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속고발권 폐지 너무 서두르는 것 아닌가

공정거래위원회가 유통 분야의 전속고발권을 36년 만에 폐지하기로 했다. 프랜차이즈 등 유통 분야에서 불공정행위가 벌어지면 공정위 외에도 누구나 고발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그제 공정위는 이런 내용을 담은 ‘공정거래 법집행체계 개선 태스크포스(TF) 중간보고서’를 발표했다. 전속고발권은 공정거래 관련 사건에 대해서는 공정위가 고발해야만 검찰이 기소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공정위만 고발권을 가지도록 한 이유는 명확하다.


공정거래법은 기업의 경쟁제한적 활동을 규제하는 법이어서 다툼의 여지가 많고 고도의 전문적 판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공정위에만 전속고발권이 주어졌는데도 고발권 남용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공정위가 과징금을 과도하게 매겨 법원에서 패소하는 경우가 줄을 잇는 게 현실이다. 최근 사례만 보더라도 두 달 전 서울고법은 공정위가 일감 몰아주기 혐의로 한진그룹에 부과한 14억여원의 과징금 부과를 취소했다.

부당이익을 얻었다는 공정위의 증거가 부족하다고 본 것이다. 이렇게 공정위가 기업과의 소송에서 패한 건수가 최근 5년간 40건, 이로 인해 취소된 과징금이 1,400억원을 넘는다. 전문기관이라는 공정위가 이런 상황인데 누구라도 거래기업을 고발할 수 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는가. 소액주주와 시민단체는 물론 경쟁기업까지 나서 ‘묻지마 고발’을 남발할 게 불을 보듯 뻔하다.

특히 대기업과 달리 대응력이 떨어지는 중소·중견기업들은 줄소송으로 더 큰 피해를 볼 수 있다. 실제로 2013~2015년 불공정행위 등으로 공정위에 신고된 기업(8,097개사) 중 대기업집단 소속은 15.7%에 불과했고 84.3%가 중소·중견기업이었다. 전속고발권 폐지를 밀어붙이기보다 이 같은 부작용에 대한 논의부터 하는 게 순서다. 무엇보다 국회는 심각한 기업활동 위축 등의 우려를 감안해 법 개정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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