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장이 15일 오전 서울 광화문 KT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송은석기자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정답을 얘기하기 시작하면 스텝이 꼬일 것입니다. 규제·제도 혁신을 위한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기 위해 해커톤처럼 끝장토론을 하겠습니다.”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장병규(44) 위원장은 15일 광화문 KT빌딩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 이어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과거 정부에서부터 규제 혁신과 정비를 강조해왔지만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이같이 밝혔다. 해커톤은 정해진 기간 내 프로그래밍을 통해 ‘프로토타입’을 만들어내는 것처럼 민관 합동 토론을 통해 혁신안을 만들자는 뜻이다.
우선 그는 4차산업혁명에 관해 ‘데이터 지능화가 고도화돼 산업·사회·교육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정의한 뒤 오는 30일 ‘큰 그림 1.0’을 발표하겠다고 피력했다. 그는 “4차산업혁명위는 분과 성격으로 과학기술혁신위와 산업경제혁신위, 사회제도혁신위를 출범시킨데 이어 16일 스마트시티 특위 1차회의를 하고 앞으로 정밀의료·헬스케어특위와 빅데이터특위도 꾸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장 위원장은 국내외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배틀그라운드’ 게임을 개발한 블루홀 최대주주다. 앞서 그는 1996년 ‘네오위즈’를 공동창업해 원클릭과 세이클럽 개발을 주도했고, 2005년 검색엔진 ‘첫눈’을 창업해 네이버에 350억원에 매각했으며, 2007년에는 벤처캐피탈 ‘본엘젤파트너스’를 창업했다.
장 위원장은 4차산업혁명의 경우 걸림돌 가운데 하나로 빅데이터와 개인정보 보호 간 이해상충을 꼽았다. 그는 “개인정보 보호는 굉장히 중요한데 4차산업혁명 키워드인 빅데이터를 생각해 한 테이블에서 얘기하는게 필요하다”며 “정부와 국회를 거쳐 제도화·법제화하려면 많은 절차를 거쳐야 하고 지속적이고 꾸준한 사회적 합의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4차산업혁명위가 심의·조정에 그치고 의결권이 없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위원회에서 정답을 얘기하기 시작하면 스텝이 꼬일 것이기 때문에 정답은 내지 않고 찾아가는 과정을 푸시(push)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혁명적 변화를 하려면 괴롭지만 변화하지 않으면 누군가 우리를 변화시킬 것이라며 능동적 변화를 강조했다. 그는 지난 9월 26일 출범식에서도 “위원회는 민간이 안을 내고 정부가 받는 그림이 아니다”며 “대통령과 청와대, 각 부처가 제시한 4차 산업혁명 관련 정책을 심의 조정하는데 방점을 둬야 혼선이 안 생긴다”고 밝힌 바 있다. 그와 위원들의 임기는 1년이다.
역대 정부에서 규제개선 노력이 실패한 것에 대해서는 논의의 틀이 관 위주로 됐기 때문이라는 견해도 밝혔다. 그는 “핀테크를 예로 들면 칼자루를 쥐고 있는 금융위·금감원 앞에서 민간이 말을 잘 못 한다”며 “4차혁명위가 중심을 쥐고 양쪽 대표가 나와 얘기하면 합의를 찾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네거티브 규제(할 수 없는 것만 열거)를 공약하고 정부도 규제 변화와 정비 의지가 있다는 것을 믿어달라고 역설했다. 한편 장 위원장은 “위원회에서 한 명도 제가 뽑은 사람이 없다. 민간은 자기 손발 맞는 사람 뽑아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데 그렇게 안 돼 개인적으로 상당히 고생하고 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