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올해는 애플의 ‘갑질 행위’가 유독 심해졌다는 평가가 업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TV 광고다. 지난 3일 출시된 ‘아이폰8’ TV 광고는 제품 디자인과 기능을 홍보하는 내용이다. 언뜻 보면 애플 광고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통 3사가 온전히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광고 끝에 통신사 로고를 1~2초 남짓 붙여 애플 광고를 대신해주는 셈이다. 오는 24일 정식 출시되는 ‘아이폰X’ 광고 역시 같은 방식으로 시작된다. 애플 제품은 출시 전 사전예약 단계에서부터 5분 만에 매진 행렬을 이어가는 등 확고한 충성 고객층을 보유한 만큼 물량 확보를 위해서는 애플의 지침을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게 이통사들의 설명이다.
가격 책정 방식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애플은 아이폰8·아이폰X 등 초고가 스마트폰 가격을 다른 국가에 비해 높게 책정하면서도 근거에 대해서는 묵묵부답이다. 아이폰X의 국내 가격은 64GB 모델이 136만700원, 256GB는 155만7,600원이다. 미국에서는 각각 999달러(약 109만원), 1149달러(약 126만원)로 부가가치세 10%를 더해도 우리나라가 약 15만원 비싸다. 제조사가 공급가를 정하면 이통사가 일정 마진을 붙여 최종 출시가격을 정하는데 이번에는 애플이 공급가를 일방적으로 높게 책정해버렸다는 게 이통사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제품의 인기를 등에 업은 애플이 국내 시장에서 행하는 갑질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애플은 아이폰X 출시일과 관련해 이통사와 어떤 협의도 하지 않은 채 밤늦은 시간에 기습적으로 발표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이통사와 개통 전산망 점검, 사전예약 행사 준비를 위해 양사 간 협의를 진행한 뒤 출시 일정과 가격을 결정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통사의 한 관계자는 “애플의 일방 통보에 이통사 모두 곤욕을 치렀지만 애플과의 관계를 생각해 불만을 제기할 수도 없었다”고 전했다.
애플은 또 제품 출시 행사나 소비자들에게 돌아가는 지원금도 일절 부담하지 않는다. 국내에서 별도 출시 행사를 개최하지 않고 이통사 행사로 갈음하는데 이 비용마저도 이통 3사가 전액 부담한다. 반면 다른 제조사들은 자체 행사를 열고 출시 행사 비용 일부도 보조하고 있다. 여기서 한 술 더 떠 애플은 제조사와 통신사가 분담하는 공시지원금은 내지 않으면서도 비인기 모델은 이통사들이 일정 수량을 구매하도록 강요하지만 이에 따르는 재고부담은 ‘나 몰라라’다.
이처럼 모든 부담을 다른 사업자들에 전가하면서 판매 과정에서도 도를 넘어 간섭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통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애플은 비용은 한 푼도 부담하지 않지만 일선 매장의 제품 진열 방식, 광고 문구 하나에도 사전에 승낙을 받도록 하고 있다”며 “지난 8년간 이 같은 애플의 행태는 계속돼왔는데 소비자들의 지속적인 문제 제기와 공정거래위원회의 개입에 따라 사후서비스(AS) 관련 불공정 약관을 고친 게 고작”이라고 비판했다.
애플은 ‘갑질 AS’로 불릴 정도로 수리 계약서상 불공정약관을 유지해왔지만 지난해 공정위가 소비자 불편을 초래하는 애플코리아와 AS 업체 간 불공정계약에 대한 직권조사를 벌인 끝에 위·수탁 계약서상 20개 불공정약관을 시정한 바 있다. 오세정 의원실 관계자는 “글로벌 사업자들은 한국시장에서 막대한 수익을 거두고 있지만 매출액 등 정확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글로벌 업체들이 국내에서 정당한 비용을 세금으로 납부하고 불공정한 행태는 법제화를 통해 규제체계에 포함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용민기자 minizza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