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한중 밀착 신경 쓰였나...文대통령에 러브콜 던진 메드베데프

순방일정에 없던 한러회담 제안
회담장밖서 기다리며 성의 표시
"한국기업 TSR 이용할 수 있게
통관 간소화·열차 확보 협조를"
文 대통령, 메드베데프에 요청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와 만나 “현대자동차와 삼성전자 등 많은 한국 기업이 시베리아 횡단열차(TSR)를 이용할 수 있게 통관 절차 간소화 및 열차 확보 등에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관련 정상회의 참석차 필리핀을 방문 중인 문 대통령은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현대차의 투자 특혜 계약이 내년에 만료됨에 따라 후속 계약에도 러시아 정부가 관심을 가져달라”며 이같이 말했다. 또 “극동수산물 가공 복합단지 등 수산 분야와 나호트카 비료공장 등 농업 분야 협력에서 실질적이고 의미 있는 진전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만남은 러시아가 순방 일정 중 우리 측에 적극 요청해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잇따라 만나자 러시아가 뒤늦게 ‘러브콜’을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회담장에 먼저 도착한 문 대통령은 방 안에서 맞이하던 의전 관례를 깨고 문밖에서 기다렸다 같이 입장하는 성의도 보였다.

회담에서 양측은 한·유라시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위한 실무 협의를 빠른 속도로 진행하기로 하는 한편 가스·철도·항만·전력 등 지난 9월 동방경제포럼에서 문 대통령이 제안한 ‘9개의 다리 전략’에 대해서도 양국 정부 간 논의를 더욱 심화하기로 했다. 9개의 다리는 가스·철도·항만·전력·북극항로·조선·일자리·농업·수산 등으로 문 대통령이 9월 러시아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에서 밝힌 극동 공동 개발 중점 분야다.

메드베데프 총리는 “러시아 정부는 (9개의 다리 등의) 구상을 현실화할 준비가 돼 있고 현재는 실질적인 모멘텀을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며 “(한·러 간) 아주 좋은 우호 관계가 이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북한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러시아는 한반도 인접 국가인 만큼 한반도의 안정은 러시아 안보와 직결돼 한반도 평화·안정을 위한 한국의 입장을 지지하며 이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한·유라시아 FTA에 대해서는 한국 측과 긴밀히 협의할 의향이 있다”며 사할린 액화천연가스(LNG) 사업, 극동 지역 조선업 현대화사업, 수산물·농산물 분야에서의 양국 간 협력 의지를 밝혔다. 문 대통령은 “한·러 관계를 외교·안보 정책상 최우선순위에 두고 있으며 한·러 간 전략적 협력이 한반도·동북아는 물론 유라시아 대륙의 평화·안정과 번영에 구심점이 되도록 노력해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올해 9월까지 양국 교역량이 지난해보다 50% 확대되는 등 많은 성과가 있다”며 “한·러 전략적협력동반자 관계 수립 10주년을 맞는 내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 6월 러시아월드컵 등을 계기로 양국 국민들이 서로 방문하고 상호 우의를 더욱 돈독하게 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마닐라=민병권기자 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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