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꽂이-혁명의 러시아 1891~1991] 신기루가 된 러시아의 유토피아 실험

■올랜도 파이지스 지음, 어크로스 펴냄




‘혁명의 러시아 1891~1991’는 제목에서 드러나듯 1891년의 제정 러시아 말기부터 1991년 소비에트 연방 붕괴에 이르기까지 100년의 지평 위에서 러시아 혁명을 되짚는다. 영국 런던대 버벡칼리지 역사학 교수로 재직 중인 올랜도 파이지스는 1917년 전후의 짧은 기간에만 초점을 맞추면 러시아 혁명이라는 거대한 벽화를 제대로 그려낼 수 없다고 믿는다.

책은 인류 최대의 유토피아 실험인 공산주의 이상이 어떻게 현실에서 왜곡되고 실패했는가를 추적하기 위해 러시아 혁명의 부침을 3개 세대로 나누어 설명한다. 1870년대~1880년대에 태어나 10월 혁명을 주도한 ‘구 볼셰비키’, 소련식 가치를 교육받아 ‘위로부터의 혁명’을 추진한 ‘스탈린 시대의 신 엘리트’, 그리고 스탈린의 범죄행위를 비난한 흐루쇼프의 해빙기에 정체성을 확립한 ‘60년대인’이다. 왜 혁명은 실패했는가. 혁명이 남긴 것은 무엇인가. 책은 “러시아인들이 공산주의 체제의 사회적 트라우마와 질환으로부터 치료받는 데에는 수십 년이 걸릴 것이다. 정치적으로 혁명은 죽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혁명은 100년 동안의 그 폭력적인 사이클 속에 휩쓸린 사람들의 정신 속에서 사후의 삶을 계속 살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1만8,000원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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