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도계위 민간위원 '꼼수' 임기연장에 제동

재위촉 등으로 4년 훌쩍 넘겨
"특정인 위주 정책결정 방지"
市의회, 조례개정안 21일 처리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민간 위원에 대한 ‘꼼수’ 임기 연장에 제동이 걸린다. 서울시 도계위 위원들의 임기는 최장 4년(2년 임기·1회 연임 가능)이지만 그동안 임기 만료 후 몇 개월 뒤 다시 ‘신규 위촉’하는 편법으로 4년을 훌쩍 넘긴 경우가 많았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가 그린벨트 해제, 재건축 아파트 용적률 및 층수, 도시정비구역 지정 등 막강한 권한을 가진 도계위를 ‘코드에 맞는’ 위원들로 채우기 위한 방편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20일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김인제 더불어민주당 시의원은 ‘서울시 각종 위원회의 설치·운영에 관한 조례 개정안(위원회 조례 개정안)’ ‘서울시 도시계획 조례 개정안(도시계획 조례 개정안)’을 지난 14~15일 발의했다.

개정안은 도시계획위원회와 도시·건축공동위원회 민간 위원은 임기 만료 리후 1년이 지나야 다시 위촉될 수 있도록 했다. 서울시의 다른 위원회에도 위원회 조례 개정안을 통해 같은 기준을 적용하도록 했다.


또 이번 개정안은 법령에 중복 위촉이 규정된 경우를 제외하고 동일 인물이 3개 위원회(위원장이 동일한 위원회의 경우는 2개)를 초과해서 위촉되지 못하게 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이 같은 개정안은 특정 민간 위원의 장기 및 중복 활동을 제한하기 위한 취지다. 도계위 민간 위원의 경우 임기 2년에 한 차례 연장이 가능해 총 4년까지 활동이 가능하지만 실질적으로 4년을 훌쩍 넘겨 활동하는 경우가 여럿 있다. 이는 서울시 측에서 최장 4년의 임기를 채우고 몇 개월 뒤 다시 위원으로 위촉되더라도 연임이 아닌 ‘신규 위촉’으로 간주되는 ‘허점’을 이용해 특정 위원들을 장기적으로 위촉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조명래 단국대 교수로 지난 2012년 2월 위촉돼 1회 연장을 통해 2016년 1월 임기가 만료됐으나 그해 10월 다시 ‘신규’ 위촉해 지금까지 도계위 위원을 맡고 있다. 조 교수는 또 도시재생위원회, 한강시민위원회, 서울로7017 운영위원회 등 다른 위원회의 민간 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이외에도 김기호 서울시립대 교수(걷고싶은도시시민연대 대표), 최막중 서울대 환경대학원장 등 일부 위원들의 누적 활동 기간이 4년을 넘겼다.

이 같은 편법적인 ‘장기 위촉’은 정책 결정의 객관성을 저해하고 정책 방향이 특정인의 시각으로 편향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정책을 결정한다는 위원회 운영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김 의원이 발의한 도시계획 조례 개정안은 21일 도시계획관리위원회에서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 이 개정안의 발의에는 김 의원과 김정태 위원장을 포함한 민주당 소속 의원들과 자유한국당 소속 우미경, 남창진 의원 등 여야 의원들이 모두 참여했다. 위원회 조례 개정안은 행정자치위원회에 상정돼 논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서울시 역시 수긍하는 분위기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 정책에 해박하고 전문성이 있는 분들을 위촉하다 보니 일부 장기, 중복 활동이 이뤄진 측면이 있지만 앞으로는 시의회의 지적을 수용해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공무원, 시의회 의원, 구청장,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되는 도계위 위원은 서울 부동산 시장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실세’로 알려져 있다.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해제, 재건축·재개발 구역 지정, 특정 지역의 용도 및 용적률 등 주요 도시계획 정책이 도계위에서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관련 업계 및 시의회에서는 도계위의 의사결정을 소수의 위원이 좌지우지하면서 서울시의 거수기 역할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박경훈기자 soco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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