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디오 드래곤이 제작한 드라마 ‘도깨비’
드라마 도깨비·미생 등을 제작한 CJ E&M(130960) 계열사인 스튜디오 드래곤은 24일 코스닥에 상장한다고 9일 밝혔다. 최진희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에서 상장 기자간담회를 열고 “기업공개(IPO)재원으로 글로벌 역량 확보와 사업 확대를 위한 투자에 집중해 현재 20%인 시장 점유율을 2020년까지 40%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스튜디오 드래곤은 2016년 CJ그룹의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자회사인 E&M에서 물적 분할한 종합 드라마 제작사다. 드라마 산업은 외주 제작사에서 드라마를 납품받으면서 지적 재산권(IP)까지 가져가는 방송사와 작가와 연출진을 보유하고 드라마를 만들지만 지적 재산권이 없는 외주 드라마 제작사로 나뉜다. 스튜디오 드래곤은 작가와 연출진을 보유해 직접 제작하지만 TvN 등 CJ E&M 채널을 통한 유통망을 토대로 대형화되면서 지상파나 종합편성채널 타 계열 방송사와 드라마 편성 계약 시 지적 재산권을 보유하고 있다.
매출은 크게 드라마를 방송사에 납품하는 편성 사업, 드라마를 국내외 방송사나 플랫폼에 판매하는 판매 사업, 소품 협찬을 통한 간접 광고나 관련 상품 매출 등으로 나뉜다. 드라마 편성과 판매가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한다.
스튜디오 드래곤은 올해 현재까지 22편을 제작했다. 미생(2014년, tvN, 최고시청률 8.2%), 시그널(2016년, tvN, 12.5%), 도깨비(2016∼2017년, tvN, 20.5%) 등 연속 히트작을 내면서 국내 시장점유율 20~25%를 차지한 부동의 1위다. 최근에는 도깨비의 김은숙· 푸른 바다의 전설 박지은 작가 등 유명작가가 소속된 문화창고·화담·KPJ을 인수해 이들 작가가 주주로 지분을 들고 있다. 미생의 김원석 감독, 도깨비의 이응복 감독 등도 스튜디오 드래곤에 소속되어 있다.
매출의 30%를 차지하는 수출을 늘리기 위한 해외 사업도 강화한다. 미국 아마존과 넷플릭스, 케이블방송사인 AMC, 영국 방송사인 ITV와 손잡고 해외 드라마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해외 시장에 선보일 드라마를 제작하기 위해 2020년까지 1,420억원 가량을 투자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최 대표는 “2~3년 이내에 미국 드라마 진출이 가시화 될 것으로 보이며 넷플릭스 등 인터넷을 통한 글로벌 드라마 유통 채널을 활용하면 새 작품뿐만 아니라 기존 방영 작품을 재판매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스튜디오 드래곤의 매출은 2014년 1,031억원에서 2016년 1,955억원으로 상승했고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13억원에서 130억원으로 뛰었다. 다만 주요 수출처인 중국은 한한령(限韓令·한류금지령) 여파로 2016년 이후 1년 넘게 당국의 스튜디오 드래곤 제작 드라마의 수입 허가가 나지 않은 상황이다. 최 대표는 “한한령 이전 한국 드라마 가치가 너무 달궈진 상태였기 때문에 풀리더라도 예전 같이 수출이 될지 가늠이 어렵다”면서도 “상장 이후 전망에 중국 수출분을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제 풀린다면 매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드라마 제작 산업이 보편적인 업종이 아니어서 관련 통계조차 마련되어 있지 않은 점은 불안 요소다. 스튜디오 드래곤의 점유율 20%는 공식 통계가 아닌 드라마 제작 편수를 토대로 한 수치다. 희망공모가를 정하기 위해 비슷한 업종의 경쟁업체를 선정할 때도 상장된 드라마 제작사가 적어 우리와 증시 환경이 크게 다른 중국계 회사 2곳을 참조했다. 편당 평균 제작비가 4억 5,000만 원이고 유명 작가나 판타지 물 컴퓨터 그래픽이 늘면 제작비 부담이 커지지만, 흥행 실패나 한한령 등 여파로 수출길이 막히면 제작비가 고스란히 손실로 돌아온다.
스튜디오드래곤의 희망 공모가는 3만900∼3만5,000원이다. 공모가 상단을 기준으로 보면 총 2,1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하게 된다.
이날부터 10일까지 이틀간 진행되는 수요예측에서 공모가를 확정해 16∼17일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을 받을 예정이다.
상장 후 시가총액은 약 8,500억∼1조원 수준으로 전망된다. 미래에셋대우가 대표 주관사다.
/임세원기자 wh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