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꾼’ 현빈 매력의 확장, ‘마스터’·‘원라인’과 다른 반전

영화 ‘꾼’은 분명 관객들의 구미를 당기게 하는 요소가 여럿 있다. 현빈, 유지태, 배성우, 박성웅, 나나, 안세하의 개성 강하고 탄탄한 라인업, 기막힌 팀플레이로 사기꾼을 속이는 사기꾼들, 실제사건 기반의 통렬한 메시지가 눈에 띈다. 그렇게 풍성한 상차림으로 관객들을 맞는 케이퍼 무비다.

사진=쇼박스


10일 서울 중구 메가박스 동대문에서는 영화 ‘꾼’(감독 장창원)이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꾼’은 희대의 사기꾼을 잡기 위해 뭉친 ‘사기꾼 잡는 사기꾼들’의 예측불가 팀플레이를 다룬 범죄오락영화.

‘꾼’은 앞서 포스터 공개 당시 ‘나우 유 씨 미’를 연상케 했고, 캐스팅 무게감은 ‘도둑들’, 캐릭터 구성과 메시지의 현실성은 ‘원라인’과 비견할 만했다. 희대의 금융다단계 사기꾼 조희팔 사건을 모티브로 삼았다는 점에서는 ‘원라인’, ‘마스터’와 같은 선상에서 출발했다.

이제는 케이퍼무비가 만연해진 충무로에서 ‘꾼’이 어떤 새로움으로 승부수를 띄울 지가 관건이었다. 다행히도 ‘꾼’은 최후 응징의 대상을 달리해 앞선 영화들과 차이를 가졌다. 말미에는 케이퍼무비의 필수요소인 ‘반전’을 빼놓지 않고 심어놓아 관객들에게 마지막까지 통쾌한 재미를 주려 했다.


올 상반기 ‘공조’로 유해진과 손을 잡았던 현빈은 이번에 유지태와 공조에 나섰다. 현빈은 사기꾼만 골라 속이는 지능형 사기꾼 황지성으로 분해 수석검사 박희수(유지태)와 결탁, 그의 비공식 수사 루트인 사기꾼 3인방 고석동(배성우), 춘자(나나), 김 과장(안세하)와 함께 잠적한 장두칠의 심복 곽승건(박성웅)에게 접근하기 위한 판을 짠다.

사진=쇼박스


현빈은 ‘공조’에서 북한형사로 경직된 모습을 보여준 것과 반대로, ‘꾼’에서는 변장과 속임수에 능하고 스마트한 사기꾼으로 유연함을 보여줬다. 표현의 스펙트럼 확장뿐만 아니라 전작에서보다 더 크고 다양한 매력을 발산했다. 유지태 역시 반듯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권력욕에 사로잡힌 이중적 인물을 열연했다. 선과 악을 넘나드는 연기에서 여실히 내공을 느낄 수 있다.

두 주인공과 더불어 ‘꾼’은 케이퍼무비가 갖춰야 할 전형적 인물 구성을 보인다. 박성웅은 희대의 사기꾼 장두칠의 오른팔 곽승건 역, 배성우는 눈치 빠르고 연기 좀 되는 고석동 역, 나나는 미인계 현혹꾼 춘자 역, 안세하는 뒷조사 담당 기술자 김 과장 역을 선보였다. 이들은 각자 이미지에 맞는 탈을 쓰고 구멍 없는 연기로 인물간의 유기성을 띠었다. 이 가운데 나나는 가수 애프터스쿨 출신으로 첫 스크린 데뷔를 하는 것임에도 손색없는 능청미를 뽐냈다.

하지만 이 개성강한 구성원을 열연했음에도 연출, 편집에서 각 캐릭터의 활용이 십분 이뤄진 것 같지는 않다. 주요 포커스가 황지성과 박희수에 쏠린 탓에 나머지 팀 멤버들의 매력이나 활약을 강렬하게 심어주지 못했다. 초반에 인물소개 식으로 짧게 보여준 후에는 힘을 잃어서 이들의 팀플레이로 막판에 달성하는 짜릿함이 극도로 와 닿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후반 반전과 묵직한 메시지는 만족스럽다. 인물들 관계에서 예상치 못한 구도의 변화가 일어남과 동시에 펼쳐지는 응당한 최후의 심판이 관객들의 뒤통수를 때릴 만하다. 이야기가 ‘그들만의 리그’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를 되짚어보게 만들어 결코 가볍게 지나칠 영화는 아니다. 22일 개봉.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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