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잖아도 노조의 경영간섭이 도를 넘고 있는 상황에서 경영 자율성을 위협하는 안건이 통과된다면 파장이 만만찮을 것이다. 안건 통과 여부를 떠나 국민연금의 노동이사제 찬성은 아쉬움이 크다. 세계 최대 의결권자문기구인 ISS 등 국내외 자문사의 권고를 물리친 것과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를 거치지 않은 게 그렇다.
국민연금은 그동안 여론의 주목을 받거나 투자자 이익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은 의결권행사전문위의 결정을 따랐다. KB금융 노동이사 건은 통과되면 사회적 파장이 클 게 분명하다. 게다가 노동이사제 도입은 대통령의 공약사항이다. 대단히 민감한 사안인 셈이다. 그런데 국민연금은 전문위가 아닌 내부 표결로 덜컥 방침을 정해버렸다. 그것도 김성주 이사장이 취임한 지 얼마 안 된 시점이다.
금융권에서 ‘정권 코드 맞추기’ 등 비판적인 시선이 쏟아지는 이유다. 김 이사장은 취임식에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언급하며 “외부의 부당한 간섭을 막겠다”고 강조했다. 취임 직전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도 “권력과 재벌로부터 독립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KB금융 노동이사 찬성을 두고 벌어지는 논란을 보면 김 이사장의 약속을 믿기 힘든 게 사실이다. 새 정부의 친노조정책에 국민연금까지 동원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든다. 정부 정책에 편승한 결정만 내려서는 국민연금의 독립성 확보는 공염불이 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