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덕수고 세미나실에서 열린 ‘청소년을 위한 글쓰기 인문학’ 첫 강의에서 최옥정(사진) 작가가 강의를 하고 있다./사진=백상경제연구원
“책을 읽고 나면 그 때뿐 내 것이 안되는 것 같아요. 어떻게 책을 읽어야 하죠?”
지난 10일 덕수고등학교 세미나실에서 열린 고인돌 강좌 ‘청소년을 위한 글쓰기 인문학-평형수 글쓰기’에서 참가한 학생이 강의를 맡은 최옥정(사진) 작가에게 던진 질문이다.
고인돌(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은 서울경제신문 부설 백상경제연구원과 서울시교육청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시민과 청소년을 위한 인문학 아카데미로 올해 5회째다. 이날 강의는 용산도서관이 지역학교를 위해 마련한 인문학 특강이다.
학생의 질문에 최 작가는 망설임 없이 “읽으면서 기억에 남는 말을 한 마디라도 적으라”고 조언했다. 독서 노트를 작성하라는 말이다. 처음부터 독후감을 쓰느라 고민하지 말고, 책을 읽은 날짜와 책 제목과 저자명 등 간단한 서지사항을 쓴 다음 책 속에 한 문장을 베껴 쓰라는 것이 그가 제시한 처방이다. “별다른 생각없이 쓰는 것 같지만, 지나고 다시 노트를 펼쳐 보면 그때 읽은 내용이 떠오르게 되지요. 처음에는 잘 모르지만, 독서 노트의 분량이 늘어나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지식이 쌓이죠. 또 막연한 글쓰기의 실마리를 푸는 소중한 나만의 자산이 된답니다.”
다독이냐 정독이냐에 대한 해법도 제시했다. “여러 권의 책을 읽되, 한 달에 한권 정도는 정독을 하라고 권하고 싶어요. 한 문장씩 곱씹어가면서 책을 차분히 읽으면 그 책의 잔상이 기억으로 내 머리에 남아요. 지금은 여러분이 다양한 작가의 책을 읽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이 진정 좋아하는 작가와 만나게 되지요. 그때가 되면 그 작가가 쓴 모든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어요. 작가에 대해서 알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자신의 역할 모델로 삼을 수도 있겠죠.”
고등학교 시기에 본격화하는 자신의 진로에 대한 고민과 대학 입시를 앞두고 글쓰기에 대한 관심이 반영되어서인지, 참가한 학생들은 진지하기만 했다. 최 작가는 이날 독서를 하고 읽은 내용을 생각하면서 글로 옮겨보는 과정을 차분히 설명했다. 아울러 소설가의 역할, 갖춰야 할 덕목, 경제적인 문제 해결법 등 소설가를 꿈꾸는 학생의 진로상담과 문장력 키우기, 생각하는 법 글쓰기 훈련에 필요한 노하우 등을 소개했다. 강의가 끝난 후 학생들은 그동안 풀리지 않았던 글쓰기의 고민, 독서법 등을 적극적으로 물어보면서 답을 구했다.
한편, 생애 주기별 인문학 프로그램 고인돌(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은 서울시교육청 산하 21개 도서관과 30여개 중고등학교를 찾아가 생활 속에서 발견하는 다양한 주제를 인문학적인 관점으로 풀어내는 강좌로 구성해 오는 12월까지 이어 나갈 예정이다./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