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손호준 /사진=YG엔터테인먼트
이번엔 좀 더 애환이 깃든 인물이다. 서로를 잡아먹지 못해 안달인 38살 동갑내기 앙숙 부부의 과거 청산+인생 체인지 프로젝트를 그린 예능드라마 ‘고백부부’에서 최반도는 이 시대 가장들을 대변한다. 처자식 먹여 살리기 위해 불철주야 간이고 쓸개고 다 내어주며 다니는 제약회사 영업사원.
하지만 외도를 했다고 오해 받으며 아내 마진주(장나라 분)와 이혼 위기를 겪고 다음 날 눈 떠보니 1999년 창창한 스무 살로 타임슬립 했다. 서로에게 지친 상태에서 이혼절차 하나 안 밟고 다른 배우자를 만날 절호의 기회.
기쁨도 잠시, 최반도는 마진주와 핑크빛 분위기를 형성하는 학교 선배 정남길에 묘한 질투를 느낀다. 그리고 최반도는 스무 살 마진주에게서 2017년의 고달픈 마진주를 느끼곤 그의 위기마다 반 보호자 노릇을 하며 다시 사랑이 싹튼다. ‘고백부부’는 그렇게 고 백(Go back) 해도 어쩔 수 없이 운명적으로 엮이는 부부의 인연과 서로에 대한 애틋함을 보여준 드라마였다.
20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 한 카페에서 손호준의 KBS 2TV 드라마 ‘고백부부’ 종영 관련 인터뷰가 진행됐다.
손호준은 불과 이틀 전인 18일 드라마가 종영한 소감으로 “촬영 당시에는 재미있게 했다. 너무 즐겁게 촬영해서 시원섭섭하고 벌써부터 그립다. 워낙 스태프분들, 동료 배우들, 선배님들과 즐겁게 생활했다. 항상 붙어 있다가 자주 보지 못해서 섭섭하다”고 말했다.
배우 손호준 /사진=YG엔터테인먼트
‘고백부부’는 1999년을 추억하게 하면서 부부간, 부모 자식간의 정을 공감하게끔 한 드라마였다. 여기에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의 구멍 없는 연기까지 더해져 ‘웰메이드 드라마’라고 호평 받았다. 이에 대해서는 “감사할 따름이다. 나 혼자 배우라고 외쳐봐야 배우가 되는 건 아니라 생각한다. 지금도 배우가 되는 과정을 거치는 중이라 생각한다. 많은 분들이 인정해주셔야 배우가 되는 것 같다. 배워가는 단계인 것 같다”며 머쓱해했다.
“좋은 이야기를 듣다 보니까 다들 즐겁고 화기애애한 촬영장이었다. 더 신나했던 것 같다. 우리 드라마를 보고 결혼하신 분들께서 ‘부부 사이가 다시 좋아졌다’고들 하시더라. 우리 드라마가 메시지를 줄 수 있던 드라마였구나라고 느꼈다. 인생작이라고도 해주시는데 그렇게 말씀해주시면 너무 감사하다. 저희 드라마에 공감을 해주셨던 것일 테니까. 가장 최근에 했던 작품이고 너무 재미있게 촬영에 임했다. 지금도 끝난 것 자체가 너무 아쉽다.”
금토 11시대 심야 드라마의 주연으로 연기하는데 부담이 없었는지 묻자 손호준은 “걱정되지 않았다. 감독님께서 나를 너무나 믿어주셨다. 즐겁게 촬영하다보니까 그런 부담감은 한 번도 가져본 적이 없었다. 1회가 나왔을 때 시청자로서 너무나 재미있게 봤다”고 밝혔다. 온전한 몰입 덕분인지 ‘고백부부’는 마지막회에 7.3%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이와 함께 그는 ‘고백부부’만의 매력으로 “공감대가 있었다. 반도가 대한민국 가장들의 대표적인 모습이라 생각한다. 저희 아버지도 분명 그러셨을 거다. 저희 아버지도 회사 생활을 집에서 이야기한 적이 없으셨다. 나약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려 하는 가장들의 책임감에 공감이 많이 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반도를 이해하면서 나 또한 너무 많이 배웠다. 우리 아버지도 이렇게 힘드셨을 텐데 우리에게 표현을 안 했겠구나 생각했다. 반도가 장모님에게 하는 걸 보고 사랑받는 사위의 행동도 배웠다. 부부끼리 대화를 많이 해야겠구나를 느꼈다”고 반도를 연기하면서 배운 점을 언급했다.
“진주의 이야기도 공감된 것 같다. 진주가 남길에게 ‘엄마 없는 자식이 어디 있어’라고 한다. 나 또한 우리 부모님의 자식으로서 공감했다. 반도를 이해하려고 노력을 되게 많이 했다. 반도를 이해하면 이해할수록 고은숙 장모님(김미경 분)을 볼 때마다 정말 슬퍼지더라. 그 친구(최반도)도 분명 많이 힘들었을 거다. 가족을 위해 노력을 많이 했는데도 한 번의 실수로 인해 장모님의 임종을 지키지 못했다”는 손호준은 드라마의 흥행 요인으로 “작가님이 워낙 글을 잘 써주셨고 감독님께서 디렉션을 너무 잘 해주셨다. 그리고 (장)나라 누나가 너무나 잘 맞춰주셨고 옆의 친구들도 잘 연기해줬다. 나 혼자 만든 건 아닌 것 같다”고 주변인들과 공을 나눴다.
배우 손호준 /사진=YG엔터테인먼트
알고 보면 손호준도 최반도와 비슷한 면이 있었다. 말로 다 풀어내는 스타일이기보다 속으로 삭이기를 잘 했다. “최반도는 딱 전형적인 가장이었던 것 같다. 속내를 쉽게 이야기하지 못한다. 그런 모습이 저와 비슷하다면 비슷하다. 힘든 부분을 쉽게 이야기하지 않는 편이다. 내 고민을 친구들에게 지우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 깊은 눈빛만큼이나 진국인 성격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초반에는 반도가 아내 진주에게 너무도 무심하게 대하는 바람에 비호감 남편 캐릭터로 비춰졌다. 이에 진주와 남길 커플을 응원하는 시청자들도 생겨났다. “서운함은 전혀 없었다. 남길과 진주의 관계도 되게 중요했다. 남길은 환상의 친구였다. 그 친구로 인해 반도가 깨닫는 것도 많았다. 감독님과 작가님도 나중에 반도의 진심을 보여줄 시간이 있다고 하셨다. 반도의 진심을 알면 진주가 ‘역시 내 남편’이라 생각할 줄 알았다.”
실제로 연상이자 선배 배우인 장나라와 호흡을 맞춘 소감은 어땠을까. “전혀 거리낌이 없었다. 누나가 나보다 너무 어려 보여서 깜짝 놀랐다. 그래서 누나한테 내가 ‘귀엽다’라는 말을 많이 했다. 누나가 젤리를 되게 좋아하신다. 어느 날은 누군가가 곰돌이 모양 젤리를 세워서 앉혀봤다. 그런데 누나가 그걸 보고 놀라더라. 누나의 순수한 부분이 귀엽다. 일상에서는 ‘애기애기’ 하더라.”
반면 촬영에 들어간 순간에는 더 없이 잘 리드해줬다고. 덕분에 촬영 내내 원하는 그림으로 같이 합을 만들어갈 수 있었다며 고마워한 손호준이다. “누나가 이전에도 많은 작품을 하셨다보니까 굉장히 능숙하게 연기하시더라. 내가 보지 못한 부분들도 보셨다. 누나가 하는 걸 보면서 많이 배웠다. 대본 분석하는 모습들은 배울 수밖에 없었다. 영리하시고 똑똑하신 배우다. 연기를 누군가에게 억지로 가르치려고 하지는 않고 호흡을 잘 맞춰주려고 하셨다.”
손호준은 그밖에 극중 한국대 동기들로 분한 허정민(안재우 역), 이이경(고독재 역), 한보름(윤보름 역), 조혜정(천설 역), 고보결(민서영 역)과도 화기애애한 케미를 자랑했다. 이 때문인지 ‘고백부부’는 1999년 캐릭터들 간의 정겨운 느낌이 물씬 묻어났다. “내가 중심을 잡을 것도 없었다. 다들 너무 사이가 좋았다. 이경이는 항상 형들에게 와서 안마도 해주고 힘을 실어줬다. 혜정이도 보름이도 주변사람들을 잘 챙겼고 누구 하나 빠짐없이 잘 해줬다.”
드라마 속에서 라이벌 구도로 만난 장기용은 사실 손호준과 같은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 식구이기도 하다. “이번에 같이 드라마를 하면서 가까워졌다. 그 전에 행사 때 등 몇 번 왔다 갔다 하며 만났다. 실제로도 듬직한데 그 나이 대에 맞는 귀여움도 가지고 있다. 기용이는 연기할 때 빼고 막내다보니 너무 귀엽다. 엉뚱한 부분도 있고 순수함도 가지고 있다.”
배우 손호준 /사진=YG엔터테인먼트
‘고백부부’ 2회에는 절친인 동방신기의 유노윤호가 1인 2역 까메오로 출연, 손호준과 의리를 과시했다. “윤호는 내가 너무 감사하게 생각한다. 윤호가 먼저 찍어놓은 드라마 ‘멜로홀릭’이 나오기도 전에 우리 드라마에 출연해줬다. 전역하고 제일 먼저 본인의 드라마가 나와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내 부탁에 흔쾌히 해주겠다고 했다. 쫑파티 전날 촬영이 끝나자마자 윤호와 둘이 가장 먼저 종방연을 했다. 윤호 핸드폰을 보니 ‘고백부부’ 전편을 다 다운받아놨더라. 일본에서 찾아보기 힘들어서 그랬다고 하는데 너무 고마웠다.”
극중 인물들이 1999년으로 돌아간 것처럼, 손호준에게 타임슬립하고 싶은 시기는 언제인지 물었다. 손호준은 “만약에 돌아간다면 고등학교 때 극단에서 연극할 때로 돌아가고 싶다. 그 때 너무 즐겁게 연극했는데 한편으론 공부를 해보고도 싶다. 그 때 공부를 즐겼다면 지금의 나는 어떤 모습일까 궁금하다. 호기심이겠다. 고등학교 때는 선택의 폭이 넓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공부 아니면 연극이라 생각했다.”
손호준에게는 여전히 그의 대표작 ‘응답하라 1994’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그만큼 많은 시청자들에게 사랑받은 드라마와 캐릭터가 한편으론 이미지를 고착시킬까봐 두렵진 않았을까. “나는 아직 그런 걸 고민할 단계는 아니라 생각한다. 계속 배우가 되어가는 단계라 생각한다. 나는 해태 때는 해태가, 반도 때는 반도가 되려고 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고맙고 행복하다.”
이번 ‘고백부부’의 최반도를 연기하면서 손호준이 가장 크게 얻은 것은 ‘부성애’였다. 한 가정의 가장을 대변하면서 실제 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고, 아역 배우와 연기하면서는 미래의 ‘자식 바보’를 짐작할 수 있었다. “서진이 역을 맡은 아린이가 너무 예뻤다. 극중 아빠로서 아린이를 대하다보니까 정말로 자식 같았다. 아린이의 진짜 아버지가 오셔서 데려갈 때는 내심 서운하기도 했다. 나는 무조건 자식바보가 될 것 같다. 아린이 같은 딸을 낳으면 소원이 없겠다. 원래 아기를 좋아했는데 아린이가 되게 잘 웃어줘서 벅찼다. 결혼하면 딸을 낳고 싶다. 신원호 감독님, 나영석PD님 모두 딸과 영상통화 하시면서 딸이 너무 예쁘다고들 하셨다.”
여기에 손호준은 마지막으로 빨리 결혼하고자 하는 바람을 밝혔다. 아무래도 이번 ‘고백부부’의 영향이 크게 작용한 것 같았다. “어렸을 때부터 일찍 결혼하고 싶었다. 부모님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나와 엄마 중에 엄마가 잘못했어도 아빠는 엄마 편이었다. 엄마 역시 어떤 상황에서도 아빠의 편이었다. 그렇게 두 분은 서로 편을 들어주셨다. 나도 빨리 내 편을 만들고 싶다.”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