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지진대책 입법은 내팽개치면서 사고가 발생하면 현장을 찾는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16일 우원식(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유승민(왼쪽) 바른정당 대표가 포항시 마산리 대성아파트를 찾았고(왼쪽 사진부터),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포항시 흥해실내체육관에 마련된 대피소를 방문했으며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흥해실내체육관을 찾았다. /연합뉴스
“얼마나 놀랐습니까.” “국회에서 최선을 다해 대책을 마련하겠습니다.”
지난해 9월 경북 경주에서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하자 정치인들은 일제히 사고현장을 찾아 “우리 당이, 국회가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공포에 떠는 주민들의 손을 어루만지거나 같은 색의 점퍼를 입고 현장 관계자의 설명을 듣는 정치인의 모습은 재난 이후 따라붙는 이미지가 된 지 오래다.
16일 경북 포항에서 또 한 번 같은 그림이 펼쳐졌다. 전날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하자 주요 정당 지도부가 일제히 피해현장으로 달려간 것이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등은 이날 아침 일찍 피해현장과 대피소를 찾아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하겠다” “특별지원대책팀을 현장에 꾸리겠다” 등을 약속하고 또 약속했다. 누군가에게 간절한 희망인 정치인들의 ‘그 약속’은 물론 관련 법안으로 이어지기도 하지만 무너진 건물더미의 분진처럼 허공으로 사라지는 ‘공약(空約)’이 될 때가 많다. ‘사고 날 때만 사진 찍으러 몰려오는 생색 국회’라는 비난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가장 시급한 민간 건축물에 대한 내진 보강 및 예산 지원 등은 법안 접수 이후 다음 단계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국회가 5월 출범 이후 적폐청산·보수통합·인사논란 등 정쟁에 매달리는 사이 1년 전 울려 퍼진 자연의 경고는 새까맣게 까먹었다는 지적이다.
정치권은 초당적인 피해 지원과 대책 마련을 약속했다. 홍준표 대표는 피해현장을 방문해 “재난에는 여야가 없다”며 “모두 합심해서 지원하는 데 앞장서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유승민 대표도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포항시를) 특별재난지역으로 빠르게 선포해서 국비가 내려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철수 대표는 “활성단층들에 대한 연구가 제대로 돼 있지 않아 체계적인 대처가 힘들다”며 “하루빨리 이런 단층들에 대해 제대로 조사하고 대책을 세우는 일을 국회 차원에서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각 당은 현재 진행 중인 내년도 예산안 심사에서 지진대책 관련 예산도 증액하겠다고 뒤늦게 나섰다.
한편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 대회의실에서 총리 주재 긴급관계장관회의를 열고 “기상청의 지진 관련 업무 강화 및 지원을 위해서는 예산이 부족할 수 있는 만큼 국회와 함께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주희기자 sso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