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난 김 대표는 “기존 방식의 유통 시스템으로는 소비자들이 신선한 돼지고기를 만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면서 “돼지고기를 시작으로 닭과 달걀로 확장했고, 앞으로 가장 까다로운 육고기 분야인 소고기까지 영역을 넓혀 소비자 중심의 ‘초신선 육고기 시장’을 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 대표가 애초에 돼지고기 창업을 생각한 건 아니다. 어릴 적부터 돼지고기를 좋아해 초등학교 2학년 때는 집에서 혼자 삼겹살을 구워 먹을 정도로 ‘남다른 돼지 사랑’을 보였다.
김 대표는 “미국 국무성 장학생으로 선발된 후 어느 날 친구 집에 삼겹살을 사갔는데 그 집 강아지가 내가 사간 삼겹살만 먹고 원래 친구네 집에 있던 냉동 삼겹살을 안 먹는 것을 보고 이상하게 여겼다”며 “두 상품을 비교하니까 내가 사간 건 도축한 지 20일 된 거였고 친구 집에 있던 건 100일도 더 지난 냉동고기였다”고 말했다. 이어 “강아지가 알아챌 정도면 사람도 그 맛의 차이를 알 수 있겠다는 생각에 무작정 도축장을 검색해 찾아갔다”며 “도축장에서 판매하는 최소 단위인 50인분 삼겹살 20㎏짜리 한 박스를 사다가 부위별로 잘라 같은 아파트에 사는 주민들과 친구들에게 나눠줬다”고 소개했다.
김 대표는 비슷한 시기 유학을 앞둔 친구와 대기업에 입사한 친구를 설득해 팀을 구성하고 지난해 1월 사업에 본격 나섰다. 정육각의 시작이었다.
정육각이 차별화 포인트로 잡은 것은 도축 후 유통 단계의 획기적인 단축이었다. 기존 축산 유통 시스템에서 냉장육의 경우 진공 포장 상태로 7~45일 동안 유통된다. 도축장을 거쳐 육가공업체에서 분류한 뒤 다시 대형 도매업체를 통해 전국 마트와 정육점으로 공급되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소비자가 시중에서 돼지고기를 구입할 수 있는 시기는 아무리 빨라도 7일이 지나야 한다.
정육각은 도축 후 1~4일 이내 초신선 돼지고기를 판매하고 있다. 최적의 맛을 찾기 위해 김 대표를 비롯한 팀원들이 도축 하루, 이틀, 일주일, 열흘 등 날짜별로 나눠 맛과 상태를 검증했다. 팀원 4명이 6개월 동안 500㎏의 돼지고기를 먹었고, 돼지고기 맛의 골든타임이 도축 후 3~5일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제품에 자신감을 얻은 김 대표는 지난해 10월 국내 최대 신선식품 온라인 카페 ‘농라’에 선보이며 서비스를 론칭했다. 내로라 하는 업체들과 경쟁을 해야 했지만, 맛과 신선도에서는 자신 있었다. 정육각은 고객 주문 후 당일 도축된 돼지고기를 구입해 자체 작업장에서 분류, 포장해 발송한다. 당연히 도축일도 공개한다. 이 모든 과정이 하루에 끝나고, 고객은 다음 날 냉장 포장된 상품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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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육각은 온라인 주문시 결제가 완료되지 않고, 제품 포장 후 구매량의 그램(g) 단위까지 계산해 최종 가격이 저절로 정산되는 시스템을 개발했고, 이를 특허로 출원했다. 정육각 공장은 온갖 정보기술(IT)이 활용된 소프트웨어 자동화 시스템으로 무장한 이유다. 온라인 주문부터 가공, 포장, 배송까지 모든 과정이 자동화시스템으로 구성됐으며, 날씨, 요일, 계절 등에 따라 변하는 실시간 수요 알고리즘도 개발해 유통 시간을 대폭 단축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고객의 호평이 쏟아졌고, 품목도 돼지고기에서 달걀과 닭으로 확장하고 있다. 내년 초에는 육고기 중에서도 까다롭다고 정평이 난 소고기에 도전장을 내밀고 당일배송 서비스에도 나설 계획이다.
김 대표는 “정육각이 생산 현장에 적용하고 있는 공장자동화시스템이 안정되면 이 솔루션을 신선식품 유통업계에도 납품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중국·싱가포르·홍콩 등 인근 국가로 진출 계획”이라며 “정육각의 궁극적인 목적은 소비자 중심의 신선식품 유통 구조를 확립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서비스 론칭 후 10배 성장한 정육각은 내년에는 매출 100억원 돌파를 전망하고 있다. 야심차게 추진하는 공장자동화시스템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 성장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민정기자 jminj@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