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에세이]회복기 집중재활 걸림돌 없애야

유승돈 강동경희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대한재활의학회 정책이사

유승돈 강동경희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대한재활의학회 정책이사


재활의학과 전문의로서 가장 듣기 불편한 말이 ‘재활난민’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뇌졸중 환자들은 평균 115일간 입원하고 3.3개의 병원을 이용한다. 중증인 경우 입원기간도 더 길고 이용 병원 수도 평균 4.5개로 더 많다. 발병에서 회복 때까지 옮겨 다니는 재활의료기관의 수가 많다 보니 재활난민이라는 얘기가 아주 틀린 것은 아니다.

뇌졸중 수술 등을 받은 환자가 재활병원에 입원한 지 30일, 90일이 지나면 건강보험에서 병원에 지급하는 입원료가 깎인다. 병원들이 환자를 퇴원시킬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때문에 집중적인 재활치료를 받아야 하는 6개월~1년 동안 이 병원 저 병원으로 옮겨 다니느라 재활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거나, 입원기간 제한이 없는 요양병원으로 옮겨 현상 유지 수준의 소극적인 재활치료만 받는 사람이 적지 않다.

재활의료의 대상은 뇌성마비, 선천적 근육병, 운동신경원 질환 같은 선천적 질환이나 뇌졸중, 치매, 척수 손상 등 후천적으로 중증 질병·외상이 발생한 환자군이다.

재활의료는 재활치료 시기에 따라 급성기 초기재활, 회복기 집중재활, 만성기 유지재활로 구분된다. 급성기는 대학병원 등에서 환자를 중증도에 따라 분류하고 재활 잠재력을 평가해 장기 재활치료를 할 수 있도록 계획을 세우는 단계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급성기 재활치료를 할 수 있는 건강보험체계가 확립돼 있지 않다.


회복기는 급성기 평가를 토대로 집중적인 재활치료를 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다. 시설과 인력을 갖춘 재활의료기관에서 가정·사회 복귀에 필요한 재활 프로그램을 적용해 안정적으로 치료할 수 있어야 퇴원도 빨라지고 불필요한 재입원을 최소화할 수 있다.

만성기는 장애로 인한 합병증이 발생하지 않도록 재활을 유지해야 하는 시기로 우리나라에서는 재활병원과 요양병원에서 담당하고 있다.

미국 등 선진국은 뇌졸중 환자의 사회복귀율이 67~78%(2009년)인 데 반해 한국은 22.4%에 불과하다. 이 같은 격차는 우리나라가 급성기·회복기 재활에 비해 만성기 유지재활에 많은 진료량과 비용을 투입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4년 전문재활 입원치료비 6,118억원 중 51%를 만성기에 투입하는 등 의료자원을 비효율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인력·시설·장비를 갖춘 적절한 재활의료를 투입하면 장애 및 중증장애 발생률을 낮춰 추가적인 의료비 지출을 줄일 수 있다. 양질의 재활의료는 이를 필요로 하는 전 세계 모든 사람에게 최대한 제공될 수 있도록 강화돼야 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재활 강화에 대한 요구가 기본적인 인권이라고 강조했다.

회복기 집중재활을 저해하는 요인은 급성기 초기 재활치료 미실시, 입원치료 제한 및 입·퇴원의 반복, 건강보험 수가(酬價)체계와 팀 재활치료의 미비를 들 수 있다.

이를 개선하려면 첫째, 상병군과 중증도를 모두 고려해 적정 입원기간을 보장해야 한다. 둘째, 퇴원 후 가정·사회 복귀를 위한 팀 재활치료와 재활평가에 대한 수가를 마련해야 한다. 셋째, 급성기·회복기 재활에 대한 보상 시스템이 필요하다.

재활은 장애를 가지고 있거나 장애에 이를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이 최적의 기능 상태에 도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수단이다. 따라서 재활의료는 보건의료 시스템의 특정 단계에서만 공급되도록 할 것이 아니라 급성기·회복기·만성기 각각에서 다른 의료 부문과 통합적으로 공급돼야 한다. 각 시기별로 제공되는 재활의료 서비스의 내용·인력·시설에 차이가 있을 수 있으며 발병 시기와 중증도에 따라 적합한 재활의료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재활의료 전달체계를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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