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1997’(이하 ‘응칠’)을 시작으로 ‘응답하라1994’(이하 ‘응사’)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까지, 이른바 ‘응답하라’의 성공신화를 그렸던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가 다시 한 번 만났다. 이번에는 ‘응답하라’가 아니다. 배경은 낯설고 생소한 ‘감옥’이다. 신원호 PD가 새롭게 보여줄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과연 어떤 풍경일까.
사진=tvN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tvN 수목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이하 ‘감빵생활’)을 연출하는 신원호 PD와의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감빵생활’은 슈퍼스타 야구선수 김제혁(박해수 분)이 하루아침에 범죄자가 돼 들어간 교도소 안에서 일어나는 이야기와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생활을 그린 블랙코미디 드라마다. 복고열풍을 불러일으키면서 전국민적인 사랑을 받았던 ‘응답하라’ 제작진의 새로운 작품인 만큼 방송계 안팎의 관심이 뜨거운 상태다.
‘감빵생활’ 또한 ‘응답하라’ 시리즈와 같이 흥행신화를 세울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신원호 PD는 “지금 상황에서 잘 될지 안 될지 모르겠다. 다양한 캐릭터들을 통해 굉장히 많은 수의 인생 이야기를 보게 되고 그 만큼 배우들의 연기와 캐릭터 변화를 보게 될 것 같다. 큰 틀에서 모자이크, 오케스트라를 봤다고 느껴주신다면 흥행이 나쁘지 않을 거 같다”고 전했다.
‘감빵생활’에서는 ‘응답하라’ 시리즈의 백미인 남편 찾기와 같은 재미 요소를 찾을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신 PD는 “남편 찾기는 처음부터 말했지만, 저희가 굉장히 강력한 장치로 들고 갔던 것은 아니었다. 제가 예능프로그램을 만들 때 가장 중요시 했던 것이 ‘퀘스천을 가지고 가는 것’이었다. 퀘스천이 시청률을 끌고 가는 흥행 요소였고, 남편 찾기도 그 일환이었다”며 “‘감빵생활’에서는 남편 찾기가 들어올 수 있는 구조는 없고, 암울할 정도로 남자만 있는 드라마라서 멜로의 출입구는 들어오기 어려운 구조이다. 대신 최대한 궁금하게 만들어서 쉼 없이 퀘스천과 답을 던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감빵생활’ 팀이 밝힌 작품의 장르는 ‘블랙코미디’이다. “코미디처럼 웃긴 요소가 가득한 것은 아니다”고 말한 신원호 PD는 “‘장르에 얽메이지 말자’는 생각으로 작품을 만들고 있다. 작가와 연출이 공통적으로 말한 것이 있다면 ‘블랙코미디로 가자’였다. 전체적인 요소요소에 유머를 담으려고 했다. 사람 사는 이야기들과 거기서 느껴지는 페이소스라든지, 씁쓸함이라든지 여러 가지를 담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신원호 PD는 신선한 이야기, 공감을 찾는 것이 ‘감빵생활’의 가장 큰 미션이라고 설명했다. 신원호 PD는 “생전 처음 듣는 에피소드들이 많다. 많은 분들이 경험해 본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하고 다닐만한 이야기도 못된다. 금기의 공간인 만큼 내용은 최소한 신선하겠다 싶었다. 앞으로 남은 것은 신선한 이야기를 어떻게 재미있게 꾸미느냐다”고 전했다.
이어 “감옥이 미화되지 않겠느냐는 걱정이 있는 걸 우리도 알고 있다. 저희가 염려하고 주의하면서 만들고 있는 지점이기도 하다. 저희도 나쁜 놈들 싫어하고, 악을 벌하고 선이 이기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며 “염려하는 부분은 없을 것이다. 최대한 다양한 인생을 보여드릴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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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빵생활’ 제작진은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 ‘응팔’이 끝나자마자 발 빠르게 움직였다. ‘응팔’이 끝나고 2~3개월 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감빵생활’의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인터뷰를 다니기 시작했으며, 오디션 기간만 장장 4~5개월이 걸렸다. 심지어 작품을 위한 인터뷰는 현재진행형인 상황이다. 신원호 PD는 “너무 다양한 삶을 인터뷰해야 해서 너무 바쁘다. 여전히 모르는 분야의 이야기가 많다”고 고백했다.신원호 PD는 ‘감빵생활’의 주된 키워드로 ‘희망’을 꼽았다. 자신을 억누르는 감옥을 나가는 것을 목표로 삼은 이들의 희망, 새로운 삶을 만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가지는 이들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것이다.
‘감빵생활’이 편성된 시간은 수요일 오후 9시30분이다. 지상파 수목드라마와 정면승부를 벌이게 된다는 것이다. 지상파와의 정면승부에 자신이 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제가 둔해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매 시즌 작품이 들어갈 때마다 ‘이번에는 사람들이 작품에 대해 관심이 없는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도 ‘응답하라’ 시리즈가 아니어서 그런지 반응이 별로 없다. 진짜 망하려나보다 싶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스스로 칭찬 알레르기가 있어서 스스로를 작게 보는 습성들이 있다. 이번에도 그런 생각을 많이 했다. 반응도 별로 없고, 들어가면 성적 걱정을 해야 할 것 같기도 하다”고 하면서도 “사실 자신감은 늘 없었다. 예능 할 때도 마찬가지고 ‘응칠’ ‘응사’ ‘응팔’ 때도 같았다. 솔직히 늘 자신은 없다. 성공에 핵심코드를 쥐고 있는 것도 아니고, 하다 보니 좋은 반응이 온 것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신원호 PD는 “보시는 분들이 어떻게 볼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끼리 열심히 준비했다. 저희가 촘촘하게 꾸민 캐릭터 이야기들이 각자의 시청자들이 어떤 감수성을 제공했으면 좋겠다”며 “‘응답하라’ 시리즈보다는 보편적이지는 않겠지만, 꼭 어느 한 코드에라도 ‘걸려주십사’ 싶은 느낌이 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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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호 PD는 현장 분위기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신원호 PD는 “현장 분위기는 남자들끼리 있다 보니 좋다. 캐스팅 할 때 몰랐는데, 리딩을 하는 자리에 소개시켜줘야 하는데, 들어오자마자 다 알더라. 연극에서 잔뼈가 굵은 분들이 많으니 거의 다 이래저래 다 하는 경우도 있고, 비슷한 길을 걸어오다 보니 설사 알지 못했다 하라도 금방금방 친해지더라. ‘응답하라’ 분위기와 비슷하다”고 털어놓았다.남자들 밖에 없는 촬영장의 분위기에 대해 신원호 PD는 “투박한 느낌은 있는데 어찌됐든 좋다. 다만 그런 이야기는 한다. NG 컷을 쓸 게 없다고. NG가 나면 삭막하게 ‘컷, 다시’ 이렇게 되더라. 깔깔깔 하면서 웃고 떠드는 것이 있어야 재미있는데, 남자들만 있으니 편하게 말을 하고, 분명 웃겨도 ‘허허 다시’ 이런 분위기라서 NG컷 쓸게 없다”며 “남자반 같은 느낌”이라고 솔직하게 말해 현장의 웃음을 자아냈다.
그럼에도 ‘감빵생활’을 향한 신원호 PD의 애정은 깊었다. 신원호 PD는 “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만들었고 과정도 길었다. 성적 욕심 안 난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저희가 말하는 성적의 기준은 높지 않다”며 “‘보기에 좋았더라’가 많이 생기고, 좋은 배우들이 많이 발견되는 드라마가 됐으면 한다. 열심히 만들고 있어서 저희가 세워놓은 기준보다 더 망하면 슬플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감빵생활’은 오는 22일 오후 9시 10분 첫 방송된다.
/서경스타 금빛나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