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으로 끔찍한 9월을 보낸 미국, 군용 전투식량 인기 상상 초월


태풍으로 끔찍한 9월을 보낸 미국에서 군용 전투식량의 인기가 상상을 초월한다.

먼저 허리케인 <하비>가 휴스턴을 침수시켰고, 그 다음에는 어마가 플로리다를 강타했다. 대자연의 원투 펀치를 얻어맞은 사람들은 MRE를 찾아 헤맸다. MRE는 즉석 전투식량을 의미하는 미군의 군용어 “Meal, Ready-to-Eat”의 약자다. MRE는 여러 가지 식품이 장기 보존이 가능하도록 포장되어 있으며, 화학물질과 물을 사용해 식품을 익히는 히터도 들어 있다. MRE는 군용이지만, 재난대비에 민감한 민간인들도 MRE의 주요 유통사인 밀 키트 서플라이 사로부터 민간용을 사서 대피소에 저장할 수 있다.

밀 키트 서플라이 사의 사장인 블레어 칼더는 이 일이 매우 바빠졌다고 말한다. “하비 이후 많은 사람들이 재난 대비를 더욱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 것 같다. 하비 이전에는 다른 허리케인 시즌과 비슷한 수준의 판매량 증가만을 보였다.” 그러나 하비가 휩쓸고 간 이후 그의 회사는 텍사스 이재민 구호를 위해 엄청난 양의 MRE를 보냈다. “그런데 어마가 플로리다를 타격할 거라는 일기예보가 나오자 엄청난 규모의 주문이 들어왔다. 남아 있던 재고가 불과 며칠 만에 다 팔렸다. 재고가 없자 찾아오는 사람들을 돌려보낼 수 밖에 없었다. 정말 유감이었다.”

그는 “하비 때문에 어마를 대비해야겠다는 경각심이 엄청나게 강해졌다.”고 지적한다.

밀 키트 서플라이 사는 미국 정부를 위해 MRE를 생산하는 3개 대형 기업인 <소팩코>, <아메리퀄>, <워닉 푸즈>로부터 MRE를 공급받아 판매한다. <비프 타코>, <미트 소스 스파게티>, <해시브라운 소세지 패티> 등의 메뉴가 있다. 칼더는 “계약 조건에 의거, 재해 발생 시 이 3대 회사들의 운영은 미국 연방 재난 관리청(이하 FEMA)이 넘겨받으며, 그 외의 다른 회사들은 MRE 생산을 미룬다”고 말한다. FEMA가 MRE를 모두 가지고 있으므로, 현재 MRE가 없는 밀 키트 서플라이는 FEMA로부터 MRE를 받아 선주문을 해결해야만 한다.

칼더는 “더 많이 있었으면 더 많이 팔 수 있었을 것이다.” 라고 말한다.



45달러짜리 6개입 MRE 밀 키트 서플라이 세트. 회사 웹사이트에 따르면 11월까지 배송 불가다.



MRE의 제조사들은 민간용 MRE도 만들고 있다. 소팩코 사는 하나의 봉지 속에 한 끼 식량이 들어간 <슈어팩>을, 아메리퀄 사는 을 판촉하고 있다. 후자의 경우 메뉴 5번인 <라이스 치킨 새콤달콤 소스>, 메뉴 6번인 <토마토 소스를 곁들인 파스타와 채소> 등을 고를 수 있다. 그러나 슈어팩이건 A팩이건 현재 매진이다. 이는 해당기업 대표들이 확인해 준 사실이다.

소팩코 사의 상무인 샘 레이처트는 이메일을 통해 “전국에서 믿을 수 없을 만큼 큰 수요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군용 비상식량으로 재난에 대비하는 사람들에게는 MRE말고 다른 선택도 있다. 아메리퀄 사나 워닉 푸즈 사와는 별개의 회사인 MRE 스타를 포함한 여러 회사에서 만드는 것들이 그런 제품들이다. MRE 스타 사의 운영 부장 켄 레스터는 요즘 아무리 바쁘게 일해도 모든 대규모 주문을 맞출 수 없다고 하소연한다.

물론 재난에 대비하려고 꼭 군용 비상식량에만 의존할 필요는 없다. MRE에는 여러 가지 음식들이 레토르트 파우치에 담겨 보존되어 있으며, 먹고 싶으면 파우치를 찢어 열어 먹을 수 있다. 하지만 일반 잡화점에서도 이와 비슷한 식품을 구할 수 있다. 또는 <스파게티오>등 통조림에 든 비상 식량을 사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제품에는 MRE의 화학 히터가 없으므로, 캠핑 스토브 등 별도의 가열기구가 없으면 차게 먹어야 한다.

밀 키트 서플라이 사의 칼더는 “준비할 때는 지금이다”고 조언한다. 바꿔 말하면, 물건이 아직 흔할 때 준비해두라는 것이다. 이 회사에서 파는 MRE의 가격은 12개들이 한 상자에 130달러다. 그리고 MRE 1개의 열량은 최소 1,200칼로리다. 광고에 따르면 적절한 환경에 보존할 경우 유통 기한은 5년이다. 물을 준비하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 인간 1인이 하루에 소비하는 물의 양은 최소 4리터다.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편집부 / by Rob Ver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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