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너마저…60년 만에 월드컵 진출 좌절

유럽예선 PO서 스웨덴에 덜미
60년 만에 월드컵 본선 진출 좌절
美도 지난달 탈락…흥행 위기

이탈리아 선수들이 14일 스웨덴과의 플레이오프 2차전 무승부로 월드컵 본선 탈락이 확정되자 그라운드에 눕거나 주저앉아 허탈해하고 있다. /밀라노=EPA연합뉴스


이탈리아의 빗장수비를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볼 수 없다. 러시아월드컵은 가장 큰 시장을 보유한 미국이 지난달 탈락한 데 이어 네 차례 우승과 두 번의 준우승을 자랑하는 이탈리아마저 본선 진출에 실패하면서 심각한 흥행 위기에 처했다.

이탈리아는 14일(한국시간) 스웨덴과의 월드컵 유럽예선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0대0으로 비겼다. 원정 1차전에서 0대1로 졌던 이탈리아는 이날 밀라노 주세페 메아차에서 한 골도 뽑지 못하고 주저앉으면서 1무1패로 본선 티켓을 스웨덴에 넘겨줬다. 이탈리아 없는 월드컵 본선은 지난 1958년 스웨덴 대회 이후 60년 만. 월드컵 본선 연속 진출도 14회에서 멈춰 섰다.

14회 연속 출전은 브라질(21회), 독일(17회)에 이은 세 번째 기록. 러시아월드컵은 세계에서 세 번째 가는 단골손님을 잃은 셈이다. 6회 연속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바라봤던 전설의 골키퍼 잔루이지 부폰(유벤투스)은 “내 (대표팀) 마지막 경기가 월드컵 본선 좌절이 결정되는 경기가 되고 말았다. 팬들에게 미안하다”며 눈물을 쏟았다. 1978년생으로 A매치 175경기 기록을 남긴 부폰은 최근 올 시즌 뒤 은퇴를 선언했다. 그러나 이탈리아가 본선에 진출했다면 내년 월드컵까지는 출전할 가능성이 컸다. 레오나르도 보누치(AC밀란), 다니엘레 데로시(AS로마) 등 이탈리아 축구를 대표하는 스타들도 그라운드가 아닌 TV로 내년 월드컵을 지켜보게 됐다. 이탈리아 신문 가제타 델로 스포르트는 “우리가 월드컵에서 제외됐다. 대재앙이 일어났다”는 헤드라인을 뽑았다.


1차전 패배로 벼랑에 몰린 이탈리아는 76%의 볼 점유율과 27개의 슈팅(스웨덴은 4개)으로 상대를 몰아붙이면서도 끝내 1골을 터뜨리지 못했다. 후반 추가시간에는 페널티 지역에서 스웨덴 안드레아스 그랑크비스트(FC크라스노다르)의 손에 공이 맞았지만 페널티킥은 선언되지 않았다. 스페인 주심은 핸드볼에 고의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지난달에는 북중미 최강 미국이 5위로 떨어져 8회 연속 본선 진출이 좌절됐다. 성장 일로의 미국 시장에 큰 기대를 걸고 있던 국제축구연맹(FIFA)에 가장 큰 충격이었다. 러시아월드컵을 겨냥하는 미국 기업들의 후원을 기대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전통의 인기팀 이탈리아의 탈락을 바라보는 축구 팬들의 허탈감은 미국 탈락 때보다 훨씬 클 수밖에 없다.

이탈리아 축구의 위기는 사실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부터 시작됐다. 자국 리그(세리에A)의 승부조작 스캔들 여파에 대표팀도 흔들렸고 결국 2무1패의 초라한 성적으로 16강행에 실패했다. 2014 브라질 대회 때도 1승2패로 16강에 오르지 못했다. 이번 러시아월드컵 유럽예선에서도 스페인에 이은 G조 2위(7승2무1패)를 차지하기는 했지만 스페인 원정에서 0대3으로 대패하고 약체 마케도니아와 1대1로 비기는 등 2006년 월드컵 우승 때의 모습에는 크게 못 미친다는 지적이 많았다.

한편 스웨덴은 슈퍼스타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없이도 12년 만에 월드컵 본선에 오르는 쾌거를 올렸다. 공격수 이브라히모비치는 지난해 6월 대표팀에서 은퇴했지만 팬들은 내년 본선에 그가 복귀하는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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