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폴트 위기’ 베네수엘라, 채권단과 67조 채무조정 나서

채권단 100여 명 참석…美 금융제재 속 협상전망 엇갈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AP연합뉴스
디폴트(채무 불이행) 위기에 직면한 베네수엘라 정부가 채권자들과 채무조정 협상에 돌입했다.

13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정부는 수도 카라카스에 있는 ‘하얀 궁전’에서 100여 명의 채권자와 대리인 등이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 채무조정 회의를 개최했다.

채무조정 협상 대표인 타렉 엘 아이사미 부통령과 시몬 세르파 경제부 장관은 회의장에 입장한 지 20분 만에 건물을 떠났다. 아이사미 부통령과 세르파 장관은 각각 마약밀매와 부패 혐의로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오른 인물이다.

이들의 조기 퇴장은 미 재무부가 채권자들이 채무조정 회의에 참석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제재 대상자들과 협상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강조한 상황을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

국제 금융계는 베네수엘라가 보유한 외환은 100억 달러에 불과하지만 총부채는 1,500억 달러(약 167조3,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이 중 600억 달러(67조3,000억 원)에 이르는 투기등급 채권의 이자와 상환 조건 등에 대한 재조정을 원하고 있다.

베네수엘라 채권을 보유한 투자자 중 70%는 북미 지역에 있고, 나머지는 중국과 러시아 등이 보유하고 있다. 최대 채권자는 20억7,000만 달러를 투자한 미국의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다. 이어 미국 투자펀드 블랙록이 17억9,000만 달러, 미국 FMR LCC가 11억8,000만 달러를 각각 투자했다.

금융시장은 베네수엘라가 만기를 조금 넘기더라도 채무를 지속해서 상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현재 직면하고 있는 심각한 경제위기에 대한 해결책을 베네수엘라 정부가 찾고 있다는 증거가 없다며 재협상의 실효성을 의심하고 있다. 특히 지난 8월 미국이 자국 금융기관이나 개인이 베네수엘라와 금융거래하는 것을 제한하는 금융제재를 가한 터라 돌파구를 찾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전날 국영 TV에서 “채무 지급을 멈추지 않겠다”면서 “디폴트 상황은 절대 오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국제 스왑·파생상품 협회는 이날 뉴욕에서 베네수엘라 채권 회의를 열었지만 디폴트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대신 14일 오전 다시 회의를 속개하기로 했다.

/김희원기자 heew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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