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오른 암 치료혁명] 신라젠, 간암치료 '펙사벡' 美 등서 임상 3상

<국산 면역항암제 현주소는>
유한양행은 美사와 합작...후보물질 3종 확보
녹십자랩셀 'NK세포 치료제' 두각

국내 기업들도 면역항암제 개발에 속속 도전장을 내밀고 있지만 아직은 글로벌 제약사에 비해 갈 길이 멀다. 막대한 비용과 기간이 소요되는 면역항암제의 특성상 국산 면역항암제가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대규모 인수합병(M&A)을 통한 연구개발(R&D)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국내 바이오제약 기업 가운데 면역항암제 상용화에 가장 근접한 곳은 신라젠이다. 신라젠은 미국·유럽·중국 등 주요 국가에서 면역항암제 ‘펙사벡’의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는 간암 치료제로 임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신장암과 대장암 등에도 효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 면역항암제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혁신 신약으로 꼽힌다.

신라젠은 지난 2006년에 창립된 이래 펙사벡 연구에 총력을 기울여왔다. 매년 적자를 기록하고 있고 실제 상용화된 제품도 없지만 코스닥 시가총액만 5조원에 달할 정도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펙사벡이 성공적으로 출시되면 최소 1조원 이상의 연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120억원을 투자해 미국 면역항암제 전문기업 소렌토테라퓨틱스와 합작사 이뮨온시아를 세웠다. 모두 3종의 후보물질을 확보했으며 이르면 내년 초부터 단계적으로 임상 1상에 돌입할 예정이다. 유한양행은 전임상 단계에서 경쟁력을 충분히 입증한 만큼 100년에 달하는 임상시험 노하우를 활용해 조기 상용화에 나설 계획이다.


차세대 면역항암제 기술로 꼽히는 NK세포 치료제 시장에서는 녹십자랩셀이 가장 앞서 있다. NK세포는 외부에서 바이러스가 침입했을 때 비정상세포를 죽이거나 암세포를 스스로 찾아서 공격하는 백혈구의 일종이다. 녹십자랩셀이 개발 중인 ‘MG4101’은 간암과 림프종을 주요 치료질환으로 삼았다. 앞서 진행한 임상시험에서 대량생산을 위한 특허기술도 잇따라 확보해 NK세포 치료제 대중화의 걸림돌을 해결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존에 출시된 면역항암제와 같이 투여해 치료효과를 극대화하는 병용요법에 눈을 돌리는 국내 기업도 늘고 있다. 제넥신은 자궁경부암 치료제 ‘GX-188E’를 MSD ‘키트루다’와 동시에 투여하는 병용요법으로 임상시험을 하고 있다. 올 5월에 발표한 임상 2상에서 수술 외에는 별다른 치료법이 없었던 3기 자궁경부암 환자의 완치율이 67%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라젠도 올해 초 BMS의 면역항암제 ‘여보이’와 말기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병용요법 임상에 돌입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들이 면역항암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글로벌 제약사를 상대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인수합병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이뤄야 한다고 조언한다. 글로벌 제약사에 비해 월등히 낮은 연구개발비로는 최종 상용화까지 임상시험을 지속하기가 버거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자칫 임상시험이 길어져 제품 출시가 늦어지면 면역항암제 개발에 성공하고도 글로벌 제약사에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박영환 국가항암신약개발사업단장은 “신약 개발과 마찬가지로 국내 바이오제약 기업은 독자적으로 발굴한 후보물질을 끝까지 상용화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지나치게 매몰되는 경향이 있다”며 “면역항암제 시장도 1% 확률에 도전하는 영역이기에 인수합병이나 합작사 설립을 통해 조기에 임상시험을 마무리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지성기자 engine@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