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내린 17일 경기도 성남 판교에서는 기계와 인간의 이색 대결이 펼쳐졌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진행된 자율주행차와 인간 운전자와의 경주.

이날 경기도 주최로 열린 ‘판교자율주행모터쇼’에 냉장고만 한 전기차 ‘다니고’가 자율주행차의 대표로 참가했다. 인간과의 대결에 나선 이 자율 주행차는 충북대 소속 ‘타요(TAYO)’팀이 라이다와 카메라 등 각종 장비를 부착했다.


주행 도로는 350m 길이의 오르막길로 13m 간격으로 놓인 장애물과 S자 모양의 길로 구성됐다. 장애물 접촉 시 5초가 가산되는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속도는 시속 40㎞로 제한됐다.

자율 주행차는 초반 빠른 속도로 인간을 앞질러 긴장감을 자아냈다. 하지만 각종 장애물을 피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관람객들은 자율주행차가 장애물에 부딪힐 때마다 “어머”라는 탄식을 내뱉으며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이날 우천의 영향으로 길이 미끄러운데다 흐린 날씨로 시야가 좁아 자율주행차의 실수가 많았다는 분석이다. 특히 운전 경력이 오래된 운전자들은 훨씬 빠르고 정확하게 각종 미션을 수행하며 자율주행차를 압도했다. 다만 자율주행차는 경기가 진행될수록 도착시간을 조금씩 단축, 가능성을 보이며 눈길을 끌었다.

이번 대결은 장애물 회피, 험로 통과 등의 미션을 바탕으로 수행 정확도와 결승점까지 도착한 시간을 측정해 승부가 정해졌다. ‘인간 대표’로는 온라인 사전 신청을 통해 선정된 10명이 출전했다. △운전면허 취득 3년 미만 △운전면허 취득 3년 이상 △운전면허 취득 5년 이상 △운전면허 취득 5년 및 만 70세 이상 △자동차경주협회 소속 선수 등 5등급을 나눠 자율주행차와 대결을 펼쳤다. 국내에서 자율주행차와 인간이 같은 조건에서 경기를 치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허성우 충북대학교 연구원은 “자율주행차가 오늘 대결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였지만 인간과 첫 대결을 벌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서비스로 불리는 자율주행차 기술 개발에 더욱 매진해 좋은 모습을 보여주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날 행사에서는 시스템 문제로 경기 시작이 1시간 가량 늦춰지거나 자율주행차가 몇몇 경기에 출전을 못하는 등 준비가 미흡하다는 쓴소리도 나왔다.

한편 미국 도로교통안전국은 자율주행차의 기술 단계를 크게 4단계로 구분했으며 현재의 기술력은 운전자가 직접 제어해야 하는 ‘복합기능자동화(2단계)’ 정도 수준이다.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자율주행차 관련 시장 규모는 지난 2015년 3조4,000억원 규모에서 오는 2025년에는 107조7,000억원으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판교=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