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냐 탄핵이냐…벼랑끝 몰린 무가베

자신이 만든 집권여당서 제명
탄핵절차 공식 개시 통보받아
신변보호땐 정권이양 협조할 듯

로버트 무가베 짐바브웨 대통령과 그레이스 여사/AFP연합뉴스
군부의 자진 사퇴 압박에도 꿋꿋이 버티던 짐바브웨의 37년 독재자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이 막다른 길로 몰렸다. 자신이 만든 집권여당 ‘짐바브웨아프리카민족동맹애국전선(ZANU-PF)’에서 버림받고 탄핵 절차까지 시작되면서 그의 선택지에는 스스로 권좌에서 내려오는 것과 끌어 내려지는 것 두 가지만 남았다.

AP통신에 따르면 19일(현지시간) ZANU-PF는 당 지도부 회의를 열어 무가베 대통령을 대표직에서 박탈하고 그가 차기 대통령으로 만들려던 41세 연하의 아내인 그레이스도 제명했다.

당 지도부는 무가베 대통령을 대신할 새 대표로 군부 쿠데타를 통해 권력에 중심에 선 에머슨 음난가그와 전 부통령을 임명했다. 현지 언론들은 음난가그와 전 부통령이 향후 과도정부도 이끌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ZANU-PF는 또 무가베 대통령이 20일 정오까지 하야하지 않으면 탄핵 절차를 공식 개시하겠다고 통보했다. 당 지도부는 현재 탄핵에 필요한 의석 3분의2를 확보하기 위해 과거 무가베 탄핵을 시도했던 적이 있는 제1야당 민주변화동맹(MDC)에 협조를 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상황이 급변하는 가운데 무가베 대통령은 이날 군 최고지도부와 쿠데타 이후 두 번째 회동을 했다. 지난 14~15일 이뤄진 첫 만남 당시 무가베 대통령은 임기를 끝까지 지키겠다고 주장했지만 이번에는 무가베 대통령이 그와 가족들의 신변을 보호해줄 경우 정권 이양에 협조하겠다고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쿠데타 지지세력인 짐바브웨 해방전쟁 참전용사협회의 크리스 무츠방와 회장은 이날 여당 지도부 회의에 앞서 “무가베 대통령이 명예로운 퇴진을 위해 협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짐바브웨 수도 하라레에서는 전날 국민 수만 명이 거리로 나와 무가베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시위를 열었다. 짐바브웨에서 이렇게 대규모 시위가 벌어진 것은 매우 이례적으로 외신들은 마치 독재 종식을 축하하는 축제와 같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무력으로 시위를 진압하는 국가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열렸다”며 “시위는 군부는 물론 여당의 지지 속에 이뤄졌다”고 소개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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