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찬반양론이 갈린다. 정부 세금이 결국 주택개발 업자의 호주머니로 들어갔고 분양가 인상의 원인이 됐다는 비판도 있다. 그러나 이 제도로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룬 사람은 13만5,000명에 달한다.
집값의 5%에 해당하는 현찰만으로 집을 산다는 데 대해 과도한 빚이라는 반론도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영국의 살인적인 월세 수준을 생각하면 월세를 차라리 모기지 대출의 이자로 돌려 집이라는 거주 공간이자 자산을 마련하는 것이 국민 복지를 위해 나은 정책적 선택일 수 있다. 게다가 주택 소유 여부는 소유자의 정치적 성향까지 결정짓기 때문에 영국 보수 정권에서는 선호하는 정책일 수 있다.
한국의 사정은 이와 크게 다르다. 정부가 가계부채 및 부동산 대책 차원에서 주택시장의 대출을 서서히 조여오고 있다. 그 정점에 신총부채상환비율(DTI)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있다. 아직 구체적인 방안은 정부에서 다듬고 있어 올해 말이나 내년에야 확정적인 안이 나오겠지만 부동산 대출 규제의 큰 전환점이 될 만한 제도 변화다.
과도한 대출에 대한 규제는 당연히 필요하다. 한국이 글로벌 금융위기 파고를 비교적 무사히 넘은 것은 선제적인 주택담보인정비율(LTV), DTI 규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돈(큰 자기자본) 없이 집을 사는 것이 당연했지만 이제 빚내는 것을 무서워해야 할 시점이 온 것도 맞다. 그동안 우리는 가파르게 오르는 금리의 고통을 잊고 살았다.
그럼에도 다주택자를 잡기 위해 대출을 옥죄려다가 대출 상환 능력이 충분히 있는 실수요층까지 덩달아 규제로 묶는 것은 과도하다. 대표적 계층이 부모에게 물려받은 것 없는 흙수저 출신의 젊은 월급쟁이나 자영업자들이다. 이들은 당장 가진 현금이 많지는 않지만 향후 꾸준한 소득 증대가 예상됨에도 강화된 대출 규제로 인해 ‘금융 사다리’의 도움을 받아 내 집 마련을 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획일적 규제는 필요 이상의 비용을 지불하게 하는 부작용도 있다. 예컨대 LTV 비율을 무 자르듯 자르면서 DTI가 아무리 낮은 고소득자라고 하더라도 나머지는 고리의 신용대출로 돌려야 하는 상황도 연출되고 있다. 이는 결국 은행만 좋은 일이 되고 말았다.
대출 규제는 필요하다. 그러나 투자용이 아닌 실거주 목적의 상환 능력이 충분한 내 집 마련 수요자들이 금융이라는 수단을 이용해 저리로 집을 살 수 있도록 세밀한 대출 규제가 필요하다. 특정 시장, 특정 계층을 타깃 지원하는 영국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