은 이런 부품을 사용해 가격을 높인다. 그러나 이런 루비 부품들은 대개 금속 부품 간의 마모를 줄이기 위해 시계의 무브먼트에 들어간다. 과거에 시계 제작자들은 진짜 루비를 갈아내 이런 부품들을 만들었다. 그러나 요즘은 화장지 박스만한 기계로 낸 구멍에 딱 맞는 합성 루비를 쓴다.



내실


RGM에서는 10명이 근무한다. 그 중 머피를 포함한 8명은 시계의 개발과 조립, 수리를 맡는다. 이들이 사용하는 공구는 20세기 초반 스위스 아뜰리에에서 쓰던 것과 같다. 주 공방의 대부분은 엔진으로 작동되는 주조제 금속 기계들이 차지한다. 이 기계의 선반은 길로슈(금속 표면에 문양 새기기)라는 전문적인 공정이 들어간다. RGM은 매우 특별한 전문성을 지니고 있다. 머피는 “길로슈는 시계 제작과는 완전히 별도의 기술이다. 길로슈와 시계 제작을 다 할 줄 아는 사람은 전 세계에서도 얼마 되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옛날 방식으로

시계 제작자인 제이크 위버 스파이델이 회사의 수제품 무브먼트인 <캘리버 801>을 조정하고 있다. 이 무브먼트의 조립 및 조정 작업에는 약 1주일이 걸린다. 그리고 이 무브먼트의 부품을 만드는 데는 수개월이 걸린다. 머피는 무브먼트를 설계할 때 가급적 영원히 작동할 수 있도록 한다. 이들은 시계라기보다는 가보에 가깝다. 머피는 이렇게 말한다. “뭔가를 만들 때 수명 주기를 염두에 둔다는 것이 마음에 안 든다.”

어딜 봐도 아름답게

명품 시계 내부에 평평한 표면이 있다면, 그 곳은 완성된 곳 또는 앞으로 장식이 들어갈 수 있는 곳이라는 게 시계 제작자들의 얘기다. 이 말은 시계 제작에 들어가는 기술의 수준을 대변해 준다.

여러 층을 이룬 톱니바퀴, 스프링, 기타 부속들이 들어설 이 시계의 메인 플레이트의 빈 자리에도 페라지라는 순수히 장식적인 공정이 들어갈 것이다. RGM의 장식 장인들은 메인 플레이트의 모든 면에 서로 겹친 작은 원들을 그려넣을 것이다. 이 부품을 장식하는 데는 30분 이상이 걸린다.



심장 수술

명품 시계가 비싼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비싼 자재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제작자들은 무브먼트 외에도 금과 백금 등의 귀금속을 사용해 시계를 장식한다. 일반적인 시계 같으면 철, 니켈, 은, 동이 들어가야 할 곳이다. 더욱 중요성이 큰 두 번째 이유는 제작방식이 노동 집약적이기 때문이다. RGM이 1년에 생산하는 시계의 수는 약 60개에 불과하며, 모든 무브먼트는 사내에서 제작된다. 머피의 팀은 매우 공을 들여 수작업으로 무브먼트를 만든다.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편집부 / BY JOE BR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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