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리·박인비…박성현, 골프神 계보 잇다

[시즌 최종전 CME 공동6위…LPGA 39년 만에 3관왕]
가공할 드라이버 샷에 섬세함까지
끊임없는 노력…전설의 루키로
명예의 전당 포인트 벌써 4점
"세계 최고의 스윙" 극찬 릴레이

박성현이 20일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 2번홀에서 핀을 공략하고 있다. /네이플스=AFP연합뉴스
박세리, 박인비, 그리고 박성현(24·KEB하나은행).

세계여자골프는 이제 새로운 ‘박(朴)의 시대’를 맞았다. 20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의 티뷰론GC(파72)에서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최종전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 선두에 1타 뒤진 공동 5위로 출발한 박성현은 이날 4라운드에서 버디 3개로 3언더파 69타를 쳤다. 최종합계 12언더파로 우승자 에리야 쭈타누깐(태국)에게 3타 뒤진 공동 6위. 2승으로 시즌을 마친 박성현은 이 대회 전에 이미 확정한 신인상에 상금왕, 올해의 선수상(유소연과 공동 수상·162점)까지 받았다.

신인상을 포함한 LPGA 투어 3관왕은 지난 1978년 낸시 로페즈(미국) 이후 39년 만이자 사상 두 번째. 최소타수상까지 차지했더라면 39년 전 로페즈의 4관왕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지만 평균타수 1위는 렉시 톰프슨(69.114타·미국)이 지켜냈다. 박성현은 69.247타로 2위를 차지했고 세계랭킹 2위로 한 해를 마감했다. 참고로 상금왕, 올해의 선수상, 최소타수상 3관왕 기록은 로레나 오초아(멕시코), 쩡야니(대만), 스테이시 루이스(미국)가 앞서 작성했다.

LPGA 투어 명예의 전당에 빛나는 박세리와 박인비가 정교한 플레이로 세계 무대를 정복했다면 박성현은 전혀 다른 스타일이다. 미국 선수보다 더 멀리 치는 가공할 만한 드라이버 샷에 섬세함까지 갖춘 박성현의 질주에 현지 언론들도 열광하고 있다. 저명한 해설가 브랜들 챔블리는 “세계 최고 스윙의 소유자는 박성현”이라고 단언했다. 또 유명 스윙코치 게리 길크리스트는 “박성현은 타이거 우즈처럼 대회마다 이기기 위해 나오는 선수”라고 극찬했다.


박성현은 올 시즌 평균 드라이버 샷 거리가 270.6야드(7위)에 이른다. 장타자는 정교함이 떨어지는 게 보통이지만 박성현은 라운드당 퍼트 수 29.54개(40위)로 상위권의 퍼트 실력을 뽐냈다. 스스로 가장 만족스러워하는 것은 그린 주변 어프로치 샷이다. 국내 투어 7승을 쓸어담았던 지난해 쇼트게임이 유일한 약점이던 그는 미국에 진출한 뒤 꾸준한 연습으로 이 약점도 지워버렸다.

축구선수 출신 아버지와 태권도 공인 3단 어머니를 둔 박성현은 유달리 긴 팔과 큰 손으로 어릴 때부터 장타를 날렸다. 문제는 정확도. 한 라운드에 아웃오브바운스(OB)가 10개나 날 때도 있었다. 오히려 더 세게 치는 연습으로 이를 극복한 박성현은 국내 투어 2년차인 2015년부터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전설의 루키’ 반열에 오른 박성현은 LPGA 투어 명예의 전당 포인트 4점(올해의 선수상 1점·메이저 우승 2점·일반 대회 우승 1점)을 확보했다. 10년 이상 투어를 뛰어야 하고 27점을 채워야 입회할 수 있다. 박성현은 올해 같은 활약을 매년 펼친다고 편의상 가정하면 만 30세에 27점을 넘어설 수 있다.

박성현은 “내가 무슨 일을 해낸는지 잘 실감이 안 난다. 그래도 역시 상을 받고 나니 기분 최고인 것 같다”며 “올 시즌은 처음이어서 많이 즐기지 못했는데 내년에는 더 재밌을 것 같다”고 했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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