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 연기에 수시·정시도 어그러져…대입 일정 대혼란

지진발생 초기엔 강행론 우세
"안전 우선" 현지 요청에 급선회
고사장·포항지역 학교 휴교
여진으로 또 다시 연기될 땐
대학 신학기 일정 영향 가능성

15일 경북 포항에서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한 뒤 주민들이 대피한 북구 흥해실내체육관에서 한 고3 학생이 문제집을 펴들고 수능시험 공부를 하고 있다.
15일 포항에서 지진이 발생한 직후만 해도 교육계 안팎에서는 ‘대학수학능력시험 강행론’이 대세였다. 수능을 연기하면 대입 수시와 정시 등 모든 일정에 차질이 발생해 대학 학사일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능 연기에 따라 불거질 수밖에 없는 수험생들의 유불리 논란도 부담이었다.

지진 직후 교육부에서 열린 기자브리핑에서도 수능 연기는 거론되지 않았다. 여진이 발생하면 어떻게 대피하느냐에 대한 질의와 응답이 주로 오갔다. 이주희 교육부 대학정책실 대입제도과장은 “오후3시 기준으로 고사장에 피해가 발생했다는 보고는 없었다”며 여진 발생 시 대처요령 등만 설명했다. “유리창 깨진 곳이 있어도 듣기평가 등에 영향을 줄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답변도 하지 않았다. 교육부의 상황 인식이 그만큼 안이했던 것이다.

하지만 수능 관련 긴급대책회의 도중 포항 지역 교장들로부터 ‘수능을 연기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오자 분위기가 반전됐다. 포항에 급파돼 현장을 점검한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도 문재인 대통령에게 수능 연기를 건의했고 문 대통령이 이를 곧바로 수용한 것이다.

교육부는 수험생 안전을 위해 포항 등 지진 발생지역 고사장에 대한 안전점검을 실시하기로 했다. 시험을 치르는 데 무리가 있다고 판단하면 포항 이외 지역에 대체고사장을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대입 일정은 일주일씩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통상 수능이 실시되는 직후의 토요일부터 본격화되는 대학별 논술고사는 연기가 불기피하다. 또 수능 결과가 나와야 수능 최저학력 기준 충족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터라 각종 수시일정도 순연될 수밖에 없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수험생들은 수능 가채점 결과를 보고 나서 수시에 집중할지 정시에 올인할지 결정한다”며 “따라서 수능이 연기되면 당연히 수시도 연기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시일정의 차질도 불가피하다. 수시전형기간이 지연되면 수시 합격자 발표가 늦어지고 이는 정시 원서접수에도 영향을 미친다. 수시 합격자는 정시에 지원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대학 학사일정은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초 추가모집을 포함한 대입일정 마감일이 내년 2월26일이어서 새 학기 시작까지 일주일간의 여유가 있어서다.

문제는 여진이 수능일인 오는 23일까지 이어져 수능을 다시 연기하느냐다. 수능이 또 한 차례 연기되면 대학 학사일정까지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수능 연기로 수험생들 사이에 유불리도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교육평가연구소장은 “긴장의 기간이 길어지면서 아무래도 담대한 학생이 유리할 것”이라며 “학생들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수능 연기로 수능 예정일이었던 16일에는 포항 지역에 휴교령이 내려지고 나머지 지역은 예정대로 1시간 늦은 오전10시에 등교한다. 수능을 치를 예정이었던 고사장 학교는 예정대로 휴교한다.

경찰은 전국 85개 시험지 보관소마다 2교대로 하루에 경찰관 4명씩을 배치해 교육청 관계자와 합동으로 경비를 담당하기로 했다. 문제지 유출 시도 등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기동대 등은 긴급출동태세를 유지한다. 보관소 관할 지구대·파출소는 2시간마다 한 차례씩 보관소 주변을 순찰하며 의심스러운 동향이 있는지 살필 예정이다.

/김능현기자 nhkimc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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