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세 이하 리더 40인|‘꿈’을 파는 기업

40세 이하 리더 40인 : 28위 필립 크림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7년도 11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박스에 압축 포장한 매트리스를 판매하는 신생기업 캐스퍼는 자사 제품이 인스타그램이 지배하는 삶에서 중요한 구성요소라는 것을 수천 명의 고객들에게 확신시켰다. CEO 필립 크림과 공동창업자들이 단조로운 가정용품을 혁신적인 브랜드로 바꿔 놓은 방법을 소개한다.



필자는 통근할 때 마다, 가장 좋아하는 팟캐스트 진행자가 온라인 매트리스 판매 기업 캐스퍼 Casper를 칭찬하는 것을 듣는다. 그 때마다 기존의 고루한 매트리스보다 훨씬 더나은 무언가가 있다는 점을 알게 된다. 고개를 들어보니 지하철 칸에 붙어 있는 캐스퍼 광고가 눈에 띈다. 인간과 동물들이 꽤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매트리스를 공유하고 있는 그림이다.

이번엔 별 생각 없이 인스타그램을 둘러본다. 푹신푹신한 흰 이불을 끌어안고 있는 여성의 사진이 눈길을 끈다. 사진 밑에는 ‘캐스퍼 매트리스가 아닌 데, 잠을 잤다고 할 수 있을까요?’라는 설명이 붙어있다. 당장 ‘좋아요’를 누른다. 사무실 가는 길 택시 위에, 그리고 공중전화 부스에도 붙어 있는 캐스퍼 로고를 발견한다. 잠시 후 친구가 곧 있을 개기 일식에 대한 링크를 페이스북에 포스팅한다. 링크 참가자 중 행운을 거머쥔 사람들은 거의 1세기 만에 찾아온 개기 일식을 볼 수 있는 여행티켓을 받게 된다. 와이오밍에서, 그것도 캐스퍼가 제공하는 호화로운 텐트 속에서 개기일식을 볼 수 있는 기회다.

캐스퍼를 일단 인지하기 시작하니까 더 이상 피할 수가 없었다. 산더미 같이 쏟아지는 긍정적인 언론 반응과 8,000만 달러에 달하는 연간 마케팅 예산, 발 빠른 소셜 미디어 광고, 그리고 사람들이 정말 좋아하는 제품이라는 반응까지 더해졌다. 필자처럼 미국 도시 거주자이자 팟캐스트를 듣는 젊은 전문직 종사자들은 이 기업을 과할 정도로 인지하고 있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광고에 진저리를 치는 요즘 세대에게 매트리스 기업의 페이스북 친구 요청을 수락하는 건 그리 달가운 일이 아닐 것이다.

캐스퍼는 최근 설립된 신생기업 중 가장 큰 성공을 거뒀다. 이런 회사들은 침대, 칫솔, 서류가방, 물병, 비타민처럼 일상적이면서도 그다지 사랑 받지 못하는 제품들을 탐나고 멋진 제품으로 탈바꿈시켰다. 이 기업들은 깔끔하고 환대 받는 느낌을 주는 웹페이지와 귀여운 인스타그램 포스팅으로 고객들과 소통을 하고 있다. 쇼핑 방법도 매우 간단하다. 고객 서비스는 최고의 위치에 올라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점이 또 하나 있다: 이들은 우리가 사용하는 대량생산 제품에 ‘제품 그 이상의 의미있는 명분을 약속한다’는 열망을 주입하고 있다.

정수기 필터 판매기업 소마 Soma의 ‘세계에 물을 공급한다’는 슬로건을 보라. 또 다른 사례들도 있다. 온라인 꽃 장식업체 부케 Bouqs는 ‘꽃을 주고받던 행위를 고귀하게 여겼던 시절의 감성에 로맨스와 기쁨이라는 정서를 더하겠다는 야심 찬 포부’를 갖고 설립되었다. 투명성을 내세운 리추얼 Ritual의 슬로건은 ‘비타민의 미래는 투명하다’이다(알약조차 투명하다). 가장 황당한 기업은 물병을 뷰티 제품으로 마케팅 한 BKR이다. 이 회사 홈페이지에는 ‘빛나는 아름다움의 정수(精髓)가 물을 10배 더 마시게 만들어 줄 것이며, 당신은 케이크만큼 물을 사랑하게 될 것이다’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물 한 컵의 가격은? 무려 35달러다.

이런 기업들이 인기 없는 기존 경쟁업체들과 같은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한다는 사실, 실제로 그들을 능가하는 인지할만한 장점이 거의 없다는 사실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이들은 완전히 다른 무언가를 판매한다. 캐스퍼의 침대는 단순히 잠을 자는 공간이 아니다. 고객들은 이 침구를 이용해 양질의 수면을 취할 수 있다. 회사는 홈페이지를 통해 ‘훌륭한 삶의 근간’은 양질의 수면이라고 주장한다. 어느 누가 훌륭한 삶을 원하지 않겠는가?

불리시 Bullish의 창립자 겸 경영 파트너 마이크 두다 Mike Duda는 “캐스퍼는 기능이 아닌 혜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사람들은 더 나은 제품을 사고 싶어한다. 이들은 가치를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불리시는 캐스퍼의 기술개발사 겸 투자자다.

훌륭한 삶에 대한 약속은 작년 캐스퍼가 2억 달러 규모의 제품 매트리스, 침대 시트, 베개, 그리고 반려견 침대를 팔 수 있었던 비결이었다. 이 회사는 이제 설립 3년 차다. 이런 비전을 앞세워 직원 300명 남짓한 이 기업은 2억 4,000만 달러의 벤처 펀드를 조성하고, 7억 5,000만 달러 가치를 인정 받았다(회사는 흑자 여부를 밝히진 않았다). 캐스퍼는 대중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매트리스 기업 템퍼실리 TempurSealy의 애널리스트 보고서에서 ‘위험요소’ 중 하나로 언급되기도 했다. 지난 해 템퍼실리의 매출은 캐스퍼의 15배나 됐다. 100개가 넘는 유사 매트리스 신생기업이 탄생했고, 그 중 일부는 광고 문구까지 똑같이 베끼며 캐스퍼의 전략을 따라 했다. 캐스퍼가 잇따라 성공을 거두자, 최근 타깃 Target이 10억 달러에 인수 제안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회사는 곧바로 그 제안을 거절했다. CEO이자 공동창업자인 필립 크림 Philip Krim은 “그렇게 까지 멀리 나가고 싶진 않았다. 이제 3년 된 기업이기 때문에, 더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대신 타깃은 투자를 선택했다).

2014년 창업 당시, 캐스퍼는 스스로를 ‘매트리스 업계의 워비 파커 Warby Parker’라 불렀다. 워비 파커는 인기 높은 안경 직판(direct-to-consumer) 신생기업이다. 그러나 미국 매트리스 시장 규모가 160억 달러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 회사의 야심은 서서히 커져갔다. 현재 캐스퍼는 ’매트리스 업계의 나이키‘를 꿈꾸고 있다. 크림은 “나이키가 스니커즈를 일상의 중심으로 바꿔놓기 전까지, 운동화는 의류 카테고리의 일부에 불과했다”고 설명했다. 룰루레몬 Lululemon은 ‘애슬레저athleisure’ *역주: 애슬레틱과 레저를 합친 스포츠웨어 업계 용어 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냈다. 이제 애슬레저 시장은 일부 추산에 따르면 78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해있다. 크림은 “수면을 하나의 카테고리로 자리잡게 만들고 싶다. 정말 큰 기회”라고 강조했다.

성공적인 창업가의 공통점이 있다면, 그건 바로 유년기의 판매경험이다. 워런 버핏 Warren Buffet은 여섯 살 때 집집마다 찾아 다니며 껌을 팔았다. 일론 머스크 Elon Musk는 열 두 살 때 직접 개발한 비디오 게임을 판매했다. 다소 고지식한 텍사스 출신의 무표정한 크림은 창업가인 아버지로부터 영감을 받아 지역 골프클럽에서 소다 음료를 팔았다. 올해 34세인 크림은 “중학교 때 월스트리트 저널을 읽는 괴짜 소년이었다”고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기도 했다.

크림은 텍사스 대학교 재학 시절, 여름 아르바이트가 하기 싫어 HTML을 독학으로 익혀 제조업체를 위한 전자상거래 웹사이트를 만들었다. 이 웹사이트에는 스포츠 경기 관람권과 온라인 포커 소프트웨어, 창문가리개, 그리고 매트리스에 이르기까지, 말 그대로 모든 것이 들어 있었다.

템퍼-페딕 Tempur-Pedic이 2003년 기업을 상장했을 때, 크림은 그렇게 큰 규모의 회사가 온라인 사업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믿을 수 없었다. 10년 후, 크림은 업계에 거의 진화가 일어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 단 2개의 기업, 구체적으로 템퍼 페딕이 실리를 인수해 만든 템퍼실리와 가장 큰 라이벌 업체 서타 시먼스 홀딩스 Serta Simmons Holdings가 업계를 이끌고 있었다. 마진은 무려 50%에 달하고 있었다. 커미션을 받는 영업사원들이 알아들을 수 없는 단어와 ‘쿨링 젤 비즈cooling gel beads’ 같은 신제품을 활용해 사람들이 엄청난 돈을 쓰게 만드는 판매 방법이 사용되고 있었다. 고객들에겐 그다지 유쾌한 구매 경험이 아니었다. 크림은 “모든 점이 형편없는 이 업계에서 참신하고 새롭고, 혹은 즐거운 무언가를 시도하는 건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크림은 디자인 기업 아이디오 Ideo에서 대형 매트리스 브랜드와 협업하던 제프 채핀 Jeff Chapin을 영입하고, 세 명의 공동 창립자를 더 모아 관련 계획을 수립했다. 매장과 영업사원을 활용하던 판매방식을 없애고, 박스에 메모리폼 매트리스를 넣어 웹사이트에서 직접 판매하기로 했다. 2014년 4월 22일, 캐스퍼닷컴 Casper.com을 개설한 창립자들은 제품 한 두 개를 팔 기대를 하고 있었다. 잘 되면 첫 주에 꽤 많은 제품을 팔 수도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그러면 취재 기자들이 몰려들 참이었다. 하지만 신중한 크림은 자신들이 직접 뉴욕 소호 사무실로 초청한 기자와 투자자, 심지어 가족들도 실제 개업 일에 나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공동창립자들은 그의 빈틈 없는 성격을 빗대 크림을 “크림봇”이라 불렀다.

방문객들이 하나 둘 들어와 캐스퍼 사무실 뒤편에 설치한 매트리스를 뒤집어 보며 구경을 하는 동안, 몇 안 되는 직원들은 컴퓨터 스크린 앞에 앉아 홈페이지가 구동되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그러자 사람들이 매트리스를 구매하기 시작했다. 실물을 보지도 않고 온라인으로 제품을 사고 있었다. 크림은 당시에 대해 “사람들이 일어나서 기사를 읽고 ‘그래 매트리스 하나 사지 뭐’라는 반응을 보이는 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3년이 지난 지금도 그의 목소리에는 놀라움이 묻어있었다. 그는 “확실하게 사람들이 주문, 주문, 주문을 계속하고 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렇게 40개의 매트리스를 파는 데 단 하루가 걸렸다. 첫 6주간 판매할 생각으로 준비한 총 재고물량이었다.

초기 구매 고객들에게 감사를 표하기 위해, 직원들은 스트랜드 Strand 서점에서 구매한 양장본 도서들을 상자에 한 권씩 넣었다. 이들은 매 순간 채팅과 이메일, 그리고 고객 전화응대에 모든 시간을 투자했다. 회사 웹사이트에는 ’창립자와 채팅하기‘ 버튼도 있었다. 대기 기간이 한 달까지 늘어나자, 직원들은 아마존에서 에어로베드Aerobed를 구매해 고객들이 임시로 사용할 수 있도록 배달을 해주기도 했다.

캐스퍼의 참신한 배달 방법-퀸 사이즈의 매트리스를 작은 냉장고 사이즈의 박스에 압축해 배송한다-뿐만 아니라, 세심한 고객 관리 덕분에 회사는 상당한 호응을 얻었다. 요즘 고객들은 서비스에 대한 기대치가 매우 높고, 배송 대기 같은 작은 불편함도 용납하지 않는다. 캐스퍼의 고객 서비스 직원들은 임신 중인 고객들에게 유아용품 선물을 보내거나, 메일 주문을 제대로 받지 못한 경우 하루를 넘긴 배송비를 지불해 주고 있다. 디지털 에이전시 휴지 Huge의 CEO 에런 셔피로 Aaron Shapiro는 이에 대해 “캐스퍼와 직판 업체들은 매우 수월하게 사용자들의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그들의 방식은 현대 경제의 새로운 사업 방법으로 빠르게 자리 잡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캐스퍼의 팀은 빠른 대응뿐만 아니라 제품 혁신에도 집중하고 있다. 창업 첫 겨울, 고객들은 캐스퍼의 매트리스가 전보다 단단해진 느낌이 든다는 의견을 회사에 전달했다. 회사는 비스코Vsico사 메모리 폼의 수소결합 문제로 추운 날씨에 매트리스가 더 단단해졌다는 것을 발견했다. 캐스퍼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자체 메모리폼을 개발했다. 현재 이 회사 내에는 35명의 엔지니어와 산업 디자이너, 민속학자(ethnographers), 계약직 폴리머 화학자로 이뤄진 팀이 있다. 이들은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캐스퍼 연구소‘에서 근무한다. 회사는 현재 14번째 신제품 개발을 시도를 하고 있다. 벤처기업 뉴 엔터프라이즈 어소시에이트 New Enterprise Associate의 제너럴 파트너이자 캐스퍼 이사회 멤버인 토니 플로렌스Tony Florence는 “제품 생산에 한 가지가 반영된다면, 시도하고도 반영되지 않는 것이 50가지는 된다. 하지만 그들이 제품에 적용하고 싶어 안달이 난 것은 1,000가지도 더 된다”고 설명했다.

18개월 전 캐스퍼는 사업을 독일로 확장할 계획을 하고 있었다. 독일인들은 더 단단한 매트리스를 선호하는 경향을 갖고 있다. 그래서 회사는 매트리스 폼의 인체공학 연구에 더욱 집중했다. 그 결과 연구 팀은 새로운 형태의 폼을 사용하는 5겹 매트리스를 개발하기에 이르렀다. 그 외에도 ‘단층 절단(Channel cutting)’을 통해 침대 위치에 맞게 단단함의 정도를 다양화했다. 테스트 결과, 고객들은 매우 만족스러워했다. 하지만 자재가 너무 비싸 현재 시판 가격(퀸 사이즈 950달러)으론 판매를 하기가 어려웠다. 8월 15일 캐스퍼는 첫 프리미엄 브랜드인 캐스퍼 웨이브 Casper Wave 를 출시했다. 이 제품은 새로운 자재와 구조를 갖추고 있다. 판매가는 퀸 사이즈 기준 1,850달러다. 제품 총괄책임자 채핀은 “‘단 하나의 완벽한 매트리스’라는 슬로건을 고집하던 회사로선 큰 분기점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가진 좀 더 발전된 아이디어를 시장에 선보이고 싶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시장은 캐스퍼에 주목하고 있다. 당초 매트리스 판매 대기업들은 ‘박스에 넣은 침대’라는 아이디어를 틈새 시장의 현상쯤으로 치부했고, 크게 인정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신생기업들이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 9%를 기록하자 생각이 바뀌었다. 지난해 8월, 실리는 박스에 넣은 매트리스 브랜드 코쿤 바이 실리 Cocoon by Sealy를 출시했다. 깔끔한 폰트를 사용하고, 군더더기 없는 단순한 홈페이지를 만들어 캐스퍼 매트리스 가격의 반 값에 이 제품을 판매를 하기 시작했다. 웨드부시 시큐리티스 Wedbush Securities의 자산연구 담당 부사장 세스 베이셤 Seth Basham은 “다소 늦은 감 있는 대응이지만, 이젠 모든 기업들이 박스에 넣은 침대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며 “이들은 이미 발판을 마련했다. 이제 관건은 얼마나 성장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15년 근로자의 날(9월 첫째 주 월요일)은 폭염이 심한 날이었다. 필자가 뉴욕 항구에 정박된 32m 규모의 보트에 오르기 전부터, 선크림이 땀에 젖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 찌는 듯한 무더위도 캐스퍼가 마련한 선상파티 ‘굿십 캐스퍼 Good Ship Casper’의 분위기를 망치지는 못했다. 캐스퍼 매트리스 사용자들은 칵테일을 마시며 매트리스 위를 돌아다녔고, 캐스퍼 브랜드 손수건으로 얼굴을 닦았다. 자유의 여신상 주변을 지날 땐 고개를 들고 찍은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업데이트 했다. 회사가 매트리스 구매자들을 선상 파티에 초대한 것이었다. 일부는 근로자의 날 기념 매트리스 ‘세일’ *역주: Sale(판매)와 Sail(항해)의 발음이 같은 것을 빗댄 말장난 이라며 농담을 하기도 했다. 왜 아니겠는가? 정말 참신한 아이디어처럼 들렸고, 실제로도 그랬다. 필자는 ‘현재의 기술 거품이 급격하게 꺼진다면, 이 순간을 기사로 다뤄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매트리스 기업은 이미 제품을 구매한 사람들에게 말장난을 활용한 보트 파티를 제공하느라 투자자들의 돈을 펑펑 쓰고 있었다(앞으로 몇 년간은 그들에게 제품 재구매 가능성이 없다는 의미다). 하지만 캐스퍼의 매트리스 보트 ‘항해’에는 인섬니봇 3000 Insomnibot-3000도 함께 하고 있었다. 그건 불면증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채팅 로봇. 그 외에도 캐스퍼는 댄스클럽과 콘서트, 디너 파티, 택시 탑승 같은 비디오를 포스팅해 침대에 있지만 마치 신나는 밤을 보내고 있는 것처럼 친구들을 속이는 레이트 나이트 스냅 핵스 Late Night Snap Hacks를 소개했다. 4개의 침실 공간으로 구성된 화물 자동차 냅모빌 Napmobile -마치 힙스터들이 타는 선실(cabin)처럼 생겼다-도 여기에 등장했다. 이 자동차는 지난 가을 120일 동안 36개 도시를 돌아다녔다.

그 동안 캐스퍼의 판매는 지속적으로 성장해왔다. 그들은 상식을 벗어난 것처럼 보이는 제품들도 선보였다. 크림은 “우리는 비정상을 지향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것이 우리가 브랜드를 구축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캐스퍼는 이런 모험을 통해 더 많은 고객을 유치할 수 있느냐 여부는 걱정하지 않고 있다. 캐스퍼가 지향하는 바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브랜드를 떠올리도록 하는 것이다. 그건 이미 회사 매트리스를 산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다. 크림은 “이 보트에 탑승한 고객 한 명이 12명의 친구들에게 오늘 파티에 대해 말한다면, 그건 투자 대비 상당한 수익을 올리는 놀라운 일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캐스퍼가 직사각형 모양의 메모리 폼을 파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삶에 대한 꿈을 팔고 있다는 건 기억할 만한 일이다. 회사 브랜드가 사람들에게 어필하는 이유는 기업이 매우 단순하고 포부가 있으면서도 ‘진실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같은 인스타그램 시대에는 우리가 하는 것, 먹는 것, 소유하고 있는 것들은 편집되고 필터링을 거친 후 해시태그가 붙어 ‘현실 속에서 그럴듯하게 완벽한 모습’으로 변모된다. 소비자들은 더 나은, 그리고 더 아름답게 디자인 된 제품을 원하고, 이를 통해 그들이 더 나은, 더 완벽한 인간이 되기를 바란다. 이들은 윤리적으로 제작된 에버 레인 Ever lane티셔츠를 구매하고, 더 나은 ‘영양소’로 구성된 리추얼 Ritual 비타민을 구매한다. 고객들은 비록 기업의 비전을 믿지 않더라도, 과소비를 정당화하기 위해 제품을 사용한다.

캐스퍼의 비현실적인 애니매이션 TV광고, 근로자의 날 선상 파티, 그리고 눈에 띄는 파란색·흰색 포장은 완벽하게 잘 맞아 떨어졌다: ‘매끈하게 잘 디자인된 제품이 당신의 수면을 향상시켜주고, 더 나은 삶을 보장한다’. ‘2017년 당신은 트위터에서 매트리스를 팔로하고 있다’는 회사 트위터를 보고 스스로를 비웃을 정도로 훌륭한 삶은 아니지만 말이다. 완벽하면서도 너무 완벽하지 않은 것이 진짜 완벽한 것이다.

캐스퍼의 초기 투자에 참여했던 레러 히포 벤처스 Lerer Hippeau Ventures의 경영 파트너 벤 레러Ben Lerer는 처음엔 이 회사가 견실한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었다(회사의 원래 이름이 듀크 Duke‘s였다는 점을 생각해 보라). 레러는 “하지만 캐스퍼는 현대적인 단순함을 통해 다른 브랜드들이 따라 하고 싶어하고 사람들이 사고 싶어하는 ‘자석 같은’ 브랜드로 성장해 나갔다. 할인과 참신함만 앞세운, 전통적이고 소란스럽고 원색적인 마케팅이 넘쳐나는 비즈니스 분야에서 말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크림은 “브랜드 인지도가 여전히 캐스퍼의 가장 큰 장애물”이라고 말했다. 뉴욕시의 신세대들은 캐스퍼를 잘 알고 있지만, 전국 시장 점유율은 1% 남짓에 불과하다. 중서부 출신인 필자의 어머니는 이 신생기업의 매트리스를 한 번 써보라고 권유하자, 별 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1-800-Mattress에 전화 한 통만 하면 된다. 방문해서 설치까지 다 해준다니까”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소비자들도 변화시킬 수 있다. 캐스퍼는 최근 소매업체와 파트너십을 맺고 회의적인 고객들을 공략하고 있다.

지난 6월 중순, 1,000곳의 타깃 매장이 캐스퍼의 55달러짜리 섬유 베개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첫 일주일 간 ‘엄청난 수량’의 베개가 팔려나갔다. 크림의 기대치를 훨씬 웃도는판매량이었다. 그러나 베개는 새로운 파트너십의 일부에 불과하다: 타깃은 캐스퍼의 침대 시트, 프로텍터와 등받이 쿠션 베개 등을 개강 프로모션(back-to-college promotion) *역주: 대학교 개강 준비 기간인 7월 중순부터 9월 중순까지 열린다 으로 선보이고 있다. 타깃은 앞으로 캐스퍼 제품을 유아용 전시, 모델 하우스 및 건강 프로그램 등과 결합시킬 것이다. 타깃은 1주일에 3,000만 명이 방문하는 오프라인 스토어에서 캐스퍼의 꿈을 판매하고 있다. 타깃의 CEO 브라이언 코넬 Brian Cornell은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고객들은 이제 양질의 숙면을 취하기 위해 한 장소에서 편리하게 필요한 모든 것을 사고 있다”며 “캐스퍼가 지향하는 ’수면 생태계에 대한 비전‘을 존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크림과 그의 팀은 집 전체에서 구현할 수 있는 캐스퍼의 역할도 구상하고 있다. 온도나 소음제어를 통해 수면의 질을 향상시키는 제품부터, 고민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들의 걱정거리를 완화시켜주는 제품까지 수면의 감정적인 면을 해결하는 제품 등이 그것이다. 회사는 궁극적으로 이 역할의 범주를 침실 밖으로까지 확장하려 한다. 크림은 “캐스퍼가 사람들이 자랑하고 싶어하는 많은 홈 브랜드 중 하나로 자리잡을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자금이 풍부한 많은 신생기업들은 깔끔하게 손질된 벽과 장식품, 책으로 말끔하게 꾸며진 오피스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캐스퍼의 사무실은 조금 다르다. 유행을 따르긴 했지만 다소 지저분한 편이다. 많은 식물들이 이미 죽었거나, 죽어가고 있다. 아무것도 씌우지 않은 매트리스가 한물간 장식품으로 가득찬 코너에 기대어 서있다. 의견 게시판에는 ‘베개를 안아보세요’, ‘베개요새’, ‘신체용 침대’ 같은 제품 관련 문구들이 쓰인 포스트잇이 빼곡하다. 큰 선반은 텅 비어 있고, 몇 권 안 되는 책들만이 놓여있다. 분명 인스타그램에 올라갈 모습은 아니다. 필자는 꿈과 소망의 성취를 다룬 프로이트의 저서 ‘꿈의 해석(Interpretation of Dreams)’을 가리키며, 캐스퍼가 필요한 유일한 책인 것 같다고 농담을 던졌다. 줄곧 괴짜 사업가였던 크림은 그 밑에 더 중요한 책이 있다며 바로 내 농담을 걸고 넘어졌다. 바로 ’부가가치 판매(Value-Added Selling)‘라는 책이었다.




■ 흥미로운 사실들

유년기 아르바이트 :
동네 골프 클럽에서 음료를 판매했다.
아마존 에코(알렉사)일까, 구글 홈일까? “알렉사, 구글 홈을 주문해줘”
최고의 조언 : “당신만큼 당신이 처한 상황을 잘 아는 사람은 없다. 스스로의 배짱을 믿어라.”
즐겨 먹는 간식 : 한 그릇에 네 가지 시리얼 담기: “모험을 좋아한다.”




■ 각 업계에 있는 캐스퍼 같은 존재 [여행 가방, 건강 보조제, 선글라스 기업]
소비자를 직접 상대하는 신생기업들은 단순히 제품만을 파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염원을 팔고 있다. 고객들이 사는 모든 것은 더 크고 숭고한 목표의 일부이거나, 완벽한 삶으로 향하는 열쇠, 혹은 둘 모두이다.



워비 파커
이 선구적인 창업기업은 빈티지한 느낌의 안경을 ’혁명적인 가격‘에 판매한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에게 안경을 기부해 사회공헌 기업의 귀감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달러 셰이브 클럽
면도날을 정기적으로 배달해주는 업체로, 지난해 유니레버가 10억 달러에 인수했다. 이 기업의 미션은 ’더 나은 욕실을 만들자‘이다.



BKR
BKR은 단순한 물병 판매업체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회사는 ‘고객들의 물 마시는 방식을 완전히 바꿔 놓을’ 아름다움의 정수라고 주장하고 있다.



BOUQS
이 회사는 자신들이 판매하는 꽃이 ‘고객들의 감정을 연결하는 진정한 순간’을 만들어 내길 바라고 있다(마트에서 판매하는 꽃으로 시도해보는 건 어떨까?).



리추얼
이 건강 보조제업체는 스스로를 ‘업계의 이단아’라고 묘사한다. 이 회사 비타민은 ‘회의론자들을 위해, 회의론자들에 의해’ 만들어졌다. 인스타그램을 적극 활용해 투명한 비타민도 판매하고 있다.



레이든
이 ‘스마트 여행가방’ 제조업체는 여행을 단순히 ‘고객 최우선 경험’으로 보지 않고, ‘과연 어떤 경험이 될까’에 중점을 두고 있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 / BY ERIN GRIFFI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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