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10년 만에 최고치...차익실현 나선 대주주들

텔콘·인터플렉스 등 경영진
주가 급등하자 지분 잇단 매도
내년 대주주 범위 확대 따라
양도세 회피 계산도 깔린 듯
"코스닥 상승세엔 영향 없을 것"

코스닥 시장이 급등세를 보이며 차익실현에 나서는 상장사 대주주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내년 4월부터 강화되는 양도소득세 대주주 요건을 피하려는 계산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대주주들의 매물이 코스닥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미 예상된 지분 매각인데다 물량도 블록딜 형태로 시장에서 거래되기 때문에 당장 주가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오히려 일부 종목은 대주주 변경, 유상증자 등으로 테마주를 형성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대주주 변경 이후 신사업을 추가하거나 현금흐름에 변화가 생가는 종목들이 단기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코스닥지수는 전일보다 1.22% 오른 785.31에 마감했다. 또 한 번 연중 최고치 기록을 갈아치웠다. 코스닥지수는 전고점인 782.64포인트(2015년 7월20일)를 28개월 만에 돌파해 2007년 11월7일(794.08) 이후 10년 만에 최고점을 기록했다. 시가총액도 275조5,000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다.

9월 말까지만 해도 꿈쩍하지 않던 상장사 대주주들은 이달 들어 코스닥이 12.9%나 오르며 바빠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인 텔콘(200230)의 이두현 대표이사와 이창현 이사는 지난 15일 각각 40만주, 33만주를 매도했다고 공시했다. 이달 들어 15일까지 텔콘 주가가 24% 가까이 오르자 차익실현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10월 들어 주가가 20% 가까이 오른 인터플렉스(051370)의 이광식 대표이사도 4만7,000여주를 매도했다. 지분율도 0.32%에서 0.09%로 감소했다. 이밖에 정광훈 제이엠티(094970) 회장은 20일 공시를 통해 소유 주식 70만1,592주를 매도, 지분율이 6.58%에서 2.39%로 줄었다고 밝혔다.


이들 기업은 10월 들어 주가가 급등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최대주주 또는 경영진이 이처럼 차익을 실현한 직후에는 주가가 빠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일례로 이달 들어 17일까지 18.3% 올랐던 제이엠티 주가는 정 회장의 지분 매도가 공시된 20일 전일 대비 4.21% 하락했다. 반면 경영진 교체 이후 주가가 급등한 사례도 나온다. 나라케이아이씨는 대주주가 변경되며 이달 들어 주가가 3배나 올랐다. 10일 최대주주인 나라에이스홀딩스는 나라케이아이씨 지분 45.5%를 단순 투자목적 조합 7곳에 500억원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한 후 주가가 2,380원에서 1만1,1400원으로 뛰었다. 나라케이아이씨는 최대주주 변경과 함께 600억원 규모 제3자 배정 유상증자와 1,000억원 규모 전환사채(CB) 발행, 1,000억원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하기로 하며 주가를 고공행진시키고 있다. SK텔레콤에 납품하는 통신장비업체 암니스의 경우에도 유상증자 소식에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암니스는 17일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99억9,999만원 규모 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이후 주가는 가격제한폭까지 오른 후 이날도 15.38% 상승했다. 나라케이아이씨의 급등에 에스맥도 강세다. 에스맥 최대주주인 지베이스의 효과를 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베이스는 나라케이아이씨의 최대주주다.

코스닥 대주주들의 잇따른 지분 매도에는 내년부터 강화되는 대주주 양도소득세를 피하기 위한 목적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대주주 기준은 코스피 시장이 지분율 1% 또는 보유액 25억원, 코스닥은 2% 또는 20억원 이상이다. 하지만 내년 4월부터는 코스피 1% 또는 15억원, 코스닥 2% 또는 15억원으로 하향 조정된다. 또 배우자·직계존비속 등 특수관계자의 지분도 포함해 대주주 여부를 판단한다. 대주주 범위가 이처럼 확대된데다 적용되는 양도소득세율도 20%에서 25%까지 높아졌다. 예년에도 연말이면 양도소득세와 대주주 요건을 피하기 위한 주식 매도가 늘었지만 올해는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돼온 이유다. 특히 이달 들어 대주주의 지분 매각이 나타나는 것은 직전 사업연도 말이 기준이라는 점이 주의해야 할 요건이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12월 결산법인의 경우 12월의 마지막 개장일의 종가가 시가 판단의 기준이 된다. 결제일 기준인 만큼 지분을 팔아 대주주를 벗어나고 싶다면 마지막 개장일로부터 2일 전에는 매도해야 한다.

다만 이러한 대주주의 지분 변동이 코스닥 시장의 상승세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높다. 조승빈 대신증권 연구원은 “대주주 양도소득세 과세 요건이 강화돼 연말을 앞두고 매도 물량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은 코스닥에 부담 요인”이라면서도 “장기적으로는 코스닥 강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로벌 경기 회복세와 정부의 산업 육성·코스닥 활성화 정책이 상승세를 뒷받침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