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워너브러더스
지난 15일 개봉한 영화 ‘저스티스 리그’(감독 잭 스나이더)가 개봉 이틀째 국내 박스오피스 정상을 꿰차면서 누적관객수 30만 명 이상을 돌파했다. 하루 15만 명 이상을 동원한 꼴이다.(영진위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이하 동일)
예매율 역시 17일 오후 12시 기준 52.7%(예매관객수 12만 858명)을 보이며 압도적인 우세를 점하고 있다. 이번 주말 기록적인 흥행 성적을 기대해 볼 만하다.
사실 ‘저스티스 리그’는 모두의 우려를 안고 개봉했다. DC 확장 유니버스(DC Extended Universe, DCEU)의 출발점인 ‘맨 오브 스틸’(2013)부터 지난해 ‘배트맨 대 슈퍼맨’과 ‘수어사이드 스쿼드’가 기대와 달리 줄줄이 흥행에서 참패했기 때문.
‘어벤져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토르’ 등 시리즈를 거듭할 수록 인기가 치솟고 있는 마블에 비해 DC는 내리막길을 걷는 형국이었다. 그러다가 올해 5월 개봉한 ‘원더우먼’이 전세계 총 8억 2천만 달러 이상을 벌어들이면서 DC에도 한 줄기 희망의 빛이 비추기 시작했다.
다행히 ‘저스티스 리그’를 향한 관객들의 평가는 생각했던 것보다 긍정적이다. 비주얼, 액션 등에서는 이견이 없는 분위기이며 캐릭터 밸런스 붕괴, 평이하고 전형적인 서사는 여전히 지적되는 부분이다. 이 가운데 플래시가 등장하는 신에서의 유머러스한 재미에는 호의적이다. 총체적으로 ‘맨 오브 스틸’ ‘배트맨 대 슈퍼맨’ 보다는 낫다는 평가다.
‘저스티스 리그’ 마지막까지의 연출을 잭 스나이더가 했다면 어땠을까. 분위기는 훨씬 장중하고 어두웠을 것이다. ‘DC스럽게’ 때깔은 좋지만 관객 친화적인 영화는 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조스 웨던 감독이 개입함으로써 ‘저스티스 리그’에 ‘매력’을 심어줬다.
사진=워너브러더스
잭 스나이더가 가족 문제로 지난 5월 ‘저스티스 리그’에서 하차한 후 조스 웨던이 후반부 작업과 연출에 바통을 이었다. ‘어벤져스’ 1·2편을 연출한 조스 웨던은 ‘배트걸’의 메가폰을 잡으며 DC로 옮겨온 참이었다. 마블에서는 성공을 거둔 감독이었지만, DC의 틀 안에서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던 터라 팬들에게는 우려와 의구심이 있었다.
조스 웨던은 ‘맨 오브 스틸’ ‘배트맨 대 슈퍼맨’에 이어 ‘저스티스 리그’의 OST를 맡았던 작곡가 정키 XL을 해고하고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 함께한 대니 엘프먼을 ‘저스티스 리그’의 음악감독으로 교체했다.
그래서 웅장하게 가슴을 치는 OST의 매력은 덜해졌지만, 이야기적인 면에서는 ‘유머’와 ‘유연함’을 갖추게 됐다. 조스 웨던은 ‘저스티스 리그’의 각본에 참여, 마블의 퀵실버와 유사한 플래시 캐릭터를 통해 대사에 유머를 삽입했다. 그래서 플래시가 나오는 장면들에서는 관객들의 웃음이 곳곳에서 터져나온다.
조스 웨던은 재촬영 분량을 15~20% 채워 넣음으로써 경쾌함을 갖췄다. 배트맨(벤 애플렉), 원더우먼(갤 가돗), 플래시(에즈라 밀러), 아쿠아맨(제이슨 모모아), 사이보그(레이 피셔), 슈퍼맨(헨리 카빌)이 규합하는 과정에서 으레 톤이 전환될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지만, 극 초반과 후반의 느낌은 사뭇 다르다.
여기서 한국 관객들이 유독 마블에 열광하는 이유를 찾아볼 수 있다. 마블은 유쾌하다. ‘해학의 민족’인 우리들은 마블의 정서에 쉽게 동화할 수 있었다. ‘토르: 라그나로크’에서 유머가 너무 짙어졌다는 지적도 있지만, 농도를 잘 조절한다면 앞으로의 인기에는 차질이 없을 전망이다.
조스 웨던은 ‘저스티스 리그’에 확실한 구원투수 역할을 했다. 다만 DC의 색깔을 잃지 않는 적정선에서 시리즈를 발전시켜야 할 숙제가 남아있다. 당분간 ‘저스티스 리그’의 흥행 추이에 주목해야 할 이유다.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