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는 금융그룹 통합감독 업무를 총괄하는 ‘금융그룹감독 혁신단’을 이르면 다음주 공식 신설할 예정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행정안전부와 조직 신설에 대한 협의를 이미 마쳤고 기획재정부와 예산 편성을 두고 막바지 조율 작업을 펼치고 있다”고 밝혔다. 국장급인 신임 혁신단장에는 이세훈 전 금융위 금융정책과장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그룹 통합감독 방안은 제2의 동양 사태를 막기 위해 마련됐다. 동양그룹처럼 대기업들이 그룹 내 금융회사를 동원해 부실 계열사에 대한 자금 지원에 나서 그룹 전체가 부실화하는 부작용을 막겠다는 취지다. 당초 지난 2015년 도입이 추진됐으나 삼성 등 대기업 반대에 밀려 무산됐고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걸면서 올 들어 도입이 급물살을 탔다.
금융위와 한국금융연구원은 이와 관련해 올 9월 말 공청회를 열고 삼성·현대차·롯데·한화·동부·미래에셋·교보생명 등 최소 7개 그룹을 통합감독 대상으로 지정한 바 있다. 혁신단은 연내 통합 감독 방안을 확정해 내년부터 본격적인 시행에 나설 예정이다. 향후 업무 검토 결과에 따라 태광·동양생명·현대해상 등이 감독 대상에 더 포함될 수도 있다.
금융회사들은 업계에 옥상옥 규제가 더해질 수 있다고 보고 우려하고 있다. ‘시어머니’가 하나 더 늘어 업무에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금융위의 경우 금융서비스국 내에 은행과(課)·보험과 등이 따로 있어 각 업권별 감독정책을 수립하고 건전성 등을 살피고 있는데 그룹 전체를 총괄하는 부서까지 등장하면 결국 규제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보험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공무원 조직은 확장하는 습성이 있고 확장하면 규제가 늘어나는 게 일반적인 수순”이라며 “이미 보험업권 규제를 충실히 지키고 있는데 지주사도 아닌 회사들을 모두 묶어 규제하는 것은 과도한 감독”이라고 지적했다. 재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대기업 내부의 자금 흐름을 살펴보는 작업은 결국 지배구조와 연결될 수밖에 없는데 금융위가 ‘제2의 공정위’가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있다”고 말했다.
그룹 통합 감독에 따라 일부 금융회사의 경우 자본확충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금융당국은 “금융그룹의 연결 적격 자기자본이 총 필요자산의 100% 이상이 되도록 관리한다”는 원칙을 세워놓았는데 필요자산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금융회사들이 천문학적인 부담을 지게 될 수 있다. 예컨대 삼성전자 지분 7.55%를 갖고 있는 삼성생명의 경우 이 지분가치만큼 자본을 더 쌓거나 최악의 경우 삼성전자 지분을 일부 매각해야 하는 처지에 몰릴 수 있다. 금융위는 다만 당장 자본을 확충하거나 주식을 팔아야 하는 금융사가 없도록 필요자본 기준을 설정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서일범기자 squiz@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