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중구 명동 FNC WOW에서 정용화와 만나 JTBC ‘더 패키지’(극본 천성일, 연출 전창근)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전작 tvN ‘삼총사’ 이후 3년 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한 그는 예전보다 한결 편하고 성숙해진 모습이었다. 어느덧 서른을 바라보는 나이 덕분이기도 했지만 역시나 ‘더 패키지’를 통한 여행 경험이 한 몫 했다.
배우 정용화가 15일 오후 서울 중구 한 카페에서 JTBC 금토드라마 ‘더 패키지’ 종영 인터뷰에 앞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사진=조은정기자
-‘더 패키지’는 대부분의 촬영이 프랑스에서 이뤄졌다. 실제로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라고도 했다. 흔히들 여행을 성장의 시간이라고 하는데 연기 외적으로도 성장을 느꼈나.“몽생미셸에 한 달 동안 있는데 정말 할 게 아무 것도 없더라. 한국에 있으면 뭐라도 할 텐데 정말 할 게 없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까 요즘 시대에 집돌이가 많고 사람 만나는 것을 꺼려하는 사람이 많은 게 오히려 혼자 있는 연습이 안 돼서 그런 것 같다. 사색을 즐길 수 있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까지 정리하지 못했던 생각도 정리하고 이래서 사람들이 여행을 가는 구나 느끼기도 했다. 프랑스를 다녀와서 마인드 자체가 성숙해졌다.”
-이전에 혼자 여행을 떠나본 적이 없었나.
“투어로 외국에 나갈 경우 저는 스케줄이 하루가 비어도 못 놀았다. 일 생각만 항상 하다 보니 쉬어도 쉬는 것 같지 않았다. 사실 연예인은 복 받은 직업이다. 일을 하면서 여행을 갈 수 있지 않나. 그런데 그 때는 일하러 왔으니 일해야 된다는 생각이 많았다. 이번에 프랑스에서 촬영을 하고나서 혼자서 사색을 즐기는 시간이 많아졌다. 숙소 앞에 구경도 다니면서 정말 복 받은 직업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지난 2014년 tvN ‘삼총사’에 출연한 이후 꽤 오랜만의 드라마 복귀다. 그동안 드라마를 찍지 않은 이유가 있나.
“두려움이 많았다. 다음 작품은 그냥 좋아서가 아니라 잘할 수 있는 확신이 100% 있을 때 해보고 싶었다. 천천히 대본을 보는 연습도 했다. 이 대본이 그냥 좋다가 아니라 이 대본은 이런 점이 좋다는 것들을 공부 했다. 아무거나 하겠다는 마음으로 급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게 예의라고도 생각 했다.”
-그렇다면 ‘더 패키지’를 통해 어느 정도 두려움이 극복된 건가.
“두려움을 어느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겠지만 그래도 이번 작품을 통해 내가 쉬는 동안 계속 대본을 보고 생각했던 것들이 득이 된다는 것을 느꼈다. 내가 성급하게 할 이유가 없었던 거다. 연구를 했던 것들이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배우 정용화가 15일 오후 서울 중구 한 카페에서 JTBC 금토드라마 ‘더 패키지’ 종영 인터뷰에 앞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사진=조은정기자
-연기를 하는데 있어서 멤버들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씨엔블루 멤버 전원이 연기를 하고 있는데 서로 경쟁을 하거나 도움을 주고받는 게 있나.“사실 각자 도와주는 것은 별로 없다. 저는 데뷔를 씨엔블루보다 ‘미남이시네요’로 먼저 했다. 그때 제가 느낀 게, 씨엔블루로 나오면 제가 앞에 서서 노래를 하는 입장이었다. 이 친구들은 다른 것을 하고 싶어도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우리는 항상 서로 말했다. 할 수 있으면 하라고. 도와줄 수 있는 게 따로 없어도 각자 하고 싶은 것은 하도록 이야기했다. 다만 가수로서 자신이 없어서 연기를 하지는 말자고도 했다. 가수로서 롱런할 수 없어서 연기를 하지는 말라고. 항상 그렇게 생각을 하고 친구들에게도 8년 정도 그 얘기를 하니 다들 세뇌가 된 것 같다. 서로 응원해주고 있다.”
-가수와 배우 활동을 병행하는 게 사실 쉽지만은 않다. 이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 롱런하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분별을 잘 하는 것이다. 가수를 할 때는 가수로 승부를 보고 연기를 할 때는 아이돌로서 편하게 온 연기자처럼 보이지 말고 연기로 인정을 받자는 거다. 그렇게 해야 롱런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한 가지 분야만 인정받기도 힘든 건데 양쪽 다 하려면 정말 힘들 것이다. 그래도 잘 해낼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8년 동안 이 이야기를 계속 하고 있지 않나. 롱런이라는 것 자체가 진짜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실감하며 노력하고 있다.”
-올 한해 바쁘게 보냈는데 되돌아보니 어떤지.
“20대의 마지막이다. 너무 행복한 한해였다. 지난해에 찍었던 중국 영화도 방영했고 ‘섬총사’도 하고 드라마도 하고 앨범도 냈다. 8년차는 생각보다 긴데 아직도 이렇게 많이 찾아주신다는 생각에 뿌듯하고 행복했다. 사실 ‘미남이시네요’로 빵 떴을 때부터 그런 생각을 했다. 이거는 무조건 운이고 이렇게 핫한 반응이 영원하지는 않을 거라고. 롱런하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쭉 해왔다. 지금 생각해보니까 그동안 뿌듯하게 해온 것 같다. 천직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연예인을 안 했더라면 무엇을 하고 있을까 상상하기 힘들 정도다.
-다가오는 30대, 그리고 그 이후의 정용화는 어떤 사람이었으면 하나.
30대는 멋있었으면 좋겠다. 30대가 돼도, 40대가 돼도 그 나이에 맞게 활동하고 싶다. 40대에 가서 아이돌 느낌을 내고 싶지는 않다. 옛날에 젖어서 무언가를 하기 보다는 그때 나름대로의 음악을 하고 연기를 하고 싶다. 만약 30대에 제일 선배가 돼서 음악방송을 한다고 하면, 후배들로 하여금 ‘저 선배는 진짜 멋있게 늙어간다’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 저 선배는 원하는 음악도 하면서 드라마도 찍고 다 잘하신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사람이 되는 것이 목표다.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