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수익 모델을 활용해 수많은 사회 문제들을 해결하려 하고 있다. 포춘이 이 부분에서 가장 뛰어난 기업들을 선정했다. 우리가 작성한 연례 3번째 리스트를 여기에 소개한다.
지난 여름 상반기 실적을 발표했을 때, 유니레버 Unilever에겐 우쭐해 할만한 좋은 수치들이 상당히 많았다. 매출은 5.5% 증가한 277억 유로(300억 달러)를 기록해 업계 경쟁업체들을 앞질러 견조한 성장을 했다. 매출은 수익으로도 이어져 전년에 비해 주당순이익이 24%나 상승했다.
그러나 8월 말 유니레버 CEO 폴 폴먼 Paul Polman은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가장 흥미롭게 생각하는 데이터는 따로 있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데이터 수치는 180만. 영국과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소비자 제품 대기업 유니레버의 연간 입사지원자 수였다. 이들 중 상당수는 1980년대~2000년대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였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유니레버는 비누, 땀 억제제, 마요네즈 등을 만드는 회사다. 물론 이 같은 상품을 만드는데 잘못된 점은 없다. 그러나 굳이 이들을 매력적이라고 볼 수 있을까?
그렇다면 유니레버의 매력은 무엇일까? 폴먼은 “데이터에 따르면, 지원자들 중 대략 60% 정도는 회사의 지속가능한 리빙 플랜(Sustainable Living Plan)과 더 큰 사업 목표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 계획은 유니레버의 성장을 위한 청사진이다. 구체적으론 더 스마트한 방식으로 배출 쓰레기와 물, 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원자재를 발굴하고, 지역 농부들을 돕고, 기타 친환경적 목표 달성을 위해 힘쓰겠다는 것이다. 열의에 찬 수많은 지원자들이 단순히 이 회사 제품을 팔겠다고 이력서를 제출한 건 아니겠지만, 폴먼은 그들이 “결국 혼자 하는 것보다 더 큰 차이를 만들어낼 것”임을 알고 있기 때문에 지원을 한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폴먼은 지속가능 플랜에 대한 명확한 투자 근거를 갖고 있다. 그는 “직원들이 회사에 느끼는 호감과 기업 이미지, 교육, 적극적 참여 등을 생각하면 얻는 게 훨씬 많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주주들에게 이를 설명하는 건 여전히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궁극적으론 직원들, 회사가 끌어들일 수 있는 고객들이 성공의 근간이 된다”고 덧붙였다.
중요한 사실은 이런 투자 결정이 이사회 지지를 받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폴먼은 “이 사진과 고위 경영진은 이런 계획에 100% 찬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명제는 지난 2월, 크래프트 하인즈 Kraft Heinz가 유니레버의 의사와 관계 없이 인수를 제안해 한 차례 시험대에 오른 바 있다. 폴먼은 이사회가 크래프츠 하인즈에게 다음과 같은 점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이사회는 ’다수주주들에 초점을 맞춰 추진하는 다양한 장기 가치창출의 사업 모델‘을 여전히 신뢰하고 있으며, ‘압박 수위가 높아지더라도’ 그건 변하지 않을 것이란 사실이었다.
물론 이사진의 의견은 하루 아침에 바뀔 수도 있다. 하지만 한가지만큼은 폴먼이 제대로 파악하고 있다: 그는 단기 전망을 좇는 기업보단 장기 지속가능성에 집중하는 회사들이 월등히 좋은 실적을 낸다는 충분한 증거들을 갖고 있다. 기관 투자가들 역시 이런 메시지를 잘 이해하고 있다.
기업들은 선한 일을 할 때 좋은 실적을 낸다. 실제로 종종 그런 일이 일어난다.
그런 점이 시간을 들여 포춘의 리스트를 살펴볼 필요가 있는 이유이다. 이 리스트는 ‘공유 가치 이니셔티브(Shared Value Initiative)’ 파트너들의 귀중한 도움을 받아 정리했다. 포춘의 ‘2017 세상을 바꾸는 기업’ 명단에 오른 56개 기업들은 명백하거나 다소 불분명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들 기업 중에는 규모가 작은 신생스타 기업 6곳이 포함돼 있다. 그 외에도 데이터를 활용해 응급실 이용 감소를 추진 중인 액센추어 Accenture에서부터,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 중 하나인 메탄가스(방귀나 트림)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네덜란드 생명과학기업 디에스엠 DSM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업들이 포진해 있다. 그 중에는 도시 내 고등학교 간의 과학, 기술, 공학, 수학 실력 차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IBM과 소비자들이 자신의 유전적 리스크를 이해하게 돕고, 일부의 경우 그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생활습관을 알려주기도 하는 23앤드미 23andMe도 포함돼 있다.
포춘은 JP모건 체이스가 미국의 상징적인 산업 도시 중 한 곳을 부흥시키기 위해 과감하면서도 시급하게 진행하고 있는 캠페인도 취재했다. 리바이 스트라우스 Levi Strauss가 자사 청바지를 만드는 30만 명의 근로자 중 일부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돕고 있는 일도 소개한다. 포춘은 애플 CEO 팀 쿡 Tim Cook과 마주 앉아 인터뷰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를 갖기도 했다. 그는 왜 아이폰과 애플의 앱 생태계가 선(善)을 위해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 자신의 철학을 포춘에 들려주었다(*편집자 주: 이 기사들 중 일부는 다음 호 포춘코리아에서 만날 수 있다).
포춘은 이 기업들이 모두 세상을 바꾸고 있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독자들이 직접 읽어보고 스스로 판단해보길 바란다.
■ 전 세계로 뻗어가는 새로운 비즈니스 정신
포춘 선정 ‘세상을 바꾸는 기업들’은 6개 대륙에 걸쳐 위치해 있다. 그들은 수많은 공통 관심사를 공유하고 있다 해.당 기업들이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부문을 살펴보자.
저소득 근로자들을 위한 경제기회 확대: (1위: JP모건 체이스,38위 CJ그룹, 40위 울워스)
취약계층을 위한 의료서비스 제공: (4위 노바티스, 19위 센텐)
첨단 기술인력 육성을 위한 교육 확대: (3위 애플, 35위 아이비엠)
세계 탄소발자국 축소: (2위 디에스엠, 34위 그로헤)
■ 어떻게 뽑았나
‘세상을 바꾸는 기업’ 리스트에는 핵심 사업 전략을 통해 바람직한 사회적 영향력을 끼치는 기업들이 포함됐다. 연 매출 10억 달러 이상인 기업들이 우선 조사 대상이었다. 포춘 필진과 편집자들은 ‘공유가치 이니셔티브(Shared Value Initiative)’의 도움을 받아, 아래와 같은 세 가지 기준으로 기업들을 평가하고 순위를 매겼다
1. 측정 가능한 사회적 영향력: 한 가지 이상의 특정 사회 문제에 대해 기업이 갖는 영향력의 범위, 특성, 지속성을 고려했다. 이 기준에는 가중치가 부여됐다.
2. 사업 성과: 사회적으로 영향력 있는 활동을 통해 기업이 얻은 혜택을 고려했다. 기업 평판보단 수익성과 주주가치 기여도를 더 높이 평가했다.
3. 혁신의 정도: 기업의 혁신적 노력이 동종업계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다른 회사들이 그들의 선례를 따르고 있는지 여부를 고려했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 / BY CLIFTON LEA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