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연속 강진에도…재난망 구축 하세월

세월호 사태 이후 추진 나섰지만
시범사업 부실에 사업기간 연장
아직까지 입찰 공고조차 못 내
'2020년 완료' 목표 달성 불투명
안행부 "내년초 본사업 발주할 것"



지난해 경주에 이어 15일 오후 포항 인근에서 또다시 강진이 발생하면서 수년째 지체되고 있는 국가재난안전통신망(이하 재난망) 사업이 도마에 올랐다. 재난망 사업은 애초 올해 전국망 구축을 목표로 첫 삽을 떴지만, 지난해 끝난 시범사업이 부실설계로 사실상 실패하고 이후 최순실 국정농단 등으로 추진 동력을 잃으면서 사업기간만 3년이 늦어진 상황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4년 계획이 수립된 2조원대 규모의 재난망 구축 사업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원래 계획보다 3년 늦어진 오는 2020년까지 사업을 완성하기 위해 내년부터 본사업에 들어간다는 계획이지만 아직까지 입찰 공고조차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재난망은 대지진이나 원전폭발 같은 국가적 재해·재난사건이 발생했을 때 국민을 지키는 구조활동을 빨리 진행하도록 해주는 통합 네트워크망이다. 경찰·소방·국방·지방자치단체 등의 무선통신망을 하나로 통합, 재난 발생 시 국민 안전을 보호하고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2003년 대구지하철 화재 이후 처음 제안됐지만 지지부진하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때 다시 부랴부랴 시작됐다.

하지만 지난해 6월 종료된 강원 지역 시범사업에서 문제점들이 발견되면서 사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커버리지(도달 범위)가 당초 계획(89.5%)했던 것에 도달하지 못해 설계부실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고, 안전행정부는 산·학·연 전문가로 꾸려진 시범사업 검증협의회를 꾸려 새롭게 총사업비와 추진방안을 도출해 기획재정부에 제출했다. 기재부는 한국개발연구원(KDI)과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용역을 통해 지난해 11월부터 검증을 했고,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최소 6개월 이상의 시간이 흘렀다. 올해 9월 27일 SK텔레콤이 ‘재난망 보강 사업’ 사업자로 선정돼 20~30여 기지국을 추가하는 등 음영지역에 대한 보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보강사업 기간은 내년 3월까지로,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에는 강원 지역에서 재난망을 집약적으로 선보인다는 목표다.

안전행정부 측은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단계로 재난망을 완료할 계획”이라며 “미국이나 영국도 2020년 이후 재난망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사업기간을 늘려 안정적으로 완성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국회 심사를 거쳐 예산이 확정되면 내년 초에는 본사업 발주가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재난망 구축계획에 따르면 1단계 본사업은 강원권과 대전·세종·충남·충북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2019년에는 2단계로 부산과 대구·광주·전북·경북 등 남부권 9개 시도가 구축 대상에 오른다. 2020년에는 마지막으로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 3개 시도에 재난통신망 구축작업이 개시된다. 총 사업비는 1조9,611억원이다. 이통업계 한 관계자는 “시범사업 이후 총사업비를 검토하는데만 1년의 시간이 흘러 버렸다”며 “하지만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로 하는 사업이 경제성의 논리가 앞서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중소 장비업체 관계자도 “관련 사업을 위해 선투자했던 중소기업들이 경영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에서 시급한 추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용민기자 minizza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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