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유가 급변에 혼란스런 자산가] 달러연계 펀드 수익률 추락...신흥국 국채도 환율 덫에 빠져

<환테크하던 부자들 울상>
한은 기준 금리 인상에 한반도 리스크 완화로 원화 강세
내년에도 원고 예상...분할매수 등 포트폴리오 조정 필요
브라질 연금개혁·대선 등 정치적 상황이 최대 변수로

# 임대업을 하는 A(45)씨는 지난 9월 올해 최고 인기 재테크 상품으로 꼽힌 10년 만기 브라질 국채를 샀다. 연 10%의 수익률에 헤알화 환율도 긍정적이라는 전망에 3억원을 투자했다. 두 달이 채 지나지 않아 A씨는 헤알화 하락에 원화 강세까지 겹치며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대출을 쪼이며 급하게 자금이 필요하지만 환율에 발목이 잡혔다.

달러 강세를 예상한 B씨도 낭패다. 지난달 말 달러연계 상장지수펀드(ETF)를 매입한 B씨는 원·달러 환율이 저점까지 내려오면서 반등을 기대하고 투자했는데 1,100원선이 붕괴되며 멘붕에 빠졌다. 달러 강세에 신흥국 통화가 약세를 나타낼 것이라는 전문가 조언과 달리 원화만 유일하게 강세를 나타낸 탓이다.

환율이 빠르게 하락하며 고액자산가들이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시중 자금을 빨아들인 브라질 등 신흥국 국채와 펀드에 투자한 고액자산가들은 예상과 다른 환율 흐름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부터 국내 기준금리 인상이 가시화하며 국내 통화만 글로벌 흐름과 역행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박석현 대신증권 연구원에 따르면 10월 이후 선진국 통화는 일제히 하락했고 신흥국 통화는 혼조 양상을 나타냈다. 브라질 헤알화와 러시아 루블화는 각각 3.8%, 2.8% 하락했지만 아시아 통화는 달러화 강세 영향을 받지 않았다. 반면 한국 원화는 홀로 2.5% 상승하면서 주요20개국 통화 중 가장 큰 폭의 강세를 나타냈다. 박 연구원은 “주요 전망 기관들이 한국 경제 성장에 대해 낙관론을 제시하면서 통화 가치 강세로 이어졌고 한국은행 정책금리 전망도 급격하게 연내 인상으로 전환하면서 원화가치가 두드러지게 강세를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돌발변수에 기존 투자자들은 사면초가에 처했다. 환율이 급변하면서 달러연계 재테크 상품 손실이 불어난 것. 올해 구글·애플 등 미국 4차 산업 관련 종목에 직접 투자한 투자자들은 해당 기업 주가가 크게 상승했지만 큰 수익을 내지 못했다. 주가가 10% 올랐어도 같은 기간 원·달러 환율이 5% 하락하면 원화 기준으로 수익률은 5%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펀드 상품도 마찬가지다. 미국 달러선물 가격 변동폭의 두 배를 추종하는 ETF ‘KOSEF 미국달러선물레버리지’는 올해 1월 1만90원에서 현재 8,000원대 초반까지 떨어져 약 20% 가까이 하락했다. ‘KODEX달러선물’ ‘신한달러인덱스선물’ 등 다른 달러 연계 ETF 투자자들도 연초에 비해 약 10~20%가량 손실을 입었다. 일반 주식형 펀드의 경우 환위험을 없앤 ‘환헤지’ 상품과 ‘환노출’ 상품 간 수익률 격차가 있었지만 최근 1주일간은 이마저도 모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선진국 헬스케어주를 선별해 투자하는 ‘NH아문디Allset글로벌실버에이지’ 펀드 중 환노출형의 최근 한 달 수익률은 -3.03%이며 헤지형은 -1.88%다.

신흥국 국채와 펀드 투자자들은 현 시점에서 국채를 팔아야 할지 펀드를 환매를 해야 할지 고민이다. 인기 상품인 브라질·멕시코·러시아 환율이 모두 연중 최저점 수준으로 내려앉아 기대수익이 낮아지면서 매도 시점을 잡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브라질 펀드는 6개월 수익률이 평균 마이너스로 돌아서며 자금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수익을 거둔 투자자들이 먼저 환매를 시작한 것이다. 최근 한 달간 브라질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9.9%로 지역별 해외 주식형 펀드에서 가장 저조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해외 주식형 펀드 평균 수익률이 1.18%인 것과 큰 차이가 난다. 채권 투자자들도 울상이다. 지난달 들어서부터 금리가 급격히 상승하기 시작했다. 브라질 국채 5년물 금리의 경우 지난달 19일 9.28%였지만 이달 15일에는 10.02%로 74bp(1bp=0.01%포인트) 올랐다.

일각에서는 브라질 국채가 1월, 7월 두 차례 이자를 지급하는 만큼 내년 1월 자금이 빠져나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지만 채권은 가격에 경과이자가 붙기 때문에 이자지급일과 자금 유출은 관계가 없다. 전문가들은 헤알화 환율이 하락했지만 여전히 높은 금리를 보유한 브라질 채권과 펀드에서 바로 빠져나올 만큼 급하지는 않다고 진단했다. 오리려 기회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강현구 KB증권 연구원은 “브라질 관련 자산이 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확실시됐던 브라질 연금개혁이 최근 들어 불투명해진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며 “브라질 경제가 미약하게나마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고 연금개혁 이슈는 늦어도 내년 1월에는 해결될 것으로 보여 최근 약세는 단기적으로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환율 변동에 자산가들은 투자전략을 재조정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는 환율 상승이 예상되지만 내년에는 원화 강세 기조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때문에 투자자들에게 분할 매수와 환헤지 상품으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것을 권했다. 한준택 이베스트투자증권 강남금융센터 PB는 “단기적으로는 환율 하락을 예상하는 인버스 상품을 추천한다”며 “내년에도 추가적인 하락이 예상되기 때문에 장기투자자들은 달러를 분할 매수하거나 해외 내수 쪽 주식에 관심을 갖기를 권한다”고 말했다./서지혜·박시진기자 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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