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TF, “태광실업 세무조사 위법소지”

국세행정 개혁TF 점검결과

논란이 됐던 옛 세무조사 사건을 들여다보고 있는 국세행정 개혁 태스크포스(TF)가 2008년 태광실업 세무조사에 중대한 조사권 남용이 있었다고 결론 내렸다. 또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서 청와대의 압박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진 컨설팅업체 조사와 촛불시위에 참여한 연예인이 소속된 연예기획사를 상대로 한 세무조사도 법위반 소지가 있다고 파악했다. 다만, TF가 공개한 사례가 모두 보수정권 때 있었던 일들이어서 ‘반쪽짜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세청은 20일 이 같은 내용의 ‘과거 세무조사 점검결과 발표 및 처리방안 권고’를 공개했다.

TF가 국회와 언론 등에서 제기된 총 62건의 세무조사에 대한 자체 점검을 한 결과 2008년 태광실업 세무조사를 비롯한 5건의 세무조사에서 국세기본법상 중대한 조사권 남용의 의심되는 문제점이 확인됐다. TF는 2008년 태광실업 관련 2건의 세무조사에서 “조사 과정 전반에서 중대한 조사권 남용이 있었을 것으로 합리적 의심을 할 수 있다”며 “세무조사의 중립성과 공정성 등을 위배한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2008년 8월 ‘박연차(사진) 게이트’ 수사의 단초가 된 태광실업 특별세무조사는 검찰 조사로 이어졌고 이 과정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박연차 회장 측으로부터 돈을 받은 의혹이 불거졌다. 노 전 대통령은 이와 관련 검찰 조사를 받다가 이듬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TF는 조사 대상으로 선정한 태광실업 관련 기업 범위가 지나치게 확대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일부 업체는 세금 탈루 혐의가 미미함에도 조사 대상이 됐고 조사 대상 과세기간을 과도하게 확대하고 중복 조사를 한 경우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조사 착수 직전 관할 조정(교차조사) 승인을 받는 등 조사 절차가 형식적으로 운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당시 태광실업 세무조사는 관할인 부산지방국세청이 아닌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담당하는 교차조사가 이뤄져 표적조사라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TF는 “범칙조사 전환 및 고발 절차가 단기간에 긴박하게 처리된 것으로 보이고 조사가 종료되기 전에 검찰에 고발 조치한 것은 통상적이지 않다”며 검찰 고발이 서둘러 이뤄진 점도 문제 삼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 진료 의사였던 김영재 씨의 중동 진출 안에 부정적 의견을 낸 컨설팅업체와 촛불시위에 참여한 연예인 소속 기획사 등과 관련된 세무조사 3건에 대해서는 “조사권 남용이 의심된다”는 의견을 냈다. 컨설팅 업체인 대원어드바이저리의 이현주 대표는 2014년 청와대 측의 요청으로 김영재 의원의 중동 진출 방안을 검토한 다음 부정적 의견을 냈다가 이후 보복성 세무조사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TF는 이와 관련 “탈세 제보를 토대로 한 조사임에도 주조사 대상자에 대한 세금 추징이 이뤄지지 않은 점에서 개별 탈루 혐의 분석 내용에 다소 미흡한 측면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 고위관료가 국세청 세무조사에 관여했다는 특검 수사 과정의 진술 기록 등을 근거로 조사 대상 선정과 관련해 조사권 남용 정황이 있다고 봤다.

촛불시위에 참여한 연예인 소속 기획사에 대해 보복성 세무조사가 이뤄졌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서류상으로는 조사권 남용이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언론 등을 통해 공개된 문건을 볼 때 조사권 남용을 의심할 수 있다고 밝혔다. TF는 보복성 세무조사로 의심되는 이들 3건에 대해서는 수사가 진행 중인만큼 국세청이 적극적으로 수사에 협조하고 검찰의 수사 결과에 따라 처리할 것을 권고했다.

TF는 점검 결과를 토대로 종합적인 국세행정 개혁방안을 마련해 다음 달 중 발표하고 조속한 실행계획 추진을 국세청장에게 권고할 계획이다.

/세종=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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