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썸인]이다랑 그로잉맘 대표 "경단녀 육아 고민을 창업으로...아이 제대로 키우려 직접 나섰죠"

모든 직원 엄마들로만 구성
알짜정보 제공에 반응 뜨거워

이다랑 그로잉맘 대표.
“아이를 가졌을 때 불행하다고 생각했어요. 임신 테스트기에 두 줄을 보고 처음 내뱉은 말이 ‘망했다’였죠.”

부모 전문 교육기업인 그로잉맘의 이다랑(32) 대표에게 엄마가 되는 순간은 공포로 찾아왔다. 기혼자였던 그는 아프리카에서 1년을 보내고 취업시장에서 잠재적 육아휴직자로 분류됐다. ‘임신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이 나오는 면접마다 떨어진 뒤 간신히 취업에 성공했을 때였다. 원하지 않는 사직서를 내고 아이를 낳자마자 프리랜서 상담가로 일하면서 자신을 비롯한 한국 엄마들이 불행하다는 걸 깨달았다.

“지난 2011년 에티오피아에서 유치원을 짓고 아이들 100명과 그 부모들을 상담했을 때였는데 초등학교 교육도 받지 못한 엄마들이 대다수였어요. 처음에는 임신과 육아의 기초적인 상식도 없는 상태였지만 아이와의 애착에 대해 궁금해하고 자신을 위한 일들을 찾기 시작할 때 무섭게, 빠르게 성장하더라고요.”


이 대표가 눈여겨본 지점은 한국 엄마들이 에티오피아 엄마들보다 물질적으로도 풍요로운데도 행복하지 않다는 점이었다. 온라인 육아 커뮤니티부터 기업 제품 마케팅까지 정보가 과잉일수록 엄마들이 병든다는 게 이 대표의 생각이다. 진짜 필요한 정보를 가려주거나 육아를 하는 데 있어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없다는 게 문제였다. 아무리 개개인을 대상으로 상담을 해도 한계가 있었다. 엄마들에게 진짜 전문가는 너무 멀리 있었다.

상담의 한계를 고민하는 그에게 남편은 창업이라는 뜻밖의 선택지를 던졌다. 대학에서 아동학을, 대학원에서 발달심리학을 배우면서 상담이라는 길만 생각했던 그였다. 남편 말을 듣고 작은 고민이라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스타그램을 통해 나눠보면서 진짜 창업 가능성이 있는지 살펴보기로 했다. 육아 고민에 대한 의견이나 정보를 제시할 때마다 엄마들은 뜨겁게 반응했다. 그렇게 지난해 2월 구글 캠퍼스 서울의 엄마를 위한 캠퍼스에 입학했다.

‘그로잉맘’의 슬로건은 ‘엄마가 된 시기의 나를 성장하게 한다’는 뜻이다. 그도 임신했을 때 엄마가 되는 시기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세상에 자신의 시계만 멈춰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엄마가 됐다고 인생의 끝이 아니라 그 시기에도 자신은 성장하고 있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 부모 교육을 하는 동시에 기업과 협업해 제품이나 마케팅을 통해서 부모로서 제대로 서는 법을 공유하겠다는 생각이 창업의 출발점이었던 셈이다.

이 기업의 모든 직원들도 엄마들이다. 엄마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가정도 양립할 수 있도록 출퇴근 시간, 휴가 시스템을 짰다. 이 대표도 일주일에 두 번은 반드시 아들을 유치원에서 데려온다. “보통 스타트업과는 다른 속도로 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정하고 가지만 엄마들로 이뤄진 스타트업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생각이에요.” 올해 말에는 엄마 직원들도 더 뽑고 소셜벤처를 지원하는 사단법인 루트임팩트와 함께 엄마들의 재취업을 돕는 ‘리턴십’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정혜진기자 made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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