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셋+ 더 뷰]“미국 FAANG 고점 논란에...유럽 증시, 대안 투자처로 급부상”

■피에르 앙리-플라망드 맨GLG 최고투자책임자
유로존 경제 순항 속 ECB 양적완화 속도조절 전망
獨·佛 등에 다양한 기업...밸류에이션 매력까지 높아
대형주보다 중소형주 골고루 투자 액티브전략 추천

“미국 증시가 역사적 밸류에이션에서 사상 최고점에 근접했기 때문에 주가가 더 높아진다면 투자자들이 다른 투자처를 모색하기 시작할 것입니다. 기업 실적 개선과 경제 성장세로 유럽 증시에 다른 지역보다 더 높은 성과를 얻을 수 있는 우호적 환경이 만들어졌습니다. 상장지수펀드(ETF)나 패시브 펀드가 대형주 투자에 집중돼 제약이 있는 만큼 액티브한 접근이 유럽 투자에 유효할 수 있습니다.”

미국 증시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기대와 함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초대형 정보기술(IT) 기업인 FAANG(페이스북·애플·아마존·넷플릭스·구글)을 중심으로 한 상승세가 거품 논란으로 한 순간에 꺼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고점 논란이 커질수록 미국 증시에 대한 대안으로 유럽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피에르 앙리-플라망드(사진) 맨GLG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유럽은 산업 선진국인 독일부터 명품 브랜드 산지 프랑스까지 다양한 투자기회를 제공한다”며 “미국 증시 상승세가 꺾이면 글로벌 투자자들이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은 유럽 증시 투자로 몰릴 것”으로 분석했다. 맨GLG는 글로벌 시장에서 1,035억달러(115조 3,197억원)의 자산을 운용하는 세계 최대 규모 대체투자 회사 맨그룹의 자산운용사다.

플라망드 CIO는 유럽중앙은행(ECB)이 최근 테이퍼링 계획을 발표했지만 유럽 증시에는 악재가 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올해 유로화 가치가 상당히 올랐는데 이것만으로도 긴축의 효과가 충분히 나타나고 있다”며 “마리오 드라기 총재가 테이퍼링 계획에 대해 신중함을 강조한 만큼 ECB가 향후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CB는 지난달 26일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는 동결했지만 내년 양적완화 규모를 줄이겠다고 밝히며 테이퍼링에 시동을 건 상황이다.

유럽 경제 회복세도 증시 전망을 밝히는 요인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올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경제성장률을 지난 10년래 가장 높은 2.2%로 전망하고 있다. 플라망드 CIO는 “금융위기 이후 더뎠던 유럽의 경제 회복세가 최근 몇 년 동안 가속화됐다”며 “유로존 뿐만 아니라 유럽연합(EU) 28개국도 3·4분기에 전년동기 대비 0.6% 성장하며 긍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유럽 국가와 은행들이 필요한 개혁을 겪어왔기 때문에 재정 건전성도 좋다”며 “ECB가 테이퍼링을 해도 큰 충격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증시 상승세를 이끈 정보기술(IT) 업종에 대한 투자 기회도 유럽 증시에서 곧 열릴 것으로 분석된다. 플라망드 CIO는 “유럽 IT 기업들은 직접적인 소비자보다 비즈니스 관련 서비스에 중점을 두어왔기 때문에 소비자 중심인 미국 FAANG과 비교해 성과가 낮았다”며 “비즈니스 환경이 개선되고 있기 때문에 곧 유럽 기술 기업들이 수혜를 입을 환경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럽증시 투자 때 대형주보다 중소형주에 집중하는 것이 밸류 창출에 유리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플라망드 CIO는 “ETF나 패시브 상품의 인기로 유럽시장 전반에 대형주 집중 현상이 심하다”며 “유럽 대기업들은 정부의 간섭이나 규제를 심하게 받기 때문에 이는 좋은 전략이 아닐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으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유럽 지수의 경우 자산의 70%가 대형주 투자에 집중돼 있다. 플라망드 CIO는 “유럽은 독일부터 프랑스까지 국가별로 특색 있는 다양한 기업들이 존재하는 만큼 단순히 겉보기에 괜찮은 기업을 투자하기보다 중소형 종목들에 관심을 두는 것이 밸류창출에 유리하다”며 중소형주로 역동적인 투자기회를 찾으라고 조언했다.

중소형주 투자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액티브 전략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플라망드 CIO는 “해외 투자자들은 유럽증시에 대한 정보 습득이 늦어 패시브 전략에 더 끌릴 수 있지만 이는 일부 섹터에 대한 과도한 투자로 이어지기 쉽다”며 “유럽에서는 주식 선택에 있어서 액티브한 접근이 더 유용하다”고 설명했다.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Brexit) 협상 등 증시에 악재가 될 수 있는 변수가 예정돼 있다는 점도 액티브 전략이 유리한 이유로 꼽힌다.플라망드 CIO는 “브렉시트 협상과 날이 갈수록 더해지는 매크로 규제로 유럽 경기 회복을 방해하는 요인이 커지고 있다”며 “변동성 장세에서는 액티브 매니저들이 환경을 고려해 훌륭한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증시 투자에서 정치 이슈가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플라망드 CIO는 “브렉시트 협상과 함께 스페인 카탈루냐 사태 등 정치 이슈가 유럽 증시의 리스크로 부각될 수 있다”며 투자자들이 이를 염두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럽에 투자할 때 아시아 경제 상황을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그는 “일본의 엔화 약세가 지속될 경우 독일 제조업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될 수 있고 중국의 구조적인 경제성장세 둔화가 프랑스 명품 소비에 대한 수요를 떨어뜨릴 수도 있다”며 “유럽 증시에 투자할 때 아시아 경제 이슈를 눈여겨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유로화 환율도 유럽증시에 투자할 때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사항이다. 플라망드 CIO는 “최근 유로화 강세가 유럽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이 사실”이라며 “장기적인 변동성을 제외하면 유로화 행보에 가장 주목해서 투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경운기자 cloud@sedaily.com

▦He is···

피에르-앙리 플라망드 맨GLG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프랑스 파리정치대학에서 수학했다. 이후 1995년 골드만삭스에 입사해 자기매매부문 대표를 지낸 후 2011년 에도마캐피탈파트너스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2014년 글로벌 대체투자 운용사인 영국 맨그룹으로 자리를 옮겨 현재까지 계열 자산운용사인 맨GLG의 CIO로 활약하고 있다. /이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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