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여행문화를 새롭게 바꿔 나가는 인문지리 감성여행가 남민 작가와 여행객들. <사진=정연호 사진작가>
어수선하게 몰려다니는 관광과 달리, 특정 주제로 여행지 현장에서 본연의 가치를 발견하고 자신의 삶에 투영해보는 여행문화를 추구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여행이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며 함께 여행에 나서고 있다. 이들에겐 멋진 여행이 곧 삶이고 삶이 곧 멋진 여행이다.
남민 작가는 18일, ‘백제 그날’ 주제의 인문 역사 기행을 기획해 18명의 여행객과 함께 부여로 떠났다. 백제의 마지막 숨결을 파헤치며 그 메시지와 지금의 자신을 찾는 여행이다. 이 여행은 품격 속에서 재미를 동시에 추구하는 여행으로 설계됐고 여행의 시작부터 끝까지 매 순간 가치를 발견하게 되는 ‘멋진 여행’의 위력을 발휘한다.
1400년 전 역사를 일깨우며, 한반도 고대국가 4개의 축 중 하나였던 백제, 그 마지막 날의 숨가빴던 현장 속으로 떠난 남 작가와 여행객들은 유물 하나에서도 그날의 숨결을 느낄 수 있었다. 이는 눈으로 봐서가 아닌, 마음으로 봤기 때문이라는 게 남 작가의 설명이다.
남민 작가와 여행객들은, 언제나 그 자리에 서 있는 정림사지오층석탑, 국립부여박물관, 부소산성이지만 여느 여행과 다른 컨셉으로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는 여행을 추구한다.
시간 속으로 들어가는 여행, 남민 작가와 멋진 여행을 추구하는 여행객들. <사진=정연호 사진작가>
남민 작가는 “유물과 현장은 단순히 그 형체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뭔가 다 전하지 못한 메시지를 전해준다”며 “역사는 살아 있고, 우리는 그 메시지를 읽어낼 수 있어야 한다” 고 말했다.
유난히 추운 날, 백마강의 칼바람은 몸을 움츠러들게 했지만 망국의 한 그 흔적을 찾아 떠난 여행은 모두가 색다른 느낌으로, 추위도 물리칠 수 있었다.
정림사지오층석탑과 백제금동대향로가 전하는 메시지를 안고 부소산을 거니는 여행객들의 발걸음은 무거웠지만, 역사에서 배우는 교훈은 후손들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 줌으로써 마침내는 경쾌한 발걸음으로 바꿀 수도 있었다.
백제 흥망사, 서기 660년 부소산에서 빠져 나온 남민 작가와 여행객은 축지법을 쓰듯 서기 1493년 만수산 무량사로 달려갔다.
단종 폐위에 반대한 생육신의 한 사람, 매월당 김시습이 세상을 주유하다 마지막 은신해 잠든 곳이다. 역사적 인물을 통해 배우는 시간여행이다. 옛 사람들이 지닌 삶의 가치와 철학을 후세들이 함께 공유해 본 순간이다.
남민 작가와 ‘멋진 여행’을 추구하는 여행객들은 바로 우리 시대에 필요한 새로운 여행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자신의 정체성까지 흔들리는 혼돈의 시대에 그 부름을 좇아 떠나는 여행이고 그것이 곧 삶(인생)이다.
이 ‘멋진 여행’에는 자기 인생을 아름답게 살아온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시작해 박사, CEO, 그리고 자신만의 전문분야에서 충실히 임해온 보통 사람들로, 대한민국 구석구석을 사랑하는 여행객들이 함께 하고 있다. 이들 모두 여느 현대인과 마찬가지로 바쁜 일상을 가진 사람들이지만, 이 소중한 여행을 위해 하루의 짐을 내려놓고 ‘시간 내서’ 떠날 가치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서경스타 안신길 기자 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