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SK㈜는 계열사 SK엔카닷컴의 지분 50.01%를 호주 카세일즈홀딩스에 2,050억원에 매각한다고 공시했다. 회사 측은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재원 확보 목적”이라고 밝혔다.★본지 8월29일자 1·13면 참조
SK엔카는 지난 1999년 최태원 회장의 비전 프로젝트에 따라 사내벤처로 시작했다. 2000년 1월 온라인 중고차 오픈마켓에 진입한 후 그해 12월 SK㈜의 별도 독립법인인 엔카네트워크로 분사한 뒤 그룹의 42번째 계열사로 편입됐다. 이후 SK C&C(현 SK㈜)에 2013년 5월 합병된 후 온라인 중고차 운용사업 부문을 물적 분할해 SK엔카닷컴으로 신설됐다. 카세일즈홀딩스는 당시 SK엔카지분 49.99%를 1,175억원에 인수하며 상표권도 가져갔다.
SK그룹은 중고차 사업부가 2013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돼 매장을 추가로 신설할 수 없는 등 사업 확대에 제약이 많이 생기자 아예 철수를 결정했다. 성장세가 주춤한 중고차 사업부를 정리하고 아예 자동차 사업의 미래 청사진을 다시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오프라인 사업부는 한앤컴퍼니에 약 2,000억원에 매각을 결정하며 중고차 시장은 포기했다. 온라인 사업부인 SK엔카닷컴은 조인트벤처 설립 당시 체결한 5년간 ‘제3자 지분 매각 금지’ 약정에 따라 카세일즈홀딩스에 매각할 예정이다.
SK그룹은 매각대금을 토대로 미래형 자동차 사업에 주력할 것이라는 계획이다. 2015년 국내 카셰어링 1위 기업 쏘카에 지분 투자를 진행한 SK㈜는 쏘카와 함께 말레이시아 진출을 위한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또한 독일 자동차 그룹 다임러AG와 함께 미국 개인 간(P2P) 카셰어링 1위 업체 투로(TURO)에 지분 투자를 진행하기도 했다. SK그룹 관계자는 “자율주행 드라이빙 서비스, 카셰어링 등 미래형 자동차 사업에 집중하며 플랫폼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자율주행차 시장에도 적극 투자할 계획이다. SK텔레콤의 5G 기술을 기반으로 자율주행차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한다는 게 목표다. 이미 경기도 화성에 구축한 SKT의 자율주행 실험도시 ‘케이시티(K-City)’에서는 5G 망을 구축해 자율주행 승용차 외에도 ‘자율주행버스’를 테스트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기차 배티리도 그룹 내에서 주목하는 미래형 자동차 사업 분야다. SK이노베이션은 내년 차세대 전지로 불리는 NCM811을 양산한다. NCM811 배터리는 니켈·코발트·망간 비율이 각각 8대1대1로 구성된 배터리로 한 번 충전하면 최대 450㎞까지 주행 가능하다.
한편 SK엔카직영 사업부를 인수한 한앤컴퍼니는 당초 매각 측의 제안과는 달리 1년 간은 ‘SK엔카’라는 상호를 사용할 예정이다. 매각 측은 SK엔카를 인수할 경우 상호를 쓰지 못한다는 조건을 투자안내문(IM)에 명시했다. 그러나 인수 후에도 기업가치 유지를 위해 상호 사용이 필요하다는 인수 측의 의견을 반영해 유예기간을 두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시진기자 see1205@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