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춘섭 조달청장 "유망기업 지원 예산 증액...6조弗 해외조달시장 길 터줄 것"

[서경이 만난 사람]
'G-PASS기업'-해외기업 매칭...현지 대형 프로젝트 참여 지원
벤처쇼핑몰 '벤처나라' 등록상품 늘려 정부조달시장 진출 확대
나라장터 4년간 전면 고도화...이달 말 조달행정 혁신안도 발표

2일 박춘섭 조달청장./이호재기자.
대담=박희윤 사회부 차장 hypark@sedaily.com

“국내 정부조달 시장을 활용해 대규모 일자리를 만드는 데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습니다. 국내 우수 조달기업이 6조달러 규모로 추정되는 국제 조달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 좋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취임 100일을 즈음해 지난 10일 서울지방조달청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난 박춘섭(사진) 조달청장은 “국내 조달 시장에서 중소기업 수주 확대가 어려운 상황이지만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으로 해외 조달 시장이 새로운 수출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내년부터 수출경쟁력을 보유한 우수 조달기업과 해외 현지 전문기업을 매칭해 국내 조달기업들이 현지 대형 프로젝트에 진출할 수 있도록 힘써 돕겠다”고 강조했다.

박 청장은 이를 위해 해외 조달 시장 진출유망(G-PASS·Government Performance Assured) 기업을 지원하는 정부 예산을 대폭 늘릴 계획이다. 대한민국 한 해 살림살이를 총괄하는 기획재정부 예산실장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조달청 수장에 오른 만큼 예산 증액에 대한 조직의 기대도 크다.

조달청은 지난 2013년부터 G-PASS 기업을 중심으로 해외 전시회 참가 지원, 수출 컨소시엄 파견, 바이어 초청 수출상담회 등을 진행하고 있다. G-PASS 기업 수출실적은 2013년 1,514만달러에서 2016년 3,193만달러로 늘었고 해외 조달 시장에 관심을 갖는 기업도 2013년 95개에서 올해(9월 기준) 455개로 급증했다.

박 청장은 “조달청 나라장터 내 벤처기업 전용 쇼핑몰인 ‘벤처나라’를 더욱 활성화해 창업·벤처기업의 정부조달 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앞으로 이들 기업이 일자리 창출에 나설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지난해 10월 문을 연 벤처나라는 올해 10월 말 현재 213개사 1,001개 제품이 등록된 상태이며 34억원 규모의 거래실적을 보이고 있다.

박 청장은 “내년 벤처나라 거래실적이 100억원에 이를 수 있도록 등록상품을 확대하는 한편 홍보를 강화하고 수요기관 마케팅 지원에도 나서겠다”며 “창업·벤처기업이 공공조달 시장에서 성장하고 나아가 벤처나라를 발판 삼아 중소·중견기업이 참여하고 있는 다수공급자계약 등 더 큰 시장에 진출하도록 돕겠다”고 약속했다.

조달청은 기술력을 갖춘 중소·벤처기업의 공공판로 진출 통로인 ‘우수조달물품지정제도’도 4차 산업혁명과 일자리 창출 부문에 비중을 두고 제도 개선에 나설 예정이다. 박 청장은 “우수조달물품 지정심사 분야에 ‘지능정보기술’ 분야를 별도로 신설하고 관련 심사위원도 확충해 인공지능·빅데이터·드론 등 정보통신기술(ICT) 융복합 기술제품의 초기 시장 형성을 지원할 방침”이라며 “지난해 공공판로액 2조3,770억원에 이르는 우수조달물품 제도를 더욱 활성화해 중소·벤처기업의 성장을 촉진시키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최근 답보 상태에 있는 나라장터의 해외수출에도 다시 힘을 보탤 생각이다. 이를 위해 먼저 내년부터 나라장터 전면 개편 작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예산 28억원을 투입해 나라장터 전면 개편 정보전략기획 사업을 추진하고 오는 2019년 이후 4년간 500억원을 투입해 전면 고도화 사업을 펼칠 방침이다.

박 청장은 “기본계획에서 클라우드 등 최신기술 기반의 시스템으로 재구축하는 방안과 26개 자체조달 시스템의 나라장터 통합방안 등을 마련할 것”이라며 “오픈 시스템 개념을 도입해 민간기업이 수수료 없이 등록·판매할 수 있는 민간 쇼핑몰도 나라장터에 반영할 생각”이라고 소개했다.

이와 함께 나라장터에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 방식을 도입해 전자조달 시스템 도입희망국에 나라장터의 전체 시스템을 수출하는 대신 e발주 시스템, 하도급지킴이 시스템 등 개별 서비스를 수출하는 방안도 추진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전자조달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지정한 대전대산학협력단과의 협력을 통해 해외수출 조직 정비 및 역량 강화에도 나서기로 했다.

조달 시장에서의 불공정 행위 근절에 대한 의지도 피력했다. 그는 “2013년 말부터 하도급 관리 시스템인 ‘하도급지킴이’를 구축·운영 중이지만 낮은 인지도와 시스템 이용 불편 등으로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며 “하도급지킴이 이용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먼저 필요하다고 보고 경찰청·전남개발공사 등 8개 기관과 올해 하도급지킴이 이용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말했다.

박 청장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협약 확대를 위한 제도 개선 방침도 제시했다. “정부부처나 공공기관이 하도급지킴이 시스템을 의무적으로 이용하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며 “하도급업체나 근로자들이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7월 조달청에 신설한 불공정 조달행위 조사권이 서서히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고도 소개했다. 조사권 신설 이후 접수된 46건 가운데 22건에 대한 조사를 완료하고 1건에 대해 거래정지했고 21건에 대해 처분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147개 기업, 45억원이었던 불공정 조달행위 업체 적발 및 환수금액이 올해 현재까지 93개 기업, 132억원으로 늘었다.

조달청 직원들은 박 청장이 취임 이후 100일 동안 문재인 정부의 첫 조달청장이라는 책임감 아래 조달청이 앞으로 5년 동안 해야 할 일을 그리는 데 힘써 왔다고 입을 모은다. 이에 대해 박 청장은 “55조원 규모의 공공구매력을 활용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중소기업과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조달청을 만들기 위해 100일 동안 국민과의 소통뿐 아니라 조직 내부의 상하·수평적 소통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며 “이달 말 조달청의 미래 대비 혁신전략인 ‘조달행정혁신전략’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조달청은 최근 정부 입찰 및 우수조달물품 심사 때 고용창출 우수기업을 우대하는 방안과 고용·노동 분야 위법 행위 기업에 대해 입찰 불이익을 주는 조치 등 일자리 중심의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박 청장은 “조달청은 공공조달 집행기관으로서 그동안 계약과 관련된 제도를 어떻게 효율적이고 공정하게 집행하는가에 주로 초점을 맞춰왔고 나라장터를 통한 전자입찰 등은 대내외적으로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앞으로 집행의 효율성·공정성을 넘어 국가 정책적 측면에서 조달청이 더욱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전 직원과 함께 소통하고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사진=이호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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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 충북 단양 △1978년 대전고 △1983년 서울대 국제경제학과 △1987년 제31회 행정고시 △1995년 영국 맨체스터대 대학원 경제학과 △2008년 경제기획원 예산실 예산총괄과장 △2009년 기획재정부 국회예산결산특별위원회 국장 파견 △2011년 국무총리실 국정운영2실 재정금융정책관 △2012년 기획재정부 대변인 △2013년 기획재정부 경제예산심의관 △2014년 기획재정부 예산총괄심의관 △2015년 기획재정부 예산실장 △2017년 7월~ 제34대 조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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