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커리지·IB·WM' 균형잡힌 사업...삼성·한투證, 실적 선방

[증권사 3분기 실적 보니]
코스피 상승 둔화에 빅4 순영업수익 4%↓...삼성은 22%↑
금리상승 여파로 자기매매 손실 가능성 "4분기도 고민"
초대형IB 위해 자본늘린 대형증권사 ROE 하락 우려도

상반기 강세장에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일제히 깜짝 실적을 보였지만 하반기 실적은 하락세를 보였다. 3·4분기 횡보한 증시에 거래대금이 줄어든 탓이 큰데 이들 증권사 중 브로커리지와 자산관리(WM), 투자은행(IB) 사업 부문이 골고루 정립된 증권사가 약세장에서도 잘 버텼다. 초대형 IB의 핵심 업무인 발행어음(단기금융업) 인가를 위해 자기자본을 늘린 증권사들이 늘어난 자본금만큼 수익을 내지 못해 자기자본이익률(ROE)이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가시화된 셈이다.

14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006800)·NH투자증권(005940)·한국투자증권·삼성증권(016360) 등 자기자본 기준 상위 대형 증권사 네 곳의 3·4분기 순영업수익은 약 1조2,00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4%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직전 분기 대비 2·4분기 순이익 성장률이 당시 증시 상승으로 3.7%가량 늘어난 것과 대비해서 다소 감소한 수치다. 순영업수익은 영업이익과 판매관리비를 합친 것으로 증권사의 영업을 통한 이익을 말한다.

주요 증권사들의 순영업수익이 줄어든 것은 3·4분기 코스피 상승이 주춤했기 때문이다. 상반기 2,000포인트에서 2,400포인트까지 수직 상승한 코스피지수는 3·4분기 2,310~2450선에서 머무르며 증권사의 위탁매매수수료 감소로 이어졌다. 3·4분기 일평균 증시 거래대금은 8조2,000억원으로 2·4분기 대비 7% 넘게 줄었다.

3·4분기 가장 양호한 실적 성장세를 보인 곳은 삼성증권이다. 대부분 증권사들이 브로커리지 수익이 전 분기 대비 하락했지만 삼성증권은 IB와 WM 부문의 뒷받침으로 견조한 순이익 성장률을 보였다. 삼성증권의 3·4분기 지배주주 순이익은 시장 예상치를 넘어선 전년 동기 대비 75% 증가한 874억원을 기록했다. 직전분기와 비교해도 31% 늘어난 수치다. 영업수익은 2,713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22.6% 증가했다. 특히 IB 부문과 WM 부문 수익이 각각 같은 기간 12.1%, 2.9% 늘어나며 0.5% 줄어든 브로커리지 부문 이익을 뒷받침했다. 삼성증권의 3·4분기 순영업수익에서 브로커리지·IB·WM 부문 비중은 각각 33.7%, 9.2%, 9.1%로 다른 증권사들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고른 사업 매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지난 13일 초대형 IB로 선정되며 유일하게 IB 핵심 업무인 발행어음 인가를 받은 한국투자증권도 약세장에 안정적 실적을 보였다. 한국투자증권도 3·4분기 순이익은 1,31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0% 증가했다. 강세장이었던 2·4분기 대비로 봐도 8% 순이익이 증가하는 등 실적 방어에 성공했다. 한국투자증권의 브로커리지·IB·WM 순영업수익 비중도 각각 23.8%, 10.4%, 10.5%로 고른 분포를 가지고 있어 약세장에도 안정적 이익을 만들었다.


자기자본 7조원으로 국내 최대 증권사인 미래에셋대우도 3·4분기 순이익은 1,342억원을 보이며 국내 증권사 중 가장 높은 이익을 기록했다. 위탁매매부문 수익이 전 분기 대비 3% 감소한 가운데 WM 수익이 전 분기 대비 3% 증가한 580억원을 기록했다. IB 부문은 같은 기간 12% 줄어든 772억원을 보였다. 미래에셋대우도 브로커리지, IB, 자산관리 이익 비중이 26%, 10%, 14% 선으로 고른 수익 배분을 보였다.

사업 부문이 한쪽으로 치중된 곳은 이익 변동성이 다소 심했다. IB 부문 최강자인 NH투자증권은 3·4분기 IB 부문의 수익이 감소하며 전체 영업수익 감소로 이어졌다. NH투자증권의 3·4분기 연결기준 순이익은 874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19% 줄어들었다. 2·4분기 NH투자증권의 사업 부문별 순영업수익 기여도는 브로커리지(25.1%), IB(12.4%), WM(4.8%) 순으로 WM 부문이 상대적으로 약한 편이다.

브로커리지 수익에 크게 편중된 키움증권은 3·4분기 ‘어닝쇼크’에 직면했다. 키움증권의 3·4분기 지배순익은 323억원을 기록하며 시장 예상치를 40%나 밑돌았다. 임수연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키움증권은 시장 변동성에 따른 영향은 다른 증권사보다 훨씬 크게 받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키움증권의 상반기 순영업수익 중 IB와 WM 비중은 5~7% 남짓에 불과하다. 증시 침체에도 대신증권(003540)은 견조한 브로커리지 수익으로 양호한 실적 상승을 보였다.

대신증권의 3·4분기 당기순이익은 35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1% 늘었다. 직전 분기 대비로 보면 15% 줄어들었다. 브로커리지 수익은 369억원을 기록했고 IB와 WM 부문도 각각 51억원, 57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증권사들의 실적은 3·4분기보다 4·4분기가 고민이다. 금리 상승 여파로 자기매매이익이 급격히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자기매매이익은 주식과 채권, 장내·장외파생상품 등의 보유 및 매매와 관련한 손익을 말한다. 따라서 금리나 주가 변화에 따른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특히 금리가 오르면 채권 평가 및 처분 손실이 발생하며 자기매매는 자칫 손실을 볼 수도 있다.

/박호현기자 greenlight@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