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현상은 이후 국제정치 무대에서 심심찮게 등장한다. 산업혁명을 통해 경제력을 키운 영국은 나폴레옹 전쟁 이후 강력한 해군력을 바탕으로 식민정책을 펴나갔다. 영국은 아메리카와 아시아·오세아니아·아프리카 등에 식민지를 확보함으로써 ‘해가 지지 않는 나라’가 됐다. 빅토리아 여왕이 재임한 60여년(1837년~1901년)은 영국의 힘이 절정에 달한 ‘팍스 브리타니카(Pax Britannica)’ 시기였다. 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냉전이 시작되면서 소련과 미국이 세계 질서를 양분하는 ‘팍스 러소-아메리카나(Pax Russo-Americana)’의 시기가 있었고 1991년 소련이 붕괴된 후에는 미국에 의한 지배를 뜻하는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가 유지돼왔다.
최근에는 팍스 아메리카나의 위상에도 변화 조짐이 엿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아시아 방문 이후 미국의 힘이 다소 떨어지면서 ‘미·중의 평화시대(Pax Sino-Americana)’가 대두하는 것이 아니냐는 진단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중국이 군사력과 경제력, 문화·도덕적 측면에서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에 도달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 단계에 이르기 위해서는 중국이 주변 국가들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는 소프트파워를 갖춰야 하지 않을까. /오철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