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벨로퍼, 분양업자 딱지 떼고 다각화 속도낸다

피데스, 복합상업시설 첫 개발
엠디엠은 미국·베트남 등 개척

부동산 디벨로퍼들이 진화하고 있다. 이들은 그동안 택지지구 아파트 분양 등 국내 주택사업에 주력해왔으나 최근 들어 복합시설 개발에 뛰어들거나 해외 진출에 나서는 등 사업 다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부동산 규제 등으로 국내 주택사업 여건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가운데 지난 몇 년간 주택시장 호황으로 축적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미래 먹거리 발굴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9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피데스개발은 서울 도봉구 방학동에 위치한 KT방학빌딩을 복합상업시설로 개발할 예정이다. 주거 분양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피데스의 첫 복합상업시설 개발 도전이다. 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는 “앞으로 당분간은 택지 개발이 사라지고 기성 시가지를 도시재생 하면서 재건축을 통해 주택이 공급될 것으로 본다”며 “재건축을 통한 주택 공급은 건설사·조합·신탁사들이 주도하고 디벨로퍼들이 설 자리가 별로 없기 때문에 대안을 찾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복합 개발이나 고급주택·소형주택·오피스·호텔 등의 개발사업 비중이 커질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최근 광운대 역세권 개발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현대산업개발 역시 비슷한 사례다.


해외로 눈을 돌리는 곳도 있다. 엠디엠(MDM)이 대표적이다. MDM은 최근 홍콩계 부동산자산운용사 거캐피털과 손잡고 해외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구명완 MDM플러스 대표는 “국내 주택시장에서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줄면서 해외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이번에 거캐피털과 투자하는 미국뿐만 아니라 베트남과 같이 빠르게 성장하는 신흥국도 관심 있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해외 진출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는 지금까지와 같은 분양이 아닌 자산을 운용하고 관리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공급과잉 시대로 접어들고 있는 부동산시장의 변화에 발맞춰 기존 사업모델에 변화를 꾀하는 디벨로퍼들도 있다. 주로 홈플러스와 같은 할인점을 개발해온 STS개발은 최근 할인점 시장이 갈수록 악화됨에 따라 현재 용인에서 준비 중인 사업은 기존 할인점들과의 차별화를 꾀하기 위해 체험 및 체류형 공간의 비중을 크게 키울 예정이다.

이 같은 변화는 국내 부동산시장의 변화, 디벨로퍼들의 성장이 맞물린 결과로 보인다. 김 대표는 “분양에서 탈피해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자본력이 필요한데 지난 몇 년간 부동산 경기가 좋아 수천억원씩 자본을 축적한 디벨로퍼들이 생겨났다”며 “디벨로퍼 업계의 변화가 본격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경수 한국부동산개발협회 사무국장은 “서울을 제외하고는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어섰다”며 “주택사업만 가지고는 기업을 영속적으로 운영할 수 없다고 판단해 미래 준비 차원에서 사업 다각화를 하려는 곳들이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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