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가 지난 2014년 이후 최대인 221명 규모의 정기 임원 인사를 16일 단행했다. 역대 최대 실적을 낸 반도체 등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에서만 발탁 승진 12명을 포함해 총 99명의 승진자를 배출했다. 부사장 승진자도 27명이나 나와 향후 안정적인 경영진 구축을 위한 여건을 마련했다.
이밖에 글로벌 인재들을 파격 승진시키고 여성 인재들도 대거 중용했다. 옛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 출신들도 주요 포스트에서 승진 대상에 포함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성과주의 원칙과 과감한 발탁 인사를 통해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고자 했다”고 밝혔다.
◇ 승진자 2명 중 1명 DS 부문 ‘승진 잔치’=이날 임원 인사에는 ‘성과 있는 곳에 보상 있다’는 삼성 인사의 대원칙이 명확하게 적용됐다. 전체 승진자 221명 가운데 99명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 중인 반도체 등 DS 부문 소속이다. 승진자 2.2명당 1명꼴로 DS 부문인 셈이다. 스마트폰 사업 호조가 정점을 찍어 사상 최대 규모(240명) 임원 인사를 냈던 지난 2013년 당시 무선사업부의 ‘승진 잔치’가 이번에는 DS 부문에서 펼쳐졌다. DS 부문 전체 임원 승진자 중 12명은 승진 연한을 채우기 전에 조기 승진하는 발탁 승진자로 채워졌다. 엔지니어들의 약진도 두드러졌다. 회사 관계자는 “DS 부문 사상 최대 실적의 밑바탕이 된 연구개발(R&D) 분야에서 승진 임원의 50%를 배출했다”고 설명했다.
◇ 부사장 승진자 27명 ‘안정적 인사 기조 이어질 듯’=차기 최고경영자(CEO) 후보군인 부사장 승진자가 27명이나 나온 것도 주목할 만하다. 향후 삼성의 인사가 ‘숨은 진주’를 발굴, 파격 발탁하기보다는 예측 가능한 수준의 안정적인 기조를 보일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실제로 앞서 소비자가전(CE)과 모바일·IT(IM), DS 신임 부문장 모두 예상 가능한 사업부장들이 올라갔다. 재계 관계자는 “순리대로, 시스템에 의해 이뤄진 무난한 인사”라고 평가했다.
부사장 승진자 평균 나이도 54.1세로 젊다. 삼성전자는 “권오현 회장 용퇴를 기점으로 세대교체의 흐름이 임원 인사까지 적용됐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장 젊은 부사장 승진자는 이돈태 부사장(디자인경영센터 부센터장)과 안덕호 부사장(DS 부문 법무지원팀장)으로 49세에 불과하다. 국내 주요 대기업 중 40대 부사장은 매우 드물다.
◇ 글로벌 인재·여성 중용=이달 초 사장단 인사에서 처음으로 외국인 사장을 배출한 삼성전자는 이날 임원 인사에서도 실력파 글로벌 인재 중용 원칙을 재확인했다. 글로벌 현장에서 탁월한 성과를 거둔 현지 임원을 대거 고위 임원으로 승진시켰다. DS 부문 미주 총괄 메모리마케팅 담당인 제임스 엘리엇 전무가 2년 파격 발탁된 게 대표적이다.
신임 여성 임원은 DS 부문 3명 등 총 7명을 배출했다. 여성 펠로(Fellow)도 처음 탄생했다. 장은주 종합기술원 무기소재랩(Lab) 연구원이 주인공으로 펠로는 삼성 엔지니어 최고의 영예로 꼽힌다. 총 15명의 신임 마스터(Master)에도 여성 연구원 2명이 포함됐다.
◇ 지주사 전환 추진 임원 부사장 승진=이번 임원 인사는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던 미전실 해체 이후 사실상 첫 인사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부사장 승진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미전실 출신 임원 가운데 눈에 띄는 승진자는 재경팀 소속 이왕익 부사장이다. 이 부사장은 옛 구조조정본부와 전략기획실·미전실을 두루 거친 인물로 전반적인 그룹 지배구조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삼성전자 지주사 전환과 생명 중심의 금융 중간지주사 추진을 총괄했던 것도 이 부사장으로 알려져 있다. /이상훈·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