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보기술(IT) 공룡기업 텐센트가 아시아 기업으로는 최초로 시가총액 5,000억달러(약 547조원)를 돌파하면서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마화텅(사진)에게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텐센트는 20일(현지시간) 홍콩증시에서 전 거래일 대비 4.12% 오른 420홍콩달러에 마감하며 시총이 3조9,900억홍콩달러, 달러로 환산하면 5,110억달러를 기록했다. 이어 21일에도 2.37% 상승해 시총이 5,228억달러까지 치솟았다. 2004년 6월 기업공개(IPO) 당시 3.7홍콩달러에 그쳤던 텐센트 주가는 중간의 액면분할을 고려하면 13년 사이 500배가량 급등한 셈이다.
아시아 기업 중 ‘시총 5,000억달러 클럽’에 가입한 것은 텐센트가 처음이다. 텐센트의 기업가치는 이날 미국 거대 IT기업인 페이스북(5,216억달러, 20일 기준)까지 추월해 아마존(5,444억달러)의 뒤를 바짝 쫓고 있다.
기업의 역사로 따졌을 때 아직 ‘미성년’인 텐센트가 불과 19년 만에 아시아 최고 IT기업으로 부상한 데는 창업자인 마 회장의 ‘창조적 베끼기’ 전략이 주요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마 회장은 1998년 중국 선전에서 선전대 동기인 장즈둥과 텐센트를 공동 창업한 뒤 이스라엘 기업이 내놓은 PC 메신저 서비스 ICQ에서 영감을 얻은 중국어 메신저 서비스 QQ를 출시해 대박을 터뜨렸다. 중국 인터넷포털사이트인 웨이보는 한국의 네이버에서, 위챗은 카카오에서 각각 영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플랫폼을 모방하되 13억 내수시장을 겨냥해 중국 스타일로 변화를 준 전략이 효과를 발휘하면서 가파른 성장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마 회장의 남다른 투자감각이 텐센트에 날개를 달아줬다. ‘아시아의 워런 버핏’으로 불리는 마 회장은 2014년 국내 게임업체 넷마블게임즈에 5,000억원을 투자한 데 이어 최근에는 모바일게임 ‘클래시 오브 클랜’을 개발한 핀란드 게임업체 슈퍼셀 지분(86억달러)을 대량 매입하는 등 적기 투자로 수익을 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최근 텐센트의 주가 랠리를 이끈 힘은 탄탄한 실적이다. 16일 텐센트는 3·4분기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61% 증가한 652억1,000만위안, 순이익은 69% 늘어난 180억600만위안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중국판 카카오톡으로 불리는 위챗의 월간 사용자 수가 10억명으로 불어나며 광고수입을 늘렸고 히트작 ‘왕자영요’에 힘입어 스마트폰 게임 매출이 큰 폭으로 증가하는 등 앞으로도 가파른 성장세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텐센트의 주가가 고공행진을 벌이면서 지분을 10% 보유한 마 회장의 지분가치도 덩달아 불어났다. 마 회장은 전날 텐센트의 시가총액이 5,000억달러를 돌파하면서 자산이 450억달러(약 49조3,700억원)까지 늘어 마윈 알리바바그룹 회장은 물론 부동산개발회사 헝다의 쉬자인 회장을 제치고 중국 최고 부자로 등극했다.
다만 정부의 비호를 받는 중국 IT기업의 성과에 대한 비판적 시각은 여전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텐센트의 부상은 중국 당국이 페이스북·트위터·유튜브·구글의 본토 진출을 금지함에 따라 가능해진 것”이라며 “아마존이 진출했을 때도 이미 알리바바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다”고 분석했다. /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