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사건까지 불러온 숙박앱 선두경쟁

업계 라이벌 야놀자·여기어때
제휴점 모집·악성 댓글로 충돌
경찰수사 의뢰로 번지며 난타전
서로 다른 기준으로 "1위" 주장



닮은 듯 닮지 않은 두 기업이 있다. 한 기업은 흙수저 출신 창업가가 10년 넘게 숙박사업 한우물만 파서 업계 1위에 올랐고, 또 다른 기업은 웹하드사업을 통해 부를 축적한 창업가가 숙박시장의 성장가능성을 보고 회사를 설립해 단기간에 1위 사업자를 바짝 따라잡았다.

쫓고 쫓기는 자 간의 맹렬한 경쟁이 급기야 형사사건으로 치닫고 있다. 숙박앱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야놀자와 위드이노베이션(여기어때 운영사)간 벌어지고 있는 난타전 이야기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여기어때는 지난 2016년 6월 이후 약 5개월 간 경쟁사인 야놀자의 숙박관련 DB에 API를 이용한 크롤링(추출) 접근시도를 한 혐의로 검찰에 기소의견 송치 조치를 당했다. 여기어때에 적용되는 혐의는 △야놀자 홈페이지 디도스 공격 △저작권 침해 △업무방해 등 크게 세 가지다. 야놀자 관계자는 “지난해 크롤링 시도를 인지하고 경찰에 수사의뢰했으며 경쟁사가 당사자로 밝혀짐에 따라 올바른 업계 생태계 조성 차원에서라도 해당사건을 밝히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두 업체간 알력다툼은 이전에도 여러 차례 있었다. 숙박앱 시장은 제휴모텔 유치가 핵심이다. 전국 모텔을 찾아가 업주를 설득하는 식으로 영업이 전개된다. 현장 영업인력 간 충돌이 잦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지난해 초에는 여기어때가 제휴모텔 객실에 설치해놓은 QR코드를 야놀자 영업인력이 훼손했다며 항의가 오간 적이 있다.

지난해 초에는 여기어때가 자사 기사에 악의적인 댓글이 자주 게재되는 것을 발견하고 경찰수사를 의뢰했고 인지수사를 통해 악성댓글의 발원지가 야놀자라는 정황이 발견됐다. 또 같은 해 7월에는 여기어때 2차 투자유치 과정에서 악의적인 내용을 담은 증권가 정보지가 유포되는 것을 발견하고 이 역시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야놀자나 여기어때나 모두 확실한 근거 없이 정황증거만으로 상대방을 배후로 의심하고 경찰수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업계 종사자들은 두 업체간 싸움의 배경으로 ‘과도한 1등 조바심’을 꼽는다. 50여개 숙박앱이 난립하던 시장을 독점하던 야놀자 입장에서는 서비스 출시 2년 만에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여기어때가 눈엣가시처럼 보일 수 밖에 없다. 또 후발주자인 여기어때는 격차를 줄이기 위해 노이즈 마케팅을 포함한 강력한 드라이브에 나서야 했다.

각자에게 유리한 지표를 들어 ‘업계 1위’를 강조하는 일이 일상처럼 벌어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숙박앱 시장은 O2O(온오프연계) 사업 중에서도 다소 특이한 환경을 갖추고 있다. 숙박앱 시장은 현금유동성이 넘쳐나고 사업영역의 확장성이 높은 곳이다. 그런데 이 시장에 네이버나 카카오 등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들은 아직 뛰어들지 않았다. 이 천혜의 환경에서 두 업체가 업계 1위 타이틀을 획득하기 위한 각축전이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고 있는 것이다.

야놀자는 업력이나 매출규모, 앱 다운로드 수, 누적투자유치금 등이 여기어때를 압도한다. 야놀자의 지난해 매출은 684억원으로 여기어때(246억원)보다 2배 넘게 많다. 야놀자는 2005년 설립 이후 910억원의 투자를 유치한 반면 여기어때는 330억원이다.

여기어때는 제휴점수, 월이용자수 등이 야놀자를 앞선다. 여기어때 월간 이용자수는 약 220만명으로 야놀자(100만명)보다 2배 많다. 이 과정에서 야놀자는 “기업이라면 매출로 랭킹을 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여기어때는 “O2O 사업자라면 그 환경에 맞는 지표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사실 두 업체의 주장은 모두 맞는 말이다. 두 업체는 같은 숙박앱 사업자이지만 수익구조가 차이가 있다. 야놀자는 직영모텔 운영 및 프랜차이즈 사업 등 오프라인 사업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대규모 투자도 유치했다. 매출규모가 여기어때를 앞설 수밖에 없다.

이에 반해 여기어때는 일부 오프라인 사업을 하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온라인 숙박앱 사업에 전력하는 구조다. 두 회사를 나란히 세워놓고 동일한 잣대로 평가하기는 다소 어렵다는 뜻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수진 야놀자 대표와 심명섭 위드이노베이션 대표는 지난해 2~3차례 회동을 가졌다. 어떤 이야기가 오간 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마지막 만남 이후로 두 업체 간 공방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박해욱기자 spook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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