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산 방어’ 국내산으로 속여 판 노량진상인 86명 무죄 선고



‘일본산 방어’를 국내산으로 속여 판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노량진수산시장 상인들이 법원에서 범죄를 증명할 근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3단독 명선아 판사는 15일 농수산물의 원산지 표시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유모씨 등 86명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노량진시장에서 활어 도·소매업체를 운영하는 이들은 2015년 11월 13일부터 작년 1월 30일까지 일본산 방어를 국산 방어와 같은 수족관에 혼합해 보관하고, 국산으로 표시해 원산지를 속여 판매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법원에 따르면 이 사건은 한 방송사의 먹거리 프로그램을 통해 관련 의혹이 보도되면서 불거졌고, 서울 동작경찰서가 수사에 착수했다.

수사를 맡은 경찰관이 평소 여러 사건을 제보한 지인 이모씨에게 노량진시장에서 판매하는 방어의 원산지 실태를 동영상으로 찍어달라고 부탁했고, 이씨는 작년 1월 30일 시장에서 방어를 구매할 것처럼 상인들에게 묻고 국산이라고 답하는지 촬영했다.

이와 관련해 이씨는 법정에 출석해 “상인들이 원산지를 국산으로 표시했는지 여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아 표시를 위반했는지는 모르겠다”면서 “방문한 점포 중에는 한 군데를 제외하고 모두 국산이라고 대답했다”고 진술했다.

이에 대해 명 판사는 “동영상 내용 등에 비춰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상인들이 해당 기간 일본산 방어 모두를 국내산으로 거짓 표시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동영상에서 피고인들이 원산지를 국산으로 표시했다고 볼 만한 장면을 찾을 수 없고, 이씨도 촬영 당시 원산지 자체를 표시하지 않는 상인이 많았다는 취지로 진술했으며 점포 내 수족관에 방어 자체가 없었던 피고인들도 상당수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경찰에서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작년 7월 애초 상인 103명에 대해 벌금 200만~800만원을 내려달라며 약식기소했다. 하지만 상인들은 그 다음달 법원에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1년 넘게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일부 상인은 정식 재판 청구를 취하했고, 일부는 지난 2월 혐의를 인정해 벌금형을 선고받으면서 이날 재판에서 선고를 받은 피고인은 86명으로 줄었다.

이날 재판은 피고인들이 많아 평소 박근혜 전 대통령 등의 재판 때 사용되는 417호 대법정에서 열렸다.

애초 대법정에서 열릴 예정이던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의 재판은 아래층 중법정으로 장소가 바뀌었다.

법정 경위들은 재판에 지각한 상인들에게 전화를 걸어 위치를 확인하고, 휴대전화의 벨 소리를 진동으로 바꿔달라고 고지하느라 분주하게 법정 안을 돌아다녀야 했다.

30분 동안의 재판 동안 피고인들의 출석 여부를 확인하는 데만 20여 분이 걸렸다.

명 판사가 피고인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며 아직 도착하지 않은 피고인에 대해 묻자 동료 피고인들이 손을 번쩍 들고 큰 소리로 “오고 있답니다”, “서초역 사거리 앞이랍니다”라고 외치기도 했다.

일어서서 재판 결과를 듣던 상인들은 명 판사가 무죄를 선고하자 “감사합니다”라고 외치며 박수를 치다가 경위에게 제지당하기도 했다.

[사진=연합뉴스]

/전종선기자 jjs7377@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