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수 전 산업은행장이 17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혹 떼려다 하나 더 붙인 격이 됐다. 지인이 운영하는 회사에 정부 지원금을 몰아주고 대우조선해양 경영 비리를 눈감아주는 대가로 투자를 종용한 혐의를 받고 있는 강만수 전 산업은행장의 형량이 항소심에서 늘었다.
서울고법 형사4부(김문석 부장판사)는 뇌물수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강 전 행장에게 17일 징역 5년 2개월과 벌금 5,000만원, 추징금 8,840만원을 선고했다. 앞서 1심은 그에게 징역 4년과 벌금 5,000만원, 추징금 9,064만원을 선고했다. 강 전 행장의 ‘스폰서’ 역할을 한 고교동창 임우근 한성기업 회장은 1심과 같은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강 전 행장은 2009년 12월 당시 이명박 정부의 대통령 경제특보 겸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으로 재직하며 지인인 김모씨가 운영한 바이오에탄올 업체 ‘바이올시스템즈’를 정부 연구과제 수행기관으로 선정하도록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신설로 폐지)에 압력을 넣은 혐의다. 바이올시스템즈는 ‘해조류 에탄올 플랜트 사업’ 부문 국책과제 수행업체로 선정돼 정부 지원금 66억7,000만원을 받았고 2심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이 혐의를 유죄로 봤다.
2심 재판부는 1심과 달리 강 전 행장이 남상태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의 경영비리를 눈감아주는 대가로 바이올시스템즈에 44억원을 투자하게 한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도 유죄로 인정해 형량을 높였다. 다만 재판부는 강 전 행장이 임 회장에게서 받은 현금 중 일부는 1심과 달리 무죄로 봤다.
재판부는 강 전 행장에 대해 “정부 지원금, 대우조선해양 연구개발비, 산업은행 대출금이 대부분 회수되지 못해 피해가 막대한데도 책임을 부인하고 단지 자신의 권한 내에서 정당하게 직무를 수행했다고 변명한다”면서 질타했다. /이종혁기자 2juzs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